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은 보험업계 "요양·헬스케어서비스 규제 개선 해달라"

저출산 고령화 가속화로 의료비 부담 증가...요양시설 비급여 확대,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 공공빅데이터 활용 등 주장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 정성희 실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보험업계가 요양서비스·헬스케어산업 확대를 위한 규제 개선과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속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진 보험업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과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공동 주최로 ‘보험산업 리스크 관리&신사업 활로는’이라는 제하의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장에는 다수의 보험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발제자로 나선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 정성희 실장은 보험산업이 위기에 봉착한 이유로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꼽았다.
 
정 실장은 “저연령 인구의 지속적 감소는 새로운 보험의 수요를 억제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저출산 고령화 가속화로 건강보험 재정과 개인 의료비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생명보험은 지속적으로 명목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고, 손해보험은 명목 경제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하고 있다”며 “2019년, 2020년에 이례적으로 고성장했지만 2021년 이후 과거 저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요양서비스, 민간기업 참여 활성화 지원 주문...헬스케어서비스 규제 '모호' 지적
 
정 실장은 보험업계가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요양서비스업과 헬스케어산업 관련 규제 개선,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을 꼽았다.
 
먼저 요양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장기요양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성 질환 위험에 노출된 인구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인인구 편입, 코로나19로 인한 다인실 요양시설 기피 등으로 양질의 요양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정 요양기관의 수와 질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지정 요양기관 수는 부족하고, 국내 요양시장은 영세 개인사업자 중심의 구성 등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형 법인들은 높은 초기 투자비용, 불확실한 수익성 탓에 요양사업 진출에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실장은 보험사를 비롯한 민간기업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회사 등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초기 비용부담 완화, 투자 인센티브 제공 등이 필요하다”며 “요양시설 내에서 비급여로 운영가능한 항목을 확대하거나 비급여 항목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헬스케어서비스 사업과 관련해서는 데이터 3법 등 지속적인 규제 개정으로 보험사의 헬스케어서비스 산업 진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여전히 규제 측면에서 어려운 점이 존재하다고 꼬집었다. 비의료기관이 행할 수 있는 헬스케어서비스 제공 범위가 명확치 않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아직도 의료법상 의료·비의료행위의 구분이 모호하고, 헬스케어서비스 제공범위에 대한 판례·법령해석 의존 등으로 보험사가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정 실장은 단계적 비의료기관의 헬스케어서비스 제공 범위의 확대를 위해 복지부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개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 내에 ‘공신력 있는 기관’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 실장은 “현행 복지부 가이드라인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 발표하는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비의료기관의 조언·상담을 허용하고 있는데, 공신력있는 기관이 국제기구, 정부, 의료관련 학회 등으로 한정돼 있다”며 “이 범주에 의료기관을 포함해달라”고 했다.
 
이 외에 ▲AI·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건강위험 예측 서비스 허용 ▲복지부 법령 해석 사례 주기별 공시 ▲공공부문 주도 국민 건강증진·예방 사업에 민간 부문 투자 증진 확대를 위한 검토 등도 언급했다.
 
정 실장은 실제 자회사를 통해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 중인 미국의 유나이티드 헬스그룹, 중국의 핑안보험 등 해외 보험사들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특히 그는 “핑안굿닥터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 헬스케어 이커머스는 앱을 통해 건강식품, 약제, 의료기기도 판매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보험사 자회사의 업무 범위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라며 자회사 업무범위의 포괄주의(네거티브) 방식 전환도 제안했다.

공공의료데이터 개방 시너지 낼 것..."의료계·시민단체 우려는 오해" 주장
 
공공데이터 개방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데이터 3법으로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민간기업들의 공공의료데이터 접근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보험사들의 데이터 제공 요청에 대해 미승인 결정을 내렸고, 이후 재심의 일정을 잡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 실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갖고 있는 양질의 공공의료데이터를 보험업계가 가진 금융정보와 결합한다면 국민 후생 증진 뿐 아니라 국가 혁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개방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어 “일부 의료계, 시민단체 등은 보험사가 공공의료데이터를 보험료 할증, 보험가입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이는 공공데이터가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방되는지를 몰라서 빚어진 오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공공의료데이터는 엄격하게 비식별 처리된 가명 정보로 개인특정 및 추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실제 건보공단은 7단계의 정보보호 방어체계 하에서 개인정보가 식별 또는 유출되지 않게 엄격한 보안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위해 국무총리 산하 ‘데이터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데이터 활용이 활발해지면 향후 유병자·고령자 대상 상품, 중대질환 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보험상품·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 정성희 실장 국회 토론회 발표 자료.

요양·헬스케어산업서 조정자·지불자 역할...공공데이터 개방 혜택은 국민이 봐

이 같은 정 실장의 의견에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도 공감을 표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홍석철 교수(서울대 건강금융센터장)는 “생명보험과 건강보험은 사망과 건강 리스크에 따른 소득 및 의료비 손실 보장이 목적이라면, 요양과 헬스케어 서비스는 적극적 건강 리스크 관리를 위한 수단”이라며 “이제는 좀 더 적극적인 건강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헬스케어는 보험사의 부수업무로 타당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보험사는 조정자와 지불자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요양·헬스케어 서비스는 고객의 미래 건강위험 평가, 맞춤형 서비스 설계, 건강모니터링 등 여러 영역에 걸쳐 밸류 체인을 갖고 있고, 의료서비스 시장, 제약산업, 혁신 스타트업 등 다양한 공급자와 연계가 중요해 이를 통합하고 리드할 조정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민영건강보험의 지불자 역할을 통해 요양·헬스케어 산업의 밸류 체인을 창출할수 있다”며 “보험사는 고객 리스크 관리에 대한 유인이 상당히 높고, 전통적으로 보험업이 금융뿐 아니라 의료산업의 영역에도 걸친 융합적 특성이 있어 조정자와 지불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홍 교수는 요양·헬스케어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뿐 아니라 보험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단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민간의 적극적 참여 유도와 자발적 시장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면서도 “보험사들은 신규 서비스 확대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잇도록 소비자 후생 개선의 확신을 보여줘야 한다. 산업적 편익 극대화 목표뿐 아니라 공익성 기여도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회장도 “요양산업 규제 개선, 헬스케어산업 확대, 공공데이터 개방, 자회사 업무범위 확대 허용 등에 모두 찬성한다”며 “규제 혁파를 외치고 있는 윤석열 정부 하에서는 보험사가 신시장, 신상품을 마음껏 개발해 시장 수요를 창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보험사의 요양·헬스케어 산업은 보험사의 상품과 연계돼야만 실효성이 있다”며 “보험상품에 요양, 간병, 개호, 건강관리 등 실물급부형 상품이 허용돼 상품과 산업이 연계돼야만 실효성이 발생한다”고 했다.
 
공공데이터 개방과 관련해선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통계적 활용으로 개인정보나 정보 주권 등의 문제는 없다”고 했다.
 
이어 “민영보험사가 활용하지만 정확한 위험율 산출로 혜택은 국민,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라며 “치매상품의 경우 우리나라 치매 발생율을 확보할 수 없어, 일본이나 유럽의 위험율을 할증해 적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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