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의대증원 정책 물러서면 의사의 미래는 없다" 전공의들, 파업 스탠바이

대전협 대의원총회 사전 분위기, 업무개시명령 의식하면서도 단체행동 찬성...의대생들도 동맹 휴학 준비, 인턴은 포기

사진=챗GPT가 그려준 한국 응급의료의 급박한 현장.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계가 설연휴 이후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확대 정책을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각 지역의사회 주도로 개별 집회를 열기로 했다. 

특히 12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지난 2020년 의료계 파업 당시 단체행동을 주도했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정부가 전공의들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전공의들의 명단을 파악하고 수련병원장들에게 전공의 감시를 요청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의료법 59조2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폐업해 환자 진료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의료인의 경우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결격 사유로 인정돼 면허까지 취소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전공의들, 업무개시명령 의식해 대전협과 병원별 공지 따라 파업 '스탠바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2일 오후 9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대의원총회를 통해 단체행동을 포함한 의대정원 증원 반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단독 행동이 아닌 단체행동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대전협은 140여개 수련병원 1만여명의 전공의가 응답한 단체행동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8.2%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결과를 5일 공개했다. 특히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전체 참여율은 86.5%, 전국 17개 국립대병원 전체 참여율은 84.8%에 달했다.

대전협 박단 회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의사들을 통제하려는 정책들로 가득하다"라며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은 의대증원을 통해 낙수 효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물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리고자 애쓰는 한 명의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불철주야 같이 일하는 전공의들의 동료로서, 잘못된 정책에 함께 분노하는 의대생들의 선배로서, 그리고 부모와 형제의 건강을 걱정하는 한 명의 가족으로서, 대한민국 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빅5병원인 A수련병원 전공의는 “파업 찬반 투표에서 파업에 찬성하는 전공의들이 압도적이었고 누군가 파업하자고 하면 바로 뛰쳐나갈 수 있을 정도로 스탠바이하고 있다”라며 “이번 전공의 4년차들은 전문의 시험을 이미 마친 상태에서 파업이 시작되면 펠로우 계약을 하지 않고 다같이 병원을 이탈하는데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B수련병원 전공의는 “파업 찬반 투표결과 찬성률이 90%에 달했다. 어차피 2월은 전공의 연차가 끝나는 시기이고 3월에는 새로운 연차가 시작하는 손바뀜의 시기다"라며 "전공의들의 긴장감이 높은 시기인 만큼 파업을 하면 차라리 잘 됐다고 보는 입장이 많다. 묵묵히 평소대로 일하면서 파업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방 C수련병원 전공의는 "어느 때보다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면서도 최상위 성적으로 의대에 진학한 세대다"라며 "지금 1,2년 의사로 근무하지 못할 각오를 하더라도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의사로서 평생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 선봉에 나서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논의하고자 한다"고 했다.  

의대생들 동맹휴학 준비 태세...본4 졸업생 인턴 연차는 인턴 포기도 모색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대협)는 대전협의 움직임에 연대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의대생들도 동맹휴학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의대협은 공지를 통해 “학교별로 정책대응위원회 TF를 구축해 내부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단위별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주길 바란다”라며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는 만큼 학교별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합하고 학생들에게 정보를 전개할 조직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지방 D의대 본과 학생은 “2020년 의대정원 증원 반대 파업을 이미 경험했던 세대로 의대생들 사이에서 현재 동맹휴학까지는 어느 정도 공론화가 돼 있다”라며 “대신 의대생들이 개인 행동을 하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어 의대협 차원이나 의대TF 공지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행동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E의대 본과4학년 학생은 이미 졸업한 상태로, 의대생 단체 행동에 참여하진 못하고 있다. 다만 인턴을 시작하는 중요한 연차인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의대 졸업생은 “인턴을 하더라도 레지던트 때 인기과에 들어가지 못할 수 있어 전공의를 하지 않고 일반의 상태로 취업을 하려는 동기들이 많다. 이번에 파업을 하게 되면 인턴 자체를 포기하고 취업하거나 군대를 가고, 진짜 의사를 하려면 한국이 아닌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을 준비하는 길도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고려의대 안덕선 명예교수는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으론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존의 필수 의료자원의 효율적 분배부터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라며 "2025년 한 해에 2000명의 정원을 늘리는 단기적인 관점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 양성과 국가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특히 업무개시명령으로 전공의들을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세계 의사회 어디에도 없다. 영국, 프랑스 등은 의사들이 날짜를 사전 예고하고 응급실, 분만 등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파업이 이뤄진다"라며 "단체행동은 의사들의 합법적인 권리다. 의사의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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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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