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붕괴 수준으로 가고 있는 대형 사고다. 조국혁신당이 정부·여당과 확실하게 싸우겠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대증원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내용과 추진 과정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 데다, 일방적·강압적으로 추진되며 의료계의 거센 반발과 환자의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대를 졸업한 김 후보는 지난 정부에서 첫 여성, 첫 내부 승진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가정의학과 겸 직업환경전문의학과 전문의인 그는 지난해 3월 심평원장 자리에서 내려온 후 9월부터 강원도 태백 소재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에서 일하며 산재 환자들을 돌봤다.
그는 조국혁신당의 영입 제안을 받고 정치에 발을 들인지 불과 20여 일만에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고공행진 속에 비례 5번에 배정됐다. 조국혁신당 비례후보는 10여명이 당선권 물망에 오르면서 현재 그의 국회 입성이 유력한 상태다.
김 후보는 “주변에서 예상보다 정치가 체질에 잘 맞아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데, 정치도 결국 사람들에게 다가가 설득하고 함께해 달라고 도움을 청하는 일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아래는 김선민 후보와 일문일답.
"후회 않으려 조국혁신당 합류"…의대증원 2000명 수도권 대학병원 전공의 수급용
- 태백에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갑작스레 정치 입문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뭔가.
영입 제안을 받고 고민했다. 이것 저것 찾아보다 보니 지금 조국혁신당에 들어가지 않으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책과 관련한 일을 하면서 각 당의 정책에 대해 자문도 많이 해온 입장에서 조국혁신당은 아주 예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당이 제시한 것들과 내 생각이 맞아서 정책 측면에서 내가 지켜왔던 가치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게 첫 번째였다.
예를 들어 조 대표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권 선진국으로 가겠다고 강조하는 게 와닿았다. 건강과 의료를 인권으로 보는지, 산업으로 보는지에 따라 정책의 끝은 완전히 달라진다. 개인적으론 의료를 산업으로 보는 쪽에 굳이 힘을 보태고 싶은 생각은 없다.
조국혁신당은 사회권 선진국으로 가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나는 우리가 꿈꿔야 할 세상을 놓고 굳이 지구상 국가 중에 언급하자면 '북유럽 복지국가'라고 생각한다. 조국혁신당은 그게 선명해서 합류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물론 함께하는 사람들이 휼륭하다는 점도 결심에 큰 도움이 됐다.
-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각 대학별 의대정원 배정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우선 의대정원 증원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다만 의대 증원 정책 추진에 있어서 내용상, 과정상의 문제가 있다.
내용상 문제는 배출된 의사들을 지역에 가게 하는 정책이 없거나 모호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의대에 입학할 때부터 지자체와 계약을 맺어 일부 학생만이라도 최소 몇 년 이상 해당 지역에서 근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내용이 불충분하다. 공공의대와 관련한 내용은 아예 없다. 공공의료기관 강화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실망스럽다. 이번 정부 들어 공공의료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금기어가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의대증원이 정말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추진 과정의 문제도 크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정원 400명을 늘린다고 했을 때도 전공의들이 파업을 했는데, 2000명을 늘리면 의료계가 반발하는 건 누구나 예상 가능했다.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나갈 줄 몰랐다면 아마추어고 알았는데도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아주 못 된 것이다.
정원 배정도 자세히 살펴보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이다. 서울 소재 의대는 증원 0명이고 지방에 몰아줬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 수련병원이 있는 성균관의대, 울산의대 등을 정말 지방의대라고 할 수 있나. 실제로 서울, 경인 지역에 병원이 있는 대학들을 고려해서 다시 계산해보니 의대정원이 수도권에서만 764명 늘었더라. 수도권 정원을 1000명 가까이 늘린 셈이다. 2000명을 늘리더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늘려야 지역에 간다. 그렇게 해도 졸업생들이 전부 수도권으로 몰려 올텐데 이런 식으로 늘리면 오히려 서울은 경쟁이 과열되고, 지역 간 격차는 더 심해질 것이다.
