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 릴리, GLP-1에 힘입어 상반기 매출 31% 증가…노보·암젠·AZ 매출 증가율 20% 기록

화이자, 상반기 11% 감소했으나 분기 매출은 증가세로 돌아서…로슈, 코로나 관련 매출 감소 영향 벗어나

키트루다 매출 142억달러 기록, 엔허투 매출 49% 증가…휴미라 매출 30% 이상 줄었으나 애브비 총매출 늘어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24년 상반기 GLP-1 계열 당뇨병·비만 치료제에 힘입어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가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큰 폭으로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릴리의 반기 매출은 30% 넘게 증가했고, GLP-1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역시 매출 증가율이 20%를 넘었다.

26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주요 상위 글로벌 제약사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 제약사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매출 감소 영향을 떨쳐내고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을 큰폭으로 증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릴리와 노보, 암젠(Amgen),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매출 증가폭이 인상적이었다.

생산량 늘며 효자 노릇 톡톡히 한 GLP-1, 릴리와 노보 매출 증가율 31%·24% 기록

릴리의 상반기 매출액은 200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매출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품목은 GIP/GLP-1 이중작용제 터제파타이드 성분의 마운자로(Mounjaro)와 젭바운드(Zepbound), CDK4/6 억제제 버제니오(Verzenio, 성분명 아베마시클립)였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2분기 생산량 증가로 재고 수준이 개선되며 성과가 두드러졌다. 릴리 측은 2분기 동안 인크레틴 도매업체 이월 주문을 대부분 이행해 도매업체 재고 수준과 전반적인 제품 가용성을 모두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릴리 당뇨·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미국 내 공급부족 해소…국내 출시도 앞당길까]

대표품목인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생산 확대 시기와 속도에 대한 명확성이 높아지면서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릴리는 2024년 연매출 예상치를 기존 424억~436억 달러에서 454억~466억 달러 사이로 30억 달러 상향했다.

릴리 데이비드 릭스(David A. Ricks)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제조 시설 확장 계획을 진전시키면서 2분기 마운자로, 젭바운드, 버제니오가 견고한 재무 실적을 이끌었다"면서 "암, 신경질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들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매우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노보 역시 GLP-1 수용체 작용제 제조시설에 계속 투자하며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최대 시장인 미국 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반기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과 만성 체중 관리 치료제 위고비(Wegovy)로 판매되고 있는 블록버스터 GLP-1 수용체 작용제 세마글루티드에 힘입어 상반기 매출은 24% 증가한 1334억 덴마크크로네(약 197억3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북미 사업 매출은 36% 증가했으며, GLP-1 당뇨병 부문 매출은 32%, 비만 관리 부문은 37% 성장했다.

노보 라스 푸르에가드 요르겐센(Lars Fruergaard Jørgensen) 사장 겸  CEO는 "2024년 상반기 매출 성장에 만족하며, 이를 통해 연매출 추정치를 높일 수 있었다"면서 "GLP-1 기반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대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매출 성장이 이뤄졌으며, 앞으로도 혁신적인 치료제를 통해 더 많은 환자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GLP-1 없이도 상반기 매출 20% 가량 늘어난 암젠과 AZ, 다양한 제품군 골고루 성장

암젠은 GLP-1 제품 없이도 상반기 매출이 21% 증가했다.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프롤리아(Prolia, 성분명 데노수맙), 이베니티(EVENITY, 성분명 로모소주맙), 레파타(Repatha, 성분명 에볼로쿠맙), 테즈파이어(TEZSPIRE, 성분명 테제펠루맙), 블린사이토(BLINCYTO, 성분명 블리나투모맙), 타브네오스(TAVNEOS, 성분명 아바코판) 등 12개 제품이 2분기 두 자릿수 이상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이 외에도 판매 초기 단계에 있는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의약품이 실적을 견인했다.

암젠 로버트 브래드웨이(Robert A. Bradway) 회장 겸 CEO는 "강력하고 균형 잡힌 시장 내 제품 포트폴리오와 빠르게 발전하는 혁신 의약품 파이프라인을 통해 우리는 매력적인 장기 성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제품과 제휴 의약품의 지속적인 매출 성장에 힘입어 상반기 매출이 18% 증가했다. 사업부 별로는 종양학 22%, CVRM(심혈관·신장·대사) 22%, R&I(호흡기·면역) 22%, 희귀의약품 15% 성장률을 기록했다.

블록버스터 HER2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의 2분기 매출은 3억4400만 달러로 49% 늘었다. HER2 양성 및 저발현 유방암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고 암종불문 적응증에 대한 조기 출시도 매출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파트너사인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와의 합계 매출은 상반기 17억7200만 달러에 달한다.

아스트라제네카 파스칼 소리오(Pascal Soriot) CEO는 "5월 투자자의 날에서 2030년까지 총 매출 8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새로운 매출 포부를 밝혔다. 이는 이미 승인된 의약품과 후기 단계 파이프라인에 있는 의약품 모두에서 상당한 성장 잠재력이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올해 우리는 5건의 긍정적인 3상 임상 결과를 발표했고, 이는 우리의 성장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우리는 ADC, 이중특이성, 세포 및 유전자 치료, 방사성접합체, 체중 관리 의약품 등 여러 혁신 기술에서 고무적인 진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들 모두 2030년 이후 우리의 성장을 견인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1위 키트루다, 상반기 142억달러 기록…과거 1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50억달러대로 하락

현재 글로벌 매출 1위이자 MSD의 대표 품목인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상반기 매출이 18% 늘어난 142억1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덕분에 MSD 총 매출은 9% 상승했다.

