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지방에 부족한 건 의사가 아니라 '의사가 진료해야 할 환자'다

[칼럼]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대한의사협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요즘 의사부족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여러 매체에서 그나마 있는 의사들도 모조리 수도권으로만 몰리고 지방엔 의사가 부족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필수의료의 의사부족과 맞물리면서 정부정책에 낙수효과란 말이 등장하고 온갖 언론에 낙수효과가 도배되면서 졸지에 필수의료 의사는 물론 지방의사도 낙수의사가 돼버렸다. 

오죽하면 “선생님,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의대 다닐 때 얼마나 공부를 못했으면 여기 지방에서 저희 아버지 생명을 살리고 계신 건가요? 지금 새벽 2시인데 이 시간까지 일하시고도 월급은 제일 적게 받고 힘드시겠어요. 참, 우리 아버지 잘못되면 17억 주세요”라는 자조적 글이 묵묵히 진료에 매진하는 수만 필수 지방의사의 심금을 울렸겠나.

그런데 정말로 우리나라만 의사들이 모조리 수도권에만 몰려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지방에 의사가 없다는 말은 크게 과장됐다고 보면 된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에 발표한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라는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도시 및 지방의 인구 대비 의사 수는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인구 1000명당 1.8명의 편차가 발생하는 반면, 한국은 인구 천 명당 0.6명으로 지역간 의사 수 편차가 적었음. 

OECD 14개 가입국의 지역별 의사 수는 도시에 인구 천 명당 4.7명. 지방에 2.9명으로 도시 대비 시골 지역 의사 밀도가 61.8%에 불과함. 

한국의 지역별 의사 수는 도시에 인구 1000명당 2.6명, 지방에 2.1명으로 도시 대비 시골 지역 의사 밀도가 77.7%였음. 그러나 한국의 지방은 비교적 규모가 큰 중소도시를 의미하므로 타 국가와 비교시 주의를 요함.

이것을 풀어서 설명하면 이러하다. 어느 나라나 도시에 의사가 많고 지방엔 의사가 적은 것은 일반적인 현상인데, 그 편차가 한국은 OECD 평균에 비해서 훨씬 적었다는 말이다. 즉,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도시로만 의사들이 몰려 있지 않다는 뜻이다. 

다른 것은 OECD 평균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들고 있으면서 이런 정부 통계와 보고서는 입도 벙끗하지 않는다. 불리한 것은 숨기고 유리한 것만 주장하는 학자와 정부관료들, 그리고 거기에 호응해 환호하는 언론과 국민들을 보면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1도 없다. 

지금 지방에 부족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다. 

앞에서는 피켓을 들고 자기 지역에 의대 유치를 외치는 정치인과 지방관료조차도 정작 본인이나 가족이 아프면 서울의 대형병원만 찾아가고, 건강검진을 받을 경우에도 지역병원은 외면하고 서울의 대형병원만 찾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환자도 없는 지역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만든다고 해서 그 지역 환자들이 그 병원을 찾아줄리 만무하다. 

한국에 처음 의료보험이 시작될 때처럼 의료전달체계를 확실히 만들고 환자의 지역별 이동마저도 힘들게 장벽을 다시 만든다면 혹시 모를까, 지금처럼 모든 빗장이 다 풀린 상태로 같은 값이면 누구나 서울과 수도권의 대형병원만 찾는 현실에서 무작정 의대 정원 늘리고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서 지방의 의사부족이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하다.

어느 세월에 비급여 시장 다 채우고 남는 그 낙수의사로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채우겠다는 말인가? 

필수의료와 지방의 의료기관에서 묵묵히 정진해온 수만명의 의사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낙수의료는 그만 찾고 이제라도 현장 임상의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는 '첫 단추'라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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