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감염병 질환 통합관리…우리나라도 '재난성 질병 통합관리법' 제정 필요

안철수 의원, 팬데믹 시대의 과학적 방역과 백신주권 토론회...데이터 기반 방역 의사결정, 바이오 헬스안보 개발단지 구축 주장

'반복되는 팬데믹 시대의 과학적 방역과 백신주권' 국회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반복되는 감염병 사태에 대비해 질병의 지속가능한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방역 의사결정이 필요하며 바이오 헬스안보 개발단지(Bio health security belt)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26일 오전 이 같은 내용으로 '반복되는 팬데믹 시대의 과학적 방역과 백신주권'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미국은 감염병 질환 통합관리…우리도 '재난성 질병 통합관리법' 제정 필요

이날 발제를 맡은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재난성 질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전제를 중심으로 감염병의 통합관리를 강조했다. 

이 전 본부장에 따르면 미국은 감염병 질환 통합관리의 모범 사례다. 

미국의 경우 팬데믹 대처를 위해 2006년  '전염병 및 모든 위험 대비법(Pandemic and All-Hazards Preparedness Act, PAHPA)'을 만들었다. 해당 법엔  누가 대응을 할 것인지부터, 예산 문제와 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개인 보호 문제와 교육훈련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후 2013년엔 환자가 급증했을 때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와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법안(Pandemic and All-Hazards Preparedness Reauthorization Act, PAHPRA)이 추가로 제정된다. 

특히 미국은 2019년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은 필요한 의료 물자 개발과 관리, 생물학적 감시 강화 등에 대한 내용이 추가된  '전염병 및 모든 위험 요소 대비 및 혁신법(Pandemic and All-Hazards Preparedness and Advancing Innovation Act)'을 추가했다. 

이종구 전 본부장은 "각종 재난적 의료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여러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포괄적 법령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재난안전관리 기본법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이를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가칭 재난성 질병 통합관리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으로 역할 분담도 조정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이 주도적으로 진단과 투약, 예방접종과 검역 등 질병관리 지침과 통계, 예측, 역학조사 등을 수행해야 한다"며 "지방 자치단체는 재난 선포와 지역별 질병관리, 격리와 환자관리에 집중하고 보건복지부는 총괄 조정관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학방역 위한 데이터 생산이 관건…의사결정 구조도 개편돼야 

이 전 본부장은 과학방역을 위한 데이터 생산과 분석, 의사결정 구조 개편 방향도 제언했다. 

이 전 본부장은 "기존 분산돼 있는 분절 데이터론 정책 근거를 생산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특히 전문가의 과학적, 합리적 의견 반영도 미흡한 상태"라며 "향후엔 가능한 최대한의 정보와 근거에 기반해 전문가 중심의 집단 지성을 활용한 방역 정책이 필요하다. 인구집단 특성과 행동양식, 수용성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경우 지속적으로 백신 효과 평가 연구를 진행하고 호주는 100여개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한 효과를 꾸준히 평가해 의사결정을 돕는 연구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며 "우리도 새로운 형태의 정보 수집과 신규 데이터 수집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정보 연계를 통해 방역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슈퍼컴퓨터 도입과 감염병 예측 모형 전문인력 확보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전 본부장은 바이오 헬스안보 개발단지(Bio health security belt) 구축 방안도 공개했다. 

그는 "바이오 헬스안보 개발단지를 구축해 국내 방역물자 위타생산 기지를 국제적 허브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며 "이를 백신 연구 개발 단지로 만들어 기업 연구개발과 원천기술 확보에 힘쓰고 바이러스 변이 대응 m-RNA 이외 바이러스 백터, DNA 단백질 백신 등 다양한 제품 군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 개발 비용과 생산시설 확보, 임상시험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제 백신 교육훈련 센터도 건립하고 국립국제보건안보 대학원 대학을 신설해 국제보건안보 관련 인력을 확대하고 연구 빅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통합·연구방법론 개발위한 '빅데이터 구축사업'…정부 재정적 지원도 필요

지금까진 정부 주도의 방역이 효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앞으론 국민들에게 얼마나 정책을 제대로 설명하고 비용 대비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가천대길병원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는 "2년이 지나는 동안 방역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하반기 감염병 상황의 위험 요인은 면역이 감소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앞으론 최대한 침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에게 정책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정확히 제공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 질병관리청과 국민건강보험 등을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백신별 전 국민 통합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향후 백신 개발을 위해 플랫폼을 확장하고 민간 연구자 등에 자원을 개방하는 것이 활용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국제백신연구소 제롬김 사무총장도 "역학 임상데이터 생성은 미래 전염병 예방과 대응을 위해 중요하다. 정부는 데이터 축적과 백신 개발과 생산, 임상시험 등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향후 팬데믹 상황에서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달라진 감염병 환경에 적응하면서 적절한 방역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정부는 향후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 예방접종 피해보상 지원센터를 통해 해당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면서 코로나19 초창기에 187병상에 그쳤던 음압격리시설은 최근 600여병상까지 늘어났다. 향후엔 1700여병상까지 추가로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향후 중앙감염병병원은 코로나19 진료 기능도 있지만 이와 함께 관련 임상연구도 진행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연구결과 등을 데이터로 축적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방역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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