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10명 중 3명만 혈당 목표 달성…제7판 개정 진료지침에 따른 당뇨병 치료전략은

여의도성모병원 권혁상 교수, 초기 적극적인 치료 중요성 강조…목표 도달 못할시 증량 또는 다른 약제와의 병용요법 권고

사진: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당뇨병은 지난 100년 사이 불치의 병에서 관리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동반질환 등 환자 상황에 맞는 개별화된 치료를 고려하는 추세로까지 이어지며 그 치료법이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있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는 제34차 춘계학술대회에서 2년만에 개정한 제7판 당뇨병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업데이트된 진료지침에서는 근거수준을 연구설계에 따라 구분했고, 권고등급은 대상자 중 권고안의 적용범위에 따라 '일반적 권고(대부분 환자에게 적용함)'와 '제한적 권고(일부 환자에게 조건에 따라 제한적으로 적용함)' 2가지로 분류했다. 또한 당뇨병 약제치료는 경구약제와 주사제를 통합했고, 혈당조절 중심에 따른 약제선택과 동반질환 유무에 따른 약제선택을 분리해 권고했다.
 
특히 약제치료에서 혈당조절 실패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진단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했고, 강력한 혈당강하효과를 중점적으로 고려한다면 주사제를 포함한 치료를 우선하도록 했다. 또한 심부전을 동반한 환자에서는 심혈관 이익이 입증된 SGLT-2 억제제를 포함한 치료를 우선 고려하도록 하는 등 동반질환에 따른 약물요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위원회 위원으로 '2021 당뇨병 진료지침' 개정에 참여한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혈관질환과 심부전, 만성신질환 등 동반질환을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의 치료 전략을 중심으로 최근 개정된 진료지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은 당뇨병…당뇨약 9종류나 있지만 치료 받는 사람은 60% 불과
 
권 교수는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는 성인 인구의 14%로, 65세 이상 노인 3명 가운데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을 정도로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서구화된 라이프 스타일로 인한 비만 인구 증가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당뇨병 환자는 향후 지속해서 증가해 2040년에는 약 4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뇨병을 가진 성인 10명 중 6~7명만이 본인의 상태를 인지하고 있고, 치료를 받는 사람도 10명 중 6명 수준인데다, 10명 중 3명만이 당화혈색소(A1C) 6.5% 미만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 지적했다.
 
권 교수는 "당뇨약은 전세계적으로 12개 종류가 있고, 우리나라도 9개 정도 있지만 당뇨병 혈당조절 목표 도달률은 답보 상태에 있다. 이유는 복합적인데,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진료현장에서 짧은 시간 내 환자의 생활패턴이나 식습관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혈당조절에 어려움을 겪던 젊은 환자를 입원 후 관찰해보니 하루에 한끼만 먹고 인슐린에 하루에 3번 맞고 있었다거나, 치료를 잘 지속하던 80대 당뇨병 환자가 치매 증상이 오면서 하루 4번 주사를 챙겨줄 사람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등의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는 노력 중 하나는 환자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이고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된다"며 "예를 들어 초기부터 강력한 혈당 강하기 필요한 경우에는 주사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동반질환에 따른 약물요법도 구체화…GLP-1 유사체의 권고 수준 높아져
 
새롭게 개정된 '2021 당뇨병 진료지침' 개정안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먼저 권 교수는 "당뇨병 치료에서 초기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 혈당조절 실패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진단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부분이 추가됐고, 목표 A1C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기존약제의 증량 혹은 '조속하게' 다른 약제와의 병용요법을 시행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혈당 조절이 되지 않을 때 기존 치료를 계속 유지하는 패턴을 버리고 빠르게 액션을 취하라는 부분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는 2019년 VERIFY 연구가 바탕이 됐다.
 
권 교수는 "동반질환에 따른 약물요법도 구체화돼 '심부전을 동반한 경우 심혈관 이익이 입증된 SGLT-2 억제제를 포함한 치료를 우선 권고한다'고 새로 명시했다. 이어 기존 진료지침과 동일하게 죽상경화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는 병용요법시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 중 심혈관계 혜택이 입증된 약제가 우선 고려하도록 권고됐다"면서 "알부민뇨가 있거나 사구체 여과율이 감소한 경우와 같이 만성신장질환 동반 환자라면 신장 이익이 입증된 SGLT-2억제제를 포함한 치료를 우선 고려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권 교수는 "당뇨병 약제 치료 가이드에서 분리돼 있었던 경구제와 주사제를 하나로 모아 정리했다. 이는 경구제와 주사제를 분리하는 권고사항이 주사치료를 미루려는 경향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주사제를 통해 강력한 혈당조절이 필요한 환자에게 2019년 진료지침에서는 기저 인슐린과 GLP-1 유사체를 동일 선상에서 권고하되, 기저 인슐린에 조금 더 무게를 두었던데 비해 이번 개정안에서는 GLP-1 유사체가 기저인슐린 및 혼합형 인슐린과 같은 등급으로 권고됐다.
 