도대체 왜 2000명을 5년에 걸쳐 늘리는 무리수를 뒀을까. 결국은 수도권 중심으로 짓고 있는 대학병원 분원들에 전공의를 수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 집단적 진료 거부 부적절…수가 현실화만으론 필수의료 살리기 어려워
- 의료계는 의대증원 등에 반발해 전공의가 사직하고 의대생들이 휴학한 상태다.
진료 현장을 떠난 건 옳지 않다. 지금이라도 빨리 병원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비슷한 일이 있을 때도 나는 항상 비슷한 입장이었고, 그것 때문에 고생을 했다. 하지만 지금도 이런 생각엔 변함이 없다. 의사는 나라로부터 독점적 지위를 부여 받았다.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진료를 거부하는 건 나라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라고 준 데 대한 배반이다. 집단의 이익을 관철하고 싶다면 (사직 등의 방식이 아니라) 반드시 국민들에게 호소를 해야 한다.
-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데 우려되는 부분은 뭔가.
이미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지 한 달이 넘었는데 정말 큰일이다. 가장 중요한 건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못받는 암 환자들이다. 다른 환자들은 2차 병원에서 치료한다고 하더라도 암환자 수술은 3차 병원에서 받아야 하지 않나. 이게 밀리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요즘 의료계가 의대증원 문제로 대응을 못하고 있지만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됐다. 국민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추진될 일이 아닌데 언론에서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으면서 슬쩍 지나갔다. 대형 수련병원들에 1년에 1800억원씩 지원하겠다는 것도 그렇고, 의사 외에 병원에 근무하는 인력들이 진료가 줄며 무급휴직을 강요받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의사를 악마화하는 것도 그렇다. 인터넷 댓글에서나 나올 얘기지 정부가 할 말은 아니지 않나.
그래도 국민들이 조금씩 이번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의사와 환자를 갈라치기 하고, 의사를 악마화하고 있는데 그걸 국민들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제는 의사들이 대국민 메시지를 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선배 의사로서 국민들을 향한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걸 의료계에 강조하고 싶다.
- 정부 입장에서 이번 사태의 출구 전략은 있을까.
정부가 어떻게 할 생각인지 근처에 물어보면 장기전에 돌입하고 있다고 한다. 그게 피해를 입고 있는 환자들을 두고 쉽게 할 얘긴가. 지금은 전대미문의 사태다. 30년 가까이 의료정책을 하면서 현장에 있었는데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협의하고 대화하고 품어 안아도 모자랄 판에 자꾸 고발하고 강경 일변도로 나가니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올 것이다.
오히려 전공의들은 정부가 면허정지까지 해버리겠다고 하니 병원 복귀에 대한 고민을 없애줘서 고맙다고 한다더라.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3개월 면허정지를 해버리면 1년 동안 의사 몇 천명 없이 지내야 한다.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 의료계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수가 현실화와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수가는 조정돼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심평원에서 오래 일한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수가만으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상대가치의 경우 조정이 있어야 한다. 저평가된 부분과 고평가된 부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상대가치라는 건 공급이 충분한 상태에서 합계를 냈을 때 되는 건데, 필수의료 혹은 공급이 잘 안되는 부분은 개별 단가를 매겨서 합하는 형태로는 절대 보상할 수 없다. 수가를 뛰어넘는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의료사고 부담 완화 문제의 경우에는 언급하기 조심스럽다. 의료계 외에 환자라는 파트너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정부만 얘기해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공공병원 확충하고 폐원 불가능 하게 할 것…공공의대·지역의사제 도입
-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어떤 정책을 펼칠 계획인가.
우리 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공공의료 확충이다. 단순히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수준이 아니다.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기존의 공공의료기관을 절대로 없애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사립병원 등을 살 수도 있다. 사실 많은 지자체가 공공의료기관을 짓고 싶어 하는데, 기획재정부에 가로막혀 있다. 공공병원 신·증설 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야 하는 이유다.
공공의료기관을 그냥 두면 자생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공단 형태의 기관을 만들어서 전국의 공공의료기관들을 지원하고 질 괸리도 해나가야 한다. 공공의료기관끼리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내용을 담은 가칭 공공의료특별법을 추진하려 한다.
