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이외 공간, 내시경 수면마취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대상이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 환자 진료정보 보호 의료법 등과 상충하는 CCTV 설치법 헌법소원 심판 필요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오는 9월 25일 시행을 앞둔 수술실 CCTV 설치 및 촬영의무는 관계법령에 근거해 시행될 예정이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수술실 CCTV 설치관련 시행 적용 범위 안내'라는 공문에서 '의료법 제 38조의 2 제2항에서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은 전신 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장면을 설치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으로 촬영해야 한다는 규정과 관련해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란 전신마취 또는 계획된 진정 (수면마취)등으로 수술을 시행하는 동안 환자가 상황을 인지 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수술실은 '의료법 제 36조에 따른 시행규칙 제34조 및 별표3.4 에 따라 시설기준과 규격을 갖춰 신고한 수술실'을 의미하며 임상 검사실과 회복실과는 구분된다고 했다. 

복지부의 발표대로라면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말하는 '수술실'이 아닌 장소에서 수면마취로 수술 및 시술을 했을 때 해당 공간은 CCTV 의무 설치 공간이 아니다. 수면마취 시술 또는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실이 아닌 다른 이름의 공간에서 이뤄진다면 CCTV 관련 법 조항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말하는 수술실은 주로 정형외과, 신경외과, 외과, 신부인과 등 외과적 수술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전신마취만 해당하며, 수술실에서 이뤄지는 수면진정마취가 CCTV 설치 대상에 해당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또한 수술실에서 이뤄지는 수면마취는 포함되지만 수술실 이외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수면마취는 CCTV 설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 


CCTV 설치 장소는 '수술실'이라고 명시 

의료법 조문 자체에 CCTV 설치 장소는 '수술실'이라고 명시돼 있다. 법안심사 과정에서도 조문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경우에만 CCTV를 촬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하루에도 수천 건 시행되는 수면 내시경을 진정마취를 반드시 수술실에서 하라고 하기에는 어려우며, 현실적으로 진정마취를 수술실로 강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법적인 취지를 고려해 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선명하게 정리했다고 하지만,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검사실, 진료실 등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수술실'을 의료기관 시설 변경 신고를 통해 '처치실'로 명칭을 변경, 신고한다면 CCTV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까지 가능하다.  

분명한 핵심은 수술실이 아닌 기관의 CCTV 미설치에 따른 위험 판단 확인은 뒤로 하고서라도, 수술실 시설로 신고된 기관은 CCTV 설치 대상이라는 데 있다. 다만 소규모 의원이면서 수술실이 설치된 의료기관도 시설 기준 규정을 지키기에는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데 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시설기준 미달 전체를 의료기관의 귀책사유로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나와 있는 시설 기준과 규격에 따르면 수술실에는 하나의 수술대만 둬야 하고 환자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먼지와 세균 등이 제거된 청정한 공기를 공급할 수 있는 공기정화설비를 갖추고 내부 벽면은 불침투질로 해야 한다. 난방, 조명, 멸균 수세, 수술용 피복, 붕대 재료, 기계 기구, 의료가스, 소독 및 배수 등 필요한 시설을 갖춰야 한다. 콘센트 높이는 1m 이상 유지하고 호흡장치의 안전관리 시설을 갖춰야 한다. 수술실에는 기도 내 삽관 유지 장치, 인공호흡기, 마취 환자의 호흡 감시 장치, 심전도 모니터 장치를 갖춰야 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부담스러운 시설비용 때문에 수술을 포기하게 만드는 과도한 규정에 해당한다. 간단한 수술은 전신마취보다 국소마취나 척추마취, 진정마취를  선호하는 것이 의원급 의료기관이라는 현실에서 수술실 CCTV는 수술실 내에서 이뤄지는 전신 마취만 해당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수술실 이외의 공간에서 진정마취시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CCTV 등의 시설 기준 미비 책임을 더 물을 수 있어 환자감시장치를 추가해야 한다. 의료사고 예방을 위한 것이라면 CCTV 설치 강제화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기본 침해하는 수술실 CCTV 설치법 

이 뿐만이 아니다. 의료인을 대상으로 업무 공간에 CCTV 설치・운영을 의무화한 법안으로 시행되는 CCTV 설치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로 ‘공개된 장소’에 ‘범죄예방 등’을 위해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의료인의 윤리적・법적 의무인 환자의 비밀유지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의료법 제19조와 형법 제317조 제1항,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승인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도 상충한다.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 및 의료진의 사생활과 자율권 침해, 초상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의사를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또한 분쟁 소지 예방을 위한 의사의 소극적 진료 야기, 진료권 위축 및 의학 발전 저해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례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를 강제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개인정보보호가 발달된 나라에서는 환자 비밀유지는 환자의 절대적 권리이고 의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직업윤리 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유럽에선 유럽연합국가의 협약과 조약에 의해 개인의 정보와 환자의 비밀 준수 등은 절대적 불가침 영역으로 간주되며, 환자의 비밀 보장에 대한 엄격함은 의료윤리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입법으로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될 경우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목적이 정당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목적의 정당성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입법의 목적이 헌법 및 법률의 체계상 정당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최소한 침해하고자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의료인에게 환자비밀 준수 의무를 강제함으로써 환자의 진료정보를 엄격히 보호하고자 하는 의료법, 형법과 상충돼 법률의 체계상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기본권을 제한하려 하는 경우 다른 수단을 찾아본 후 침해되는 이익이 최소화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의료인의 자유 또는 프라이버시를 제한하는 수단을 법제화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이 환자안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의료사고를 예방하며 무면허의료행위 등 범죄를 단속하는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헌법소원 제기 이후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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