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원격의료를 '전면' 실시한다굽쇼?

보건복지부의 황당한 보도자료 낚시질




31일 보건복지부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엔 기자의 눈길을 확 끄는 게 있었다.
 
 
'일본,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전면 실시'


얼마 전 일본 원격의료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내용을 정리한 바 있는 기자는 보도자료 제목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제목에 썩소가 나왔다.
 
"참, 애쓴다."
 
 
거기엔 진정한 고수가 있었노라!!
 
'일본,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전면 실시'
 
그동안 영세한 전문지의 한계를 딛고 클릭수 좀 늘리고자, 수많은 낚시성 제목을 고민했던 기자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보도자료다.
 
기레기가 낚시를 할 때도 일말의 양심이란 게 있는데, 보건복지부의 뻔뻔함은 기자가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진정한 고수가 바로 저기에 있다.
 
 
국내 정부 기관이 남의 나라 정책을 굳이 보도자료까지 뿌리는 것도 문제지만, 새로울 게 없는 소식을 제목까지 뻥튀기하면서 홍보하는 이유도 납득이 안된다.
 
일본 정부가 맘먹고 실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낚시성 제목의 핵심 내용은, 원격의료가 가능한 민간 애플리케이션의 일본 내 출시다.
 
그리고 올해 2월 이미 국내 언론들이 관련 소식을 전한 바 있다.

 
파이낸셜 뉴스의 2월 기사

 
민간 앱 출시가 전면실시?
 
일본 정부는 작년 8월 일본 의사법 20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고시를 통해, 몇 가지 원격의료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했다.
 
1. 원격 진료 지역을 낙도 및 산간벽지 환자에 제한할 필요가 없다.
2. 별표 표시(재택 당뇨병 환자 등 9종류의 환자군) 이외의 질환도 원격 진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3. 대면 진료는 원격 진료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

이런 고시를 일본 의료계는 '해금'이라는 단어로 표현했고, 원격의료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몇몇 헬스케어 업체들이 원격의료가 가능한 서비스를 준비했고, 그중에 한 업체가 서비스 시작을 4월로 예고한 바 있다.
 
결국,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는 한 일본 민간업체의 서비스 상용화를 알리는 홍보 자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쯤 정부의 보도자료를 받아 적은 언론들에 의해, 일본이 국가주도 원격의료를 '전면' 실시한 나라가 돼 있을 지 모르겠다.
 

관련기사 - [원격의료, 딴나라 이야기] 일본


일본과 한국의 의료 환경 차이점
 
남한보다 4배나 큰 국토를 자랑하는 일본은 수십년 전부터 취약지역의 의료 전달이 고민이었다.
 
이런 환경 때문에 대형병원 수련의들이 취약지의 의료기관에 파견 가서 일하는 게 흔하고, 왕진 서비스 역시 활성화됐다.
 
본격적으로 물꼬가 트인 건 작년 8월이지만, 일본 원격의료는 보건복지부의 표현처럼 '전면적으로' 하루아침에 시행한 게 아니다. 
 
일본 원격의료는 이미 D to D(의사-의사간)의 경우 40년, D to P(의사-환자간)의 경우 20년 전부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의료법에 대한 고시를 추가해, 원격의료에 대한 길을 터줬지만, 무리한 확장은 제어했다.
 
그래서 국내와는 반대로 오히려 의료인이 일본원격의료학회라는 단체까지 만들어, 원격의료 도입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지리적인 환경에 대한 일본 의료계의 공감,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정책 적용을 천천히 확장한 덕분에, 아직 원격의료에 대한 일본 의사의 저항이 크게 이슈화된 적은 없다.
 
 
제대로 된 시범사업이나 쫌!!
 
현재 국내에서 원격의료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 의견을 같이하는 게 있다.
 
원격의료가 가능한 의료 기술이라면 가능한 데로,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은 데로 근거를 빨리 찾아달라는 것이다.
 
정부에서 의학적 효용성 혹은 대면 진료와의 동등성을 인정해줘야, 찬성자든 반대자의 의견이 모일 수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참여자에게 혈당체크기 같은 의료기기를 선심 쓰듯 돌리고, (원격의료) '좋아요' 획득이나 자랑질하는 건 시범사업이 아니라 마케팅에서 하는 일이다. 
 

#일본 #원격의료 #메디게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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