노화가 질병이라면 병을 더하며 하루 하루를 산다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2018년 6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간하는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 11번째 Edition에 'Code MG2A: Old age'가 담겼다고 한다. 이 한 줄이 주는 의미는 노화가 질병이라는 것이다. 왜 노화까지 질병으로 분류하게 됐을까? 병명이 중요한 이유는 병명의 유무에 따라 보험 처리의 가부 판단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나이가 들었다는 단어, 'Old age'에 질병 코드를 명명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노화(aging) 혹은 나이듦(old age)은 과연 질병인가? 노화가 무엇인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과학자들도 서로 다르게 말하고 있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면서도 'Old age'의 질병 코드 명명은 단순히 보험 처리의 문제 이상의 의의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여전히 건강을 추구하고 질병에 괴로워하고 젊음을 그리워하고 늙어감에 힘들어한다. 현실적으로 볼 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몸이 상쾌한 날보다 아픈 날이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신체 각 기관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기능이 떨어진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 노화 현상을 겪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노화연구소가 20세부터 90세까지의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정상 노화 과정을 관찰한 결과에서도 대부분 비슷한 수준의 신체 기능 저하가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운동 시 최대 산소 소비량은 10년을 주기로 남성은 평균 10%, 여성은 평균 7.5% 감소했다. 신장 기능이나 방광 용적도 줄어 요실금 등의 발병률도 증가하고, 근육량 감소도 두드러졌다. 시력과 청력도 꾸준히 감소했다.

생물학적으로 광의의 노화(aging)는 생물체가 수태된 순간부터 사망까지 배아, 성숙, 성년기의 모든 변화를 이야기한다. 반면 통상 많이 사용되는 협의의 노화(aging, senescence)는 생물체가 성숙한 다음부터를 지칭하며 시간이 갈수록 비가역적으로 나빠져 사망 확률이 높아지는 과정을 말한다. 이 경우 생리적 기능의 감소와 질병에 대한 감수성 증가 등 환경적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능력 감소 현상이 동반된다.

생명체가 노화과정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쇠퇴하듯이 생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세포들 또한 어떤 특정 환경에 처하면 '세포노화(cellular senescence)'라고 하는, 더 이상 세포분열하지 않은 상태를 겪게 된다. 텔로미어(telomere)는 염색체 말단에 존재하면서 염색체의 손상 또는 다른 염색체와의 결합을 방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체세포가 거듭된 분열에 의해 염색체의 말단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져 더 이상 세포분열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세포노화 상태로 정의내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노화된 세포는 체내의 면역시스템에 의해 제거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 생리기능 및 면역력이 저하돼 생물체의 주요 조직과 장기 기관에 노화세포는 축적되고 만다. 이렇게 축적된 노화세포들은 염증반응 환경을 지속시키면서 주위 조직과 세포들을 손상시켜 다양한 노인성(퇴행성) 질환들을 유발해 건강수명을 제한한다.

노화가 질병이라고 믿는 과학자들이 노화라는 단어 'senescence'와 분해시킨다는 의미의 'lytic'을 합성해 노화된 세포를 분해시켜 제거하는 물질이라는 의미의 '세놀리틱(senolytic)'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의 연구팀은 이 신조어에 근거해, 새로운 단어를 노화를 지연시킬 약의 일반적인 이름으로 세놀리틱스(senolytics)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노화를 지연시켜줄 'Senolytics'로 두 가지 성분인 항암제 다사티닙(dasatinib)과 소염제로 사용되는 퀘세틴(quercetin)을 후보 물질로 선택했다. [관련기사=노화를 지연시키는 세놀리틱스(Senolytics)란]

체내에 축적된 노화세포들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면 수명을 35%까지 증가시키고 퇴행성 질병들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은 유전자 변형쥐를 이용한 실험들을 통해 입증됐다. 하지만 노화세포들과 생체항상성(homeostasis) 회복의 연관성에 관한 분자적 기작(mechanism)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또한 임상학적 가치를 지닌 노화세포만 제거할 수 있는 의약 후보 물질 발굴 및 임상 적용 연구가 여전히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다.

구글의 헬스케어 회사인 캘리코(Calico)가 설립할 때부터 전면에 내세운 주제도 노화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정복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이후 많은 바이오기업 회사들이 노화 자체를 대주제로 설립돼 활발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영국의 억만장자가 창업한 쥬버네슨스(Juvenescence)라는 회사는 미국 벅노화연구소(The Buck Institute for Research on Aging)로부터 후보물질을 사들여 연구를 하고 있고 올 초에는 'AgeX Therapeutics'와 'LyGenesis'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화 연구에 활발한 바이오텍 회사 중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UNITY Biotechnology)라는 회사는 축적된 노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는 의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발굴된 약물후보물질 UBX0101을 퇴행성 질환 중 하나인 퇴행성 관절염(OA) 동물 모델에 적용했을 때 퇴행성 관절염 병변이 완화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6월 첫 OA환자에 투여했다는 뉴스를 전했다. 이 후보물질의 타겟은 바로 항암 타겟으로 오랫동안 거론되었던 p53와 MDM2이며, 이 타겟을 통해 선택적 세포자살을 유발해 축적된 노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기전을 제시하고 있다. 

노화는 살아있는 유기체에서는 필연적이고 광범위한 현상이지만 개인에 따라서, 개인에서도 장기에 따라서 노화 과정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상 노화의 기본기전은 내적 및 외적 원인 양자가 모두 관여하고 있고 유전자의 유지에 결손이 있을 때 노화가 가속되는 것으로 보아서 유전자 손상의 수리가 적절하지 못한 것, 다향성 길항 유전자,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축적돼 노화가 일어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화가 질병이라면 병을 앉고 하루 하루를 더 사는 것이 되기에 인생이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생겨난 것은 없어지고 태어난 존재는 반드시 죽는다. 젊음은 늙음과 짝해 나타나고 질병이 있으니 건강함도 있다.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그리고 건강과 질병은 동전의 앞 뒷면처럼 관념으로는 확실히 구별된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노화 기전을 더 명확히 알아내고, 노화관련 질환의 개념 확립, 만성 질환 및 위험인자와 유전자 연관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필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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