키트루다의 매출 상승을 이끌어낸 주 요인으로는 삼중음성유방암과 신세포암, 비소세포폐암을 포함한 초기 단계 적응증의 글로벌 침투 증가, 전이성 적응증의 강력한 글로벌 수요 지속이 꼽혔다.

MSD 로버트 데이비스(Robert M. Davis) 회장 겸 CEO는 "올해 상반기를 마감하면서 강력한 모멘텀을 보이고 있다. 윈리베어(Winrevair, 성분명 소타터셉트) 출시를 포함해 회사와 환자를 위해 중요한 마일스톤을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트루다 이전 글로벌 매출 1위였던 애브비(AbbVie)의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는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와 본격적으로 경쟁하면서 상반기 매출이 50억8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7% 줄었다. 그러나 후속 제품인 스카이리치(Skyrizi, 성분명 리산키주맙) 매출이 46% 성장한 47억3500만 달러, 린버크(Rinvoq, 성분명 유파다시티닙)은 57.3% 증가한 25억2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이를 상쇄했다.

면역학 외에도 종양학과 신경과학 포트폴리오에서 매출이 늘면서 상반기 총 매출은 267억7200만 달러로 2.6% 늘었다.

애브비 로버트 마이클(Robert A. Michael) CEO는 "우리 사업은 계속해서 매우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2분기 실적은 예상을 의미 있게 앞질렀다. 휴미라 외 성장 플랫폼의 상당한 모멘텀과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파이프라인의 진전을 바탕으로 우리는 최고의 장기 전망을 달성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매출 감소 영향 줄었다…로슈 분기 매출 성장률 가속화, 화이자 코로나 정점 이후 첫 성장 기록

로슈(Roche)는 실적발표에서 상반기 그룹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지만 코로나19 제품 관련 매출 감소가 더 이상 전체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2분기 그룹 매출 성장률은 9%로 가속화됐다고 보고했다.

제약사업부에서 주요 성장 동력은 안과 의약품인 바비스모(Vabysmo, 성분명 파리시맙)다. 바비스모는 미국을 중심으로 모든 지역에서 수요가 증가하면서 18억 스위스프랑(약 20억89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이 외에도 유방암 치료제 페스코(Phesgo, 성분명 퍼투주맙/트라스투주맙),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오크레부스(Ocrevus, 성분명 오크렐리주맙), 혈액암 치료제 폴라이비(Polivy, 성분명 폴라투주맙 베도틴),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에브리스디(Evrysdi, 성분명 성분명 리스디플람)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로슈 토마스 쉬네커(Thomas Schinecker) CEO는 "혁신 의약품과 진단 제품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바탕으로 2024년 상반기 강력한 매출 성장을 이뤘다. 2분기에는 코로나19 매출 감소의 영향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가속화돼 그룹의 매출이 매우 견고하게 성장했다. 이러한 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전체 수익 전망을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화이자(Pfizer)는 빅파마 가운데 유일하게 상반기 매출이 11% 감소했다. 다만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화이자 데이비드 덴튼(David Denton)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총괄부사장은 "코로나19 매출이 정점에 달했던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요한 것은 2분기 비 코로나19 제품의 영업 매출이 14%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상업적 실행에 지속해서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용 기반을 재조정한다는 전략적 우선순위를 뒷받침하기 위해 비용 재조정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 제조 최적화 프로그램의 첫 번째 단계를 발표하면서 향후 마진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2024년 초 집중도와 속도,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시젠을 통합하고 상업 조직을 변경했다. 특히 바이오제약 보고 대상 부문 내 화이자 항암제 사업부, 화이자 미국 커머셜 사업부, 화이자 인터내셔널 커머셜 사업부를 신설했다.

코로나19 제품을 제외하고 2분기 성장을 주도한 요인으로 4가지를 꼽았다. 첫번째는 2023년 430억 달러에 인수한 시젠이다. 시젠의 2분기 매출은 8억4500만 달러였다. 이 외에도 빈다켈(Vyndaqel) 제품군 매출은 전 세계적으로 71% 증가했고, 제네릭과 경쟁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엘리퀴스(Eliquis)는 미국과 유럽의 특정 시장에서 비판막성 심방세동 적응증에 대한 시장 점유율이 늘면서 전세계 매출 8% 상승했다. 2022년 바이오헤이븐 파마슈티컬(Biohaven Pharmaceutical)을 116억 달러에 인수하며 확보한 편두통 치료제 너텍 ODT(Nurtec ODT, 유럽 제품명 Vydura) 매출도 44% 성장했다.

화이자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회장 겸 CEO는 "우리는 전사적으로 탄탄한 실행을 통해 2024년 전략적 우선순위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2분기에 인수한 여러 제품과 주요 자체 브랜드의 최근 상업적 출시를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의 강력한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특히 종양학 포트폴리오에서 탁월한 성장을 이뤘으며, 시젠(Seagen) 제품의 매출 기여도가 높았다"면서 "전반적으로 2024년 상반기 실적에 고무돼 있으며, 우리는 계속해서 회사를 발전시키며 강화하면서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연매출 예상치를 595억~625억 달러로 10억 달러 상향 조정했다. 시젠의 기여를 포함하고 코로나19 제품인 코미나티(Comirnaty)와 팍스로비드(Paxlovid) 매출을 제외하면 2023년 대비 전체 매출 성장률은 9~11%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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