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역의사제' 강행처리 이유 "의대정원 확대만으론 지역·필수의료 불균형 해소 불가"

복지위 회의록 확인해보니 정부·여당 반대에도 일방적 추진...박민수 차관 "의대정원 증원 통과 먼저 도와달라"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0일 야당 주도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지역의사제는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앞두고 21대 국회 내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법안은 의대 정원 확대와 별개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의료계로부터 위헌성과 실효성 문제로 강력한 반발을 사 온 법안이다.

정부와 여당도 현 의대정원 확대를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지역의사제법 처리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무리하게 해당 법안을 추진한 까닭은 무엇일까?

4일 뒤늦게 공개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전체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민주당 의원들은 의대 정원 확대로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의 사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의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가 현 의료체계의 실질적인 문제인 필수의료, 지역의료 불균형의 실질적 대책이 될 수 없다. 지역에 의사들을 강제로 붙잡아두도록 하는 '지역의사제도'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추가적 사회적 논의 검토 필요"…국힘 "일본, 지역의사제 실패 사례 있어"

2020년 7월 27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과 같은 해 7월 30일 같은 당 권칠승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역의사법안' 등 지역의사제도 관련 법률안 두 건이 지난해 12월 18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약 4년 만에 안건으로 상정돼 민주당 일방 강행으로 처리됐다.

두 법안 모두 최근 의사 인력의 대도시 집중, 일부 전문과목으로의 편중으로 지역 간 의료인력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사 선발전형을 통해 입학한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10년간 특정 지역 또는 기관에서 의무복무할 것을 조건으로 의료인 면허를 발급하게 하는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제1법안심사소위에서 "현재 지역 간 의료인력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책으로 지역의사제 도입을 제안하는 법안의 제정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의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고 이에 대해 현재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가고 있다"며 "지역의사제도의 취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도입 방안과 규모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사회적 논의와 검토를 거친 후에 입법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도 지역의사제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일본도 지역의사제를 도입해서 장학금도 주고 의사들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했는데, 그중 75.9%가 장학금을 다시 반환하고 지역 근무를 기피했다고 한다"고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조 의원은 "일본의 젊은 의사들은 왜 정부에서 자유를 제한하느냐며 장학금을 반납하고 자유롭게 일을 한다. 즉 지역의사제도는 일본에서 너무나 실패한 제도다"라며 "현재 38개월 군무해야 하는 군의관도 너무 길어서 의사들이 1년 6개월만 근무하는 일반병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사제가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지적했다.

이에 조 의원은 "현재 의사 정원이 이슈지 않나. 의사 정원부터 먼저 통과시키고 재고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복지부 의대 정원 확대 약속에도…"단순 의대 증원으론 취지 살릴 수 없어"

박민수 차관은 이날 야당 의원들이 의대 정원 확대가 예정대로 가능한지 여러 차례 묻는 질문에 "2025학년도부터 적용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기존 학교에 모집요강을 정리하기 위한 최종 실무 데드라인이 4월 말, 5월 초다. 그때까지 인력 확대 계획을 확정하면 각 학교별 모집요강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의료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시행되더라도 효과는 10년 후에나 나오기 시작한다. 현재 의대 증원을 하더라도 필수나 지역으로 의사들이 가지 않으면 원래의 취지를 전혀 살릴 수 없다는 것은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고 의원은 "내년 4월, 5월에 준비 하다보면 선거 등 여러 가지가 겹쳐 흐지부지될 수 있다. 저번에도 발표하려다가 하지 않았다. 변수들이 계속 생겨서 2025학년도에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회에서 먼저 법안을 통과시켜서 틀만 잡으면 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김원이 의원 역시 "의대 정원 계획을 짜야하는 데드라인까지 네 달이 남았다. 그 무렵에는 총선이 있다. 2월, 3월이면 경선 시즌이다. 4월에 의사 정원 규모와 배분 계획이 마련될 때면 국회는 22대 국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신 없이 바쁠 것이다. 지금 놓치면 1월에는 국회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놓치면 의대정원 증원은 정부의 계획대로 갈지 몰라도 지역의사제는 같이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지금 지역의사제를 의논해 놓지 않으면 의대 증원을 통한 정부의 정책 목표가 달성되기 어려워진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종합하면, 민주당 역시 무작정 추진되는 의대 정원 확대가 정부가 의도하는 필수, 지역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지역의사제에 대해 난색을 표하며 "지역의사법안은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이 있고,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이 법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시간도 필요하다. 충분히 논의조차 해본적 없는 법을 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재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이어 "의대 증원 규모를 정하기 위해 노력했고 막바지에 와 있다. 지역의사제도 때문에 반대파에게 빌미를 제공하고 여러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를 믿고 충분한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복지위 통과한 '지역의사제'…10년 의무복무 어기면 면허 취소, 소요 재정 연 평균 179억

복지부와 여당의 우려에도 지역의사법안은 제1법안소위를 통과했고, 보건복지위원장 제안으로 마련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이 마련돼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지역의사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의학‧치의학‧한의학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선발해야 한다. 이 선발 전형은 해당 의과대학이 소재한 시‧도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을 선발해야 한다.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공공의료 관련 과정, 지역 내 실습과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과정을 추가로 이수해야 한다. 해당 학생들은 입학금, 수업료, 교재비, 기숙사비 등 학업에 필요한 경비를 장학금으로 지원받는다.

대신 의사 면허를 받은 이후 지역의사선발전형에서 시‧도 내에서 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지정하는 기관‧시설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해야 한다.

만약 퇴학 또는 자퇴한 사람, 해당 교육과정 졸업 후 3년 이내 국가시험에 합격하지 않은 경우, 의무복무 기간 중 의사면허가 취소된 경우,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간 지원받은 장학금에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지역의사가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해당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면허가 취소된 자는 면허가 취소된 날부터 의무복무 잔여기간 이내에 의사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역의사제도 시행에 따른 재정 소요를 추계한 결과 연간 300명씩 선발되는 장학생에게 현행 공중보건장학제도 수준인 1인당 연간 204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을 가정할 경우 2022년부터 2027년까지 6년간 총 1073억원(연 평균 179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 민주당 # 지역의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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