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대 권태환 학장, 총장에 직접 메시지 "교수들은 대규모 증원 찬성한 적 없다...서류 제출 보류하거나 동결, 10%만 증원하라"
"교실 최대 수용 인원 10%까지만 증원한다는 데 동의한 것....대학본부와 총장이 임의로 정원 결정하면 학장직 사퇴"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경북의대 권태환 학장은 2일 "경북대 홍원화 총장에게 직접 '3월 4일 교육부에 보내는 입학정원 신청 서류 제출을 보류하거나, 현행 110명 동결, 혹은 전국 의대학장협의회가 요청한 10% 증가폭 안에서 제출하시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권 학장은 총장에게 보낸 메시지를 곧바로 총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도 공유했다. 또 총장에게 받는 메시지도 공유하기로 했다.
앞서 홍원화 총장은 에서 “경북대의 경우 의대 교수 55%가 증원에 찬성하는 상황”이라며 “신입생 정원을 현재 110명에서 250∼300명으로 늘려 달라고 교육부에 전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권 학장은 이날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대 입학정원은 정부와 의료계가 소통하고 논의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하고, 교육부는 거기에 따라 정원을 배정하는 것이다.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본부와 총장이 의대 교수들을 무시하고 의사 수를 결정하겠다는 것인가”며 분통을 터트렸다.
권 학장은 “(총장은) 교수 55%가 의대 증원을 대폭 찬성한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경북의대 교실에서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125명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요구하면 교수들은 현재 입학정원 110명의 10% 정도만 수용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이다. 대규모 증원에 찬성한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권 학장은 “이제 의대 학장으로서 수명을 다했다. 교수들은 물론 학생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라며 “총장이 입학정원 신청 서류 제출을 보류하거나 동결, 또는 10% 증가폭을 지키지 않으면 학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권 학장이 홍 총장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면 “총장께서 동아일보 기자와 인터뷰 하신 내용을 봤다. 성급하고 무모하셨다. 저는 여러 차례 총장께 대규모 증원을 하면 교육이 매우 어려워진다는 말씀과 함께 입학정원 증원은 지역의료 확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렸다”라고 했다.
권 학장은 “졸업정원제 시절 의대입학정원은 160명이었고 30% 추가로 모집해 208명을 모집한 것이니, 인터뷰 내용도 오류다. 졸업정원제 시절 학생 교육은 파행이었고, 이것을 계기로 학교의 쇠락이 시작됐던 이유도 수차례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82학번 동기이신 총장께서 졸정제를 회상하면서 현행 교육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총장께서 생각하고 추구하는 교육은 어떤 것인지, 그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질문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라며 "그렇게 하셔야 글로컬 대학이 되고 사업비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올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권 학장은 “지난 주 교육부 수요조사에서도 의대는 본부로 보내는 공문에서 '현 상황에서 입학정원 증원에 관해 찬성 논의를 하거나 증원 수를 제출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내용이었지, 증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권 학장은 “교수 55%가 증원을 찬성했다지만, 교내에서 올바른 절차를 밟아 진행한 설문도 아니었고 그분들이 희망하는 증원 폭도 불과 15명에 불과했다. 현재 교실 최대 수용 인원수 125명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갑작스런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권 학장은 “총장께서 현재 110명의 정원을 250~300명으로 증원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무엇을 어떻게 충분히 감당하신다는 말씀인가"라며 "그 내용을 반드시 의대 교수들을 포함한 경북대 전체 교수들과 학생들, 경북의대 동문과 시민들께 3월 4일 서류 제출 전에 공개적으로 먼저 밝혀달라”라고 요청했다.
권 학장은 “그렇게 해야 (동맹휴학에 나선 의대) 학생들이 설득되며 돌아올 수 있다. 그 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면 (3월 4일 교육부에) 서류 제출은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학장은 “다음주 4일 의대 교수 모두에게 의견을 여쭈어 동의를 구하고, 동의해 주신다면 학장 사퇴서를 제출하겠다”라며 “총장께서 사퇴서를 수리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지금부터 저는 학장으로서 수명은 이미 다했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장께서 대규모 증원을 해도 교육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하셨으니 어떻게 하신다는 것인지 의견을 들을 것이다”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총장께서 현 상황을 잘 생각해 3월 4일 교육부로 보내는 서류 제출을 보류하시거나, 현행 110명 동결, 혹은 전국의대학장협의회가 요청한 10% 증가 폭 안에서 제출하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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