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법 본회의 통과에 분노하는 의료계 “수술 가능 병원 찾아다닐 수도"

외과계‧교수‧전공의 등 의료계 전역 분노 표출…8월 31일은 의료 역사에 뼈아픈 오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수술실 CCTV 설치법이 끝내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외과계를 포함한 대학교수, 전공의 등 직역을 가리지 않고 의료계 내 공분이 커지고 있다.
 
법안이 시행된 이후 다양한 부작용으로 인해 문제가 속출하면서 국내 의료기관 수술시스템이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우선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법이 통과를 대한민국 의료역사의 뼈아픈 오점으로 평가했다. 특히 의협은 향후 법안의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법안의 잠재적 해악을 규명해 부작용 등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법안 통과 직후 성명서를 통해 통과된 수술실 CCTV법안에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의협은 "전 세계 유례없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1년 8월 31일은 대한민국 의료 역사에 뼈아픈 오점을 남긴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인권과 자율의 가치를 지향하는 이 시대에 의료는 거꾸로 감시와 통제라는 후진적이며 관치적인 잣대로 속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협은 "이번 법안 통과가 대한민국 의료계 후퇴의 정점으로 남을 최악의 사태임에 분명하나, 협회는 이 법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고자 한다"며 "법안 유예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법의 독소 조항들이 갖고 있는 잠재적 해악을 규명하고, 선량한 수술 집도의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에 직접적 영향이 많은 외과계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방어수술이 조장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각 병원과 관련 학회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신경외과학회 김우경 이사장은 법안 통과 직후 "다양한 부작용이 많지만 CCTV설치에 따라 의사들이 소극적으로 수술에 임하게 될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며 "예외 조항이 포함되긴 했지만 의사에 따라 촬영을 원하지 않을 경우 환자가 오히려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으러 다녀야 하는 새로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대리수술 등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건복지부가 CCTV가 아닌 자율징계 권한을 의료계에 넘겼어야 한다"며 "아무런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전문가평가제 등 시범사업은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전공의들도 향후 수술 등 제대로 된 수련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회장 당선인은 "지금까지는 전공의들에게 집도 기회가 열려 있던 부분도 앞으론 예외조항이 있더라도 제한될 가능성이 많다. 수술이 많은 일부 진료과와 병원들도 이 부분에 있어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전협도 이 부분과 함께 외과계열 기피과 문제에 대해 복지부와 국회 측에 꾸준히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 당선인은 국회 법사위 통과 이전에 법안을 막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아쉬운 마음도 토로했다.
 
그는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의협에서 나서 1인 시위도 진행되고 투쟁 얘기도 나왔는데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가 아니었나 싶다"면서 "현실적으로 투쟁동력이 없는 현재 집단행동은 어려워 보이고 유예기간 동안 수술실 CCTV 동의 등 구체적인 부분에 있어 개선의 여지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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