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 제도 이후 유독 늘어난 '로얄' '성골'…이번 기회에 의대·의전원 특례 입학 전수조사하자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97화.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 특례 편입학 논란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사람에게 열려 있는 기회라는 것은 맞다.”

지난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의대 특혜 입학 의혹에 관해 이철희 전 의원이 한 말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자녀들의 특례 편입학 문제가 제기되며, 다시금 유력 인사들의 의대 특례 입학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번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의 논란은 조국 전 장관의 사례보다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례와 비교해 보는 것이 맞다. 박원순 전 시장의 자녀는 서울대 역사상 전무후무 단 한 명, 미대에서 법대로의 전과생이다. 하지만 수많은 의혹에도 전과라는 정성적 절차에서 법적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정호영 후보자의 자녀도 현재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 의혹 또한 주관적 평가가 일부 이뤄지는 편입학이라는 제도의 특성상 위조 표창장이나 가짜 논문이 아니라면 법적 문제를 찾아내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그들이 입학할 자격을 입증할 수도 없을 것이고 의혹은 지속될 것이다. 객관적 자료는 없고 그들은 엄연히 의대 내에서 교수, 병원 관계자들의 자녀를 일컫는 ‘로얄’이니까.

미국의 명문 대학들은 지원자 부모가 학교 동문이면 레거시(Legacy) 제도라는 이름 하에 특별 입학의 기회를 준다. 레거시의 뜻은 ‘유산’이다. 그 뿐만 아니라 기부금을 내고 입학하는 것도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서는 상식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객관화된 실력을 중시해 왔다. 나는 그런 공정에 대한 사회적 까다로움이 우리 사회의 신뢰를 유지해 왔다고 생각한다. 공정한 평가 앞에서는 아무리 힘이 있더라도, 재벌이라도, 시험장에 벤츠를 타고 왔든, 스포츠카를 타고 왔든 , 교문 앞에 내려 경쟁자들과 나란히 들어가는 자녀 뒷모습을 보며 부모는 손이 발이 되도록 하늘에 빌어야 했다. 

하지만 정량적 평가에 대한 비판이 지난 20년간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정성적, 주관적 평가를 통한 입학의 기회는 계속 넓어져 왔다. 의학전문대학원과 로스쿨 도입 당시에도 그런 우려가 무척 높았다. 하지만 MEET, LEET 라는 정량적 평가가 개입됐기 때문에 그런 우려를 그나마 불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체감했듯, 의학전문대학원 이후 '로얄', '성골'이라 불리는 병원, 학교의 이해관계자들이 유달리 많아졌던 경험이 있다. MEET, LEET라는 허들이 있는 대학원이 아닌 그마저도 없는 편입학 제도에서 그런 느낌은 말해 무엇하리.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의대 특례 입학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하자고 나섰다. 조국 전 장관 사태나 박원순 전 시장의 사례에서는 왜 이런 적극적 액션을 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지만, 신 의원 주장에 대찬성이다.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평가적 방향을 외면하고 양심을 저버린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일말의 공포심이라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런 공포심이 그나마 우리 사회의 신뢰를 유지하는 마지막 남은 허들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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