권 교수는 "이러한 권고안의 배경에는 트루리시티 등 장기지속형 GLP-1 유사체들이 기저인슐린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와 비교한다면 GLP-1 유사체의 권고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면서 "참고로, 현재 미국당뇨병학회는 우리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주사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GLP-1 유사체를 기저 인슐린보다 앞서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GLP-1 유사체가 인슐린은 아니기 때문에 인슐린 분비능이 많이 결핍되고 인슐린으로만 치료가 가능한 환자군에서 GLP-1 유사체를 우선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당뇨병학회에서도 GLP-1 유사체가 기저 인슐린에 비해 혈당 강하에 제한이 있다는 점 때문에 인슐린분비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환자에게는 기저 인슐린을 쓰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 밖에도 개정 지침에서는 연속혈당모니터링 기기의 활용을 적극 권고하고 운동요법을 세분화해 제시하는 등 최신 임상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제 및 기술, 운동 요법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했다. 근거 수준의 강도도 수정됐다.

 
고위험군에서 GLP-1 유사체 권고 배경이 된 REWIND 임상연구

권 교수는 "GLP-1 유사체는 당뇨병 환자의 통합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주목받게 된 치료제다"면서 "국내외 주요 당뇨병 진료지침은 우선 권고할 2차 치료제 중 하나로 GLP-1 유사체를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한당뇨병학회는 GLP-1유사체를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와 낮은 저혈당 위험 측면에서 높은 등급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는 심혈관 질환의 예방 혜택이 확인된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며 "미국당뇨병학회 역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동반했거나 동반가능성이 있는 환자, 만성신부전환자에게 심혈관계 혜택이 입증된 GLP-1유사체나 SGLT-2억제제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심혈관질환 및 신장질환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GLP-1 유사체 임상연구로 세계 24개국 제2형 성인 당뇨병 환자 9901명을 대상으로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결과를 평가한 REWIND 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연구에서 둘라글루타이드는 심혈관계 관련 사망, 치명적이지 않은 심근경색 또는 치명적이지 않은 뇌졸중을 포함한 복합 평가 변수인 MACE의 최초 발생까지 기간의 위험을 12% 감소시켰다.

권 교수는 "2007년 로시글리타존 성분제제에 심장병 발생 및 사망위험을 높인다는 메타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모든 당뇨병 치료제는 심혈관계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심혈관계결과임상(CVOT)을 진행해야 한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이드라인이 신설됐다. 당시만 해도 어차피 안전하다고 나올텐데 굳이 연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공식화될 정도로 크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2015년 EMPA-REG OUTCOME이 나오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바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 보다 획기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 REWIND다. REWIND는 현재까지 진행된 당뇨병 치료제 심혈관계 결과 연구 가운데 베이스라인 기준 당화혈색소 중앙값이 가장 낮은 연구(7.2%)이자, 심혈관계 질환 확진 병력이 거의 없는 환자가 상당수 포함됐고 특히 동양인에게 많은 뇌졸중에 대한 결과가 긍정적이었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면서 "미국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이 1차 치료에 실패한 동반질환을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SGLT-2억제제나 GLP-1 유사체를 권고하기 시작한 것도 REWIND가 발표되고 난 이후다. 고위험군에서 GLP-1 유사체를 권고하게 된 굉장히 큰 이론적인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

맞춤형 치료의 필요성 높아져…환자의 라이프 스타일 관련 많은 정보를 의료진에게 전달해야
 
권 교수는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은 1998년을 기점으로 10년 주기로 큰 변화를 맞이했다. 이전까지는 혈당조절을 잘했을 때 합병증이 예방된다는 증거가 없었지만, 1998년 이후 2형 당뇨병 환자가 혈당조절을 열심히 했더니 합병증이 예방된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에 따라 진료지침도 빠르게 변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8년에는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고 동반질환이 있으면서 나이가 많은 환자들에게 당화혈색소 수치를 큰 폭으로 낮췄을 때 오히려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ACCORD 연구를 통해 밝혀지면서, 고위험군에게서는 정상혈당까지 빠르게 떨어뜨리는 것보다는 혈당조절목표를 개별화해 저혈당 없이 혈당 조절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2018년에는 미국당뇨병학회와 유럽당뇨병학회 등 국제 진료지침에서 메트포민으로 1차 혈당 조절에 실패하면, 심혈관계질환이나 신장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환자에게는 관련 이익이 입증된 SGLT-2억제제 혹은 GLP-1 유사체를 우선 고려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권 교수는 "이런 과정 속에서 개별화된 맞춤형 치료의 필요성이 커졌다. 때문에 환자분들에게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의료진에게 주시라는 말씀드리고 싶다. 당뇨병 치료제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맞춤치료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환자분들을 만나보면 최신의 약제와 기기와 등장하고 있는데도 당뇨병을 둘러싼 잘못된 인식이나 오해를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주사치료에 대해서는 심리적 거리감이 크다"면서 "강력한 혈당 강하, 동반질환 관리 등을 위해 주사치료가 필요한 경우들도 있고 최근에는 투약편의성을 개선한 치료제도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단순한 두려움이나 제형에 대한 선호가 아니라 자신의 임상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떤 치료제가 가장 적합할지 전문의와의 상담으로 통해 선택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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