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명칭부터 지정기준까지 체질 개선…9월 구조 전환 시범사업 추진

중증·응급진료에 집중‧일반 병상 수 축소‧전공의 비중 축소하고 중환자실 확대‧전문의와 진료지원간호사 비중 확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노연홍 위원장.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체질 개선을 위해 명칭부터 지정평가 기준까지 전부 개편할 준비 중인 가운데 9월부터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 근로에 의존하지 않고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운영돼 중증‧응급‧희귀질환자가 최우선으로 충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11일 정부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개최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확립을 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일반병상 줄이고 중환자 병상 확대…전문의‧진료지원인력 비중 확대, 전공의 수련 여건 개선

이날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은 비슷한 환자군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로 의료의 질보다는 병상 확장에 치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용이 많이 드는 숙련된 인력을 채용하기보다는 전공의들이 장시간 근로를 담당하는 구조가 지속됐고, 환자들은 증상과 질환에 관계없이 서울 소재 대형병원으로 쏠리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이에 특위는 우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진료협력, 병상, 인력, 전공의 수련이라는 5대 구조 혁신을 추진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위원회는 첫째, 상급종합병원이 중등증 이하 환자 진료는 대폭 줄이고 중증·응급 등 꼭 필요한 환자 진료에 집중할 때 좋은 평가와 보상을 받도록 성과 기반 보상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둘째로 진료 협력과 관련해 기존의 형식적 진료 의뢰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상세한 의사 소견과 진료기록이 첨부된 전문적 진료 의뢰로 전환하기로 했다.

셋째, 상급종합병원 일반 병상은 지역별 실정을 고려해 최대 15% 감축하고, 대신 중환자 병상은 확충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의 병상당 전문의 기준 신설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복지부는 최근 논란이 된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에 따른 병상 증가 문제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신설 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조치가 어렵다.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신‧증설되는 병상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병상 숫자를 감축해야 한다는 것은 기존 병원과 신설될 병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문제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넷째 인력 체계는 전문의와 진료지원간호사 등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운영체계를 확립하기로 했다. 간호사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전문의와 진료지원간호사 팀 지원 등 업무를 재설계해 전공의 진료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정 단장은 "대학병원 중 많은 경우는 전공의 비율이 50%가 넘는 병원도 있다. 평균적으로 30~40% 수준인데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상급종합병원이 환자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장애 요소가 되기도 한다"며 "전공의 비율은 내년 이후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율 등을 통해 특정 병원에 과도하게 전공의가 배정되지 않도록 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전공의 배치와 관련해 "현재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가 70%지만, 전공의가 전문의가 돼 근무하는 곳은 60% 이상이 중소병원 이하 개원가다. 이에 1차 의료기관도 수련 네트워크 프로그램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전공의 수련 체계 개선을 위해 정부는 전공의 근무 시간을 80시간에서 60시간, 연속근무시간은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오는 9월부터 3년간 전공의 연속근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 확대를 위해 지도 전문의 확충 및 수련 비용의 지원 등을 시행한다.

상급종병 명칭 변경도 추진…시범사업 거쳐 2027년 제6기 상급종병 지정 연계한 본사업 추진
 
사잔=보건복지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방향'

복지부는 이날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시행계획도 발표했다. 

정 단장은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명칭이 3차 병원으로서 최고난도의 환자들을 봐야 하는 대형병원의 역할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국민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그런 측면에서 적절한 명칭이 무엇인지에 관해 의료개혁특위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상급종합병원의 명칭 변경 개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복지부는 해당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에는 중환자실, 입원료, 중증 수술 수가를 인상하고 응급진료에 필요한 당직 등 대기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보상하는 등 시범 수가를 도입할 예정이다.

본사업은 시범사업을 거쳐 제6기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는 2027년부터는 추진되며, 이 과정에서 상급종합병원의 명칭 변경과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기준 개편도 검토한다.

구체적으로 고난이도 전문진료질병군 비율 하한을 높이는 방안, 환자 분류 기준에 환자 상태와 난이도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재분류하는 방안, 필수의료 진료기능을 중증응급, 심장, 뇌, 중증외상, 고위험분만, 중증소아 등으로 재정립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와 더불어 의료기관 직능별 적합질환군과 평가기준, 권역 내 필수의료 환자 책임을 평가하는 지표 신설, 환자 건강개선 성과와 진료비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진료 효과성 지표 신설 등도 논의 대상이다.

노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방안 시범사업은 7월 중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하고, 8월 개최하는 6차 특위에서 최종안을 발표해 9월 중 착수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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