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중환자 입원 가능 117병상 발표부터 오류…가용 병상 없다”

홍성진 중환자의학회 전 회장 "이대로면 중환자 의료대란 우려...전담병원 확대 등 특단 조치 필요"

가톨릭의과대학 홍성진 마취통증의학교실 교수 (대한중환자의학회 전 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위기가 온다고 말만 하는데 이미 2차 유행은 코앞까지 왔다. 현재 열악한 국내 중환자 치료 여력을 고려해 봤을 때 제2의 대구·경북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홍성진 마취통증의학교실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전 회장)는 26일 이 같이 정부의 코로나19 중환자 진료 정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당장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부족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중환자 치료 역량이 매우 열악하다는 취지다.
 
특히 홍성진 교수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령 신규 확진자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생활치료센터와 환자 전원을 수월하게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담병원을 확대하고 중환자치료 체계를 제어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 중환자 병상 546개 중 사용이 가능한 병상은 117병상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전체 중환자 병상 중 80% 이상이 이미 사용 불가 상태라는 얘기다.
 
중환자 병상 대부분(328개)이 집중돼있는 수도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가용 중환자 병상은 서울 25개, 인천 12개, 경기 5개 등에 그쳤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50명 전후로 증가하면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까지 11%이상으로 늘면서 향후 중증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상종 일반 중환자 가득…중환자 병상 남았다는 정부 계산 방식 틀려”
 
홍성진 교수는 정부 발표보다 현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사용 가능한 중환자 병상이 100병상 이상 남았다는 정부 발표 자체부터 오류라는 게 그의 평가다.
 
홍 교수에 따르면 현재 공공병원에서 대부분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를 담당하고 있고 공공병원에서 여력이 안될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중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 중 대부분이 전원 중환자들을 받을 여력이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확진자 수가 대폭 줄었던 4월과 5월에 준비해뒀던 병상들을 이미 일반 중환자 병실로 전환해서 일반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홍성진 교수는 "현재 빈 병실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미 일반 중환자들도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로 인해 병상을 비울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코로나19 환자를 받으려면 기존 인력에 2~3배를 투입해야 하고 기존 일반 환자용 병상을 줄일 수 밖에 없는데 병원 입장에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전했다.
 
중환자 병상 계산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비어 있는 중환자 음압병상이 있다고 해도 모두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홍 교수는 "병실이 음압 1인실 병상이더라도 병상까지 이동하는 통로 등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은 곳이 많아 코로나19 환자가 당장 수용될 수 없는 병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병상까지 모두 가용 병상으로 계산하고 있다"며 "당장 중환자들이 조금만 더 늘어나면 진료 대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입·퇴원 기준 완화도 필요하지만 전담병원 확충 더 ‘시급’
 
정부도 중환자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최근 입·퇴원 기준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중앙임상위원회가 제시한 확진자 격리해제 기준 개선방안을 조속히 시행한다"고 밝혔다.
 
중앙임상위는 저위험 환자는 자가격리나 생활치료센터 전원을 적극 고려하는 등 입원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퇴원 기준을 대폭 낮추면 최대 59.3%의 추가 병상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관련기사=코로나19 중증 진행률 1.8% 불과…“장기화 대비 입·퇴원 기준 획기적으로 완화해야”]
 
그러나 홍성진 교수는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중환자 진료 역량 강화가 부족할 것으로 평가했다. 물론 꼭 필요한 환자만 입원할 수 있도록 조치해 병상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증환자부터 중증환자까지를 아우를 수 있는 원스톱 진료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아무리 경증 환자더라도 코로나19 특성상 중증으로 악화되는 기간이 매우 짧은 특징이 있다. 그러나 현재 생활치료센터는 현재 격리 수용소정도 역할 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센터에서 급격히 악화된 환자들을 제때 곧바로 수용하고 진료할 수 있는 병상과 중환자 치료 인력 등이 갖춰질 수 있도록 입원치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홍 교수는 코로나19 전담병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경증환자부터 중증환자까지 모두 수용이 가능할 수 있는 전담병원 확충이 필요하며 전담병원은 생활치료센터에서 전원되는 환자들도 우선적으로 받아 진료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경증과 중증 사이 연계를 얼마나 유연하게 할 수 있는지가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시행돼야 할 조치로 그는 중환자 컨트롤타워 설립을 꼽았다. 입원과 퇴원 기준을 완화해 병상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길게 봤을 때 '윗돌을 빼서 아래 구멍을 막는 역할'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중환자 치료 역량 강화하기 위해선 우선 위기 상황 시 가용할 수 있는 중환자 의료장비, 인력, 병상 수를 정확히 조사하는 것 부터 시작"이라며 "거점병원 중환자실 운영모델을 기반으로 경증환자까지 입원할 수 있는 공공거점병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일된 정책 기조를 가지고 수행하려면 종합적인 컨트롤타워는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위중환자는 50명 가량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폭발적으로 환자가 늘어날 때도 60명 정도였다"며 "이미 지금은 2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학회 등 의료계에서 대책마련을 위해 정부에 건의를 하고 있지만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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