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환자 생활습관 교정에 디지털 치료제 활용 가능성

김주영 교수·강재헌 교수 "의사들이 환자 치료에 디지털치료제 활용하려면 EMR 연계로 모니터링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비만은 간과하기 쉬운 질환이지만 치료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질환이다. 약물치료는 기간적인 한계와 부작용 문제가 있고, 식단·운동 교정도 중단시 바로 다시 체중이 더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지속적으로 생활습관을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디지털치료제(디지털치료기기, DTx)를 활용하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사들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EMR 연동 통한 모니터링 필요

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주영 교수는 3일 열린 2021년 대한디지털치료학회 창립학술대회 디지털치료의 의료분야 활용 현황 세션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활용 가능성을 밝히면서, 의사들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전자의무기록(EMR) 연동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주영 교수 대한디지털치료학회 창립학술대회 영상 갈무리.

김 교수는 "비만 환자가 체중을 빼겠다고 생각하면 몸의 여러 시스템이 깨진다. 먹는 걸 줄이게 되면 열량소비가 줄고 기초대사량 저하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다"며 "전두엽의 인지기능이 떨어지면서 배가 불러도 계속 먹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키면 되지만 치료과정은 매우 어렵다"며 "약물을 통해서 전체 체중의 5~8% 감량이 가능하고 세미글루타이드는 15%까지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으나, 약물 치료는 평생 이어갈 수 없고 끊으면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마지막 보루가 위 절제술인데 이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가야 하는데, 이 역시 중단하면 다시 돌아가게 된다. 지속가능한 저열량 식단을 해야 한다. 실제 스코틀랜드 일차의료기관 46곳에서 2년간 단백질 쉐이크 식단의 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 평균 10kg이 빠졌고 당뇨병도 치료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식사와 운동 습관 교정은 지속적인 코칭 없이 혼자만의 의지로 하기에는 역부족인데, 최근 눔, 오마다 등 다양한 코칭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으며, 김 교수 역시 중기부 과제로 라이프로깅이라는 모니터링 앱을 마련해 연구한 결과 상당한 효과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앱 개발과 함께 처방가능한 식이요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고단백 보충 조저열량 대체제 복용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는 연구며, 2달간 진행한 결과 대체식 복용군은 7kg를 감량했고, 저열량 복용 비교군(대조군)은 4.6kg이 감량했다"면서 "대조군도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는데, 이는 영양사가 카카오톡을 통해 지속적으로 코칭했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치료제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중간결과에 따라 대체제와 디지털치료제(앱)를 같이 처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유지단계에서는 메타버스 개념을 적용해 모니터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디지털치료제는 비만, 정신건강 등 약물이나 기기의 효과가 낮지만 행동변화가 계속 이어져야 하는 분야에 반드시 필요하다.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밝혔다.

다만 "앱을 가지고 비만클리닉에 응용해 봤을 때, EMR과 연계가 안 돼서 환자 상태를 분석하고 결과를 모니터링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면서 "디지털치료제를 활성화하고 의사-환자간 관계를 이어가려면 반드시 EMR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만 뿐 아니라 만성질환 관리에도 효과적…암환자 관리·근골격계 질환 예방·진단에도 활용 필요

이날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만성질환 관리에서의 디지털치료 적용의 긍정적 효과를 발표했다.
 
사진 =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 대한디지털치료학회 창립학술대회 영상 갈무리.

강 교수는 "행동교정이 필요한 영역에서 디지털치료제가 매우 강점이 있다"면서 "현재 국내 의료체계는 수술, 약물치료 등은 잘 갖춰져 있으나, 행동요법 교정이나 식사관리 등은 대형병원이든 의원급이든 방치돼 있다. 이로 인해 OECD 비교 지표 중에서 만성질환 관리율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같은 만성질환 관리 부실은 합병증 증가로 이어지고, 진료비 증가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면서 "현재 정부에서 일차의료기반 모델을 개발 중이지만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곳이 많아 정기적인 환자관리를 이끌기 위해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는 단계다. 일환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환자의 라이프로그를 분석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파악한 후, 자동으로 환자의 행동 수정과 처방 변경 등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소규모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에 참여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의료진들도 당뇨병 환자들의 공복혈당, 식전혈당, 식후혈당 등의 지표가 대폭 줄어드는 것을 확인해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 교수는 "연말까지 파일럿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본사업에 들어가려고 한다. 효과, 안전성, 경제성평가까지 시행해 유의미한 차이를 보고 급여에 적용할 예정"이라며 "사업 확대에 있어 EMR과 수가청구가 허들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건복지부의 논의를 통해 수가청구가 한 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서 의료 데이터 표준화, API 통합관리 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대병원 외과 이규언 교수는 내분비·대사성 질환에서 디지털치료제 활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실제 당뇨병, 대사증후군, 신부전 뿐 아니라 식도암 환자 체중 관리, 췌장암 환자 영양상태 관리 등 암환자까지 디지털치료제를 활용했을 때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했다.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송해룡 교수는 초고령화사회에서 골관절염, 근감소증 등 근골격계 질환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디지털치료제를 활용해 해당 질환의 진단기준 미비, 비효율적인 진단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예방과 수술 후 관리의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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