인력 정책으로는 현재 국회에도 발의돼 있는 공공의대법을 추진하고, 지역의사제도 도입할 생각이다. 다들 의대정원 문제에 몰입해 있는데 사실 국민들이 가장 허리가 휘는 문제는 노인 간병, 돌봄이다. 이 부분도 우리 당이 반드시 추진할 것이다. 간병비는 지난 정부 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했는데 그보다 훨씬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금 간병비가 월 평균 400만~500만원이다. 현재 환자·환자 보호자와 간병인 간 사적 계약인 간병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비용도 사회 보장 영역에서 풀어야 한다.
의대정원 확대 문제도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하고, 간호인력도 부족하다. 간호법을 재추진해야 한다. 통상 보건복지 영역이 아니라 노동 영역에 해당되는 내용이긴 하지만 산재보험 대상을 확대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집행력을 강화하는 것도 국회에 들어가게 되면 꼭 챙기려 한다.
-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있다.
경쟁이 심한 분야라면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실패가 일어나는 부분, 특히 인구 소멸 지역에 공공의료기관을 짓는다면 오히려 의사 입장에서 시장이 넓어지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공공의료기관이 분야를 나누면 기본적은 의사들의 시장을 침해할 우려도 없다. 오히려 지역 의사들과 상생 관계를 이룰 수 있다. 나도 태백병원에 있으면서 검진 받으러 온 환자들에게 평소에 외래를 다닐 수 있는 가까운 병의원을 연계해 드리기도 하고, 흡연자들 대상 금연 서비스를 해주는 기관을 안내해주는 등의 일을 했다. 그런 게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다.
의사들도 나쁠 게 없다. 의사들이 진료 수익에 따라 월급을 받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굉장하다. 반면 공공의료기관은 다르다. 태백병원만 해도 그런 압박이 심하지 않고, 실제로 민간 병원에 갔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의사들도 있다. 태백병원에선 (수익에 대한 큰 압박 없이) 대학 수준으로 의사들이 활발하게 다학제 회의 등도 한다.
의사들은 그렇게 일해야 행복한데 아직 그런 일터가 가능하다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어차피 의대정원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의사들이 서로 치킨 게임하는 대신 행복하게 진료를 하려면 공공의료기관이 있어야 한다.
공공병원 부정적 인식 극복 가능…'문재인케어'도 효율성 높이며 복원
- 막상 공공의료기관을 지어도 환자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현실에선 의료원은커녕 지방 거점 국립대병원 조차 믿지 못해 환자들이 서울로 올라온다.
지역에 있으면 환자들에게 금방 입소문이 난다. (환자들이 공공의료기관을 기피한다는) 그런 인식은 우리 사회의 특정 사람들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국공립 어린의집의 사례를 들고 싶다. 10년 전만해도 엄마들 사이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은 탁아소냐는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 비용이 싸서가 아니라 질이 높기 때문이다. 공공의료기관이라고 뭐가 다르겠나.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인식과 프레임은 정부가 조금만 노력해도 금방 바뀔 수 있다.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국립암센터의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강화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까.
전체 재원에서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도 문제지만, 우선 의료비 내부에 낭비적인 요인이 많다. 그런 것들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주머니에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간병비만 봐도 개인이 부담하고 있지 않나. (공공의료기관 확충·강화를 위한 재원이) 그렇게 큰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문재인케어가 후퇴하고 있다며 복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보장성을 절대적으로 줄이는 것 같지는 않은데, 더 이상 확대하지도 않는 모습이다. 보장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 역대 정부 중에 보장성 강화를 하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격론이 붙은 적이 있다. 그 때도 전체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할지,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강화할지로 이견이 있었지, 보장성 강화를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한 번도 없었다. 보장성 강화가 낭비라는 지적이 있는데, 물론 낭비 요인은 줄여야 한다.
지금 상황은 마치 전기세가 오르니 냉장고와 에어컨 코드를 뽑아버리는 것과 같다. 전기세가 올라도 날씨가 더워지면 절전형 냉장고와 절전형 에어컨으로 바꿔야 한다. 보장성 강화를 비효율이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보장성을 강화하면서도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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