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디지털치료학회가 3일 강북삼성병원 C관에서 창립 후 첫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대한디지털치료학회는 지난 10월 디지털 치료에 관한 연구와 정착을 도모하기 위한 학술교류 활동을 통해 의료와 공익에 기여하는 것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다. 108명이 창립회원으로 참여했으며, 학계∙산업계를 망라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디지털치료제의 성공적 임상현장 도입을 위해 모였다.
이날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로 열린 창립학술대회 역시 코로나19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임에도 오프라인 현장에 수많은 이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김재진 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개회사를 통해 “디지털 치료는 근거 기반으로 실제로 치료가 가능한 앱을 추구해야 한다”며 “그런면에서 산학협력이 굉장히 중요했고, 학회가 필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고 창립학술대회를 열게 된 감회를 밝혔다.
신의료기술평가, 디지털치료제 가치 상대성 반영 불가...환자 참여율 높일 유인도 필요
첫 세션 연자로 나선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신재용 교수는 ‘디지털치료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표하며 디지털 치료제의 지향점과 미래에 대해 제언했다.
신 교수는 먼저 디지털 치료제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통적 의료행위 등과 달리 디지털 치료제의 경제성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미지수인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불방식 문제도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상대가치 수가 체계에선 어렵고, 행위로 지불할지, 치료재료로 지불할지에 대한 부분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의료공급자는 관련 서비스에 대해 수가를 받아야 하는지, 받는다면 책임과 제공하는 서비스는 무엇인지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디지털 치료적 중재에 대해 연간 2000유로까지 선지불하는 내용의 합의를 도출한 바 있으며, 의료공급자에 대한 수가도 초진 관련 2유로, 모니터링 및 평가에 대해 7.62유로를 책정해 놓은 상태다.
신 교수는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해선 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와 시간에 대한 상대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디지털 치료제 뿐 아니라 다른 디지털 헬스케어기기 역시 해당되는 문제란 지적이다.
가령 관련 전문의가 충분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그렇지 못한 지방의료원에서 CDSS(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가 갖는 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신의료기술평가는 기존 행위 대비 명백한 진단능력 향상을 별도 보상 기준으로 삼고 있어 이런 지리적 상황을 반영치 못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도 코로나19 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평소보다 가치가 커진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4월 일시적 규제완화를 통해 알킬리(Alkili)사가 ADHD 디지털 치료제를 선출시하도록 허용한 바 있다. 이후 2개월의 추가 검토를 거쳐 최종 시판을 결정했다.
신 교수는 “이런 부분에 대해 학계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정부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자와 기업 입장에선 환자들이 디지털 치료제를 꾸준히 사용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동기부여와 보상을 통해 지속적으로 디지털치료제를 활용토록 하는 게 중요한데 이 같은 요소에 대해선 아직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작용기전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면 이제는 디지털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 처방하는 의사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가심사 필요원칙 세 가지 중요...정부 R&D 지속 투자와 산업 활성화 기반 마련해야
식약처 의료기기심사부 한영민 주무관은 디지털치료기기(디지털 치료제) 허가심사 시 필요 원칙 3가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첫 번째 원칙은 신청제품에 대한 전향적 임상시험 자료 제출이다. 기존 일반 의료기기의 경우 본질적 동등성 제도가 있어 기허가된 제품과 본질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이 입증되면 임상시험 자료 제출이 면제되지만 디지털치료제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주무관은 “소프트웨어의 동등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어 본질적 동등성 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며 “전향적 임상시험을 실시해 유효성을 확보한 제품만 허가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두 번째 원칙은 치료 기전에 대한 부분으로 신청 제품의 치료 기전에 대한 근거자료가 없을 경우 탐색적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 주무관은 “국내외에 치료기전에 대한 근거가 없을 경우 허가를 못 받는것이냐고 우려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엔 탐색적 임상을 통해 근거를 마련한 후 임상시험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제품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자료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세 번째 원칙은 실사용증거(RWE)를 통한 지속적인 유효성 근거 마련이다. 잘 설계된 임상시험 환경에서 나온 결과가 실제 변수가 많은 리얼월드에서도 동등한 효과를 보이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이다.
한 주무관은 “세번째 원칙은 현재로선 권고하는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법적으로 의무화를 해보려 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라며 “허가 이후 큰 관건이 보험인데 여기서도 중요하게 보는 것이 실사용 근거”라고 말했다.
한 주무관은 향후 국내 디지털치료의 발전을 위한 정부의 과제로는 선제적 투자와 산업 활성화 기반 마련을 꼽았다.
그는 “최근 5년간 디지털치료 관련 정부 R&D 투자가 연평균 25.3%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런 투자가 반짝 지원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제품을 쓰는 것에 대한 리스크는 잘 알지만 허가받은 제품들이 현장에서 사용돼야 시장 활성화와 선순환이 가능하다”며 “식약처도 허가된 이후 활용을 통해 성공사례를 축적하고 의료진, 환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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