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참여한 스웨덴 웁사라대 히자지 교수 "CHA2DS2-VASc 점수체계보다 정확하고 정밀"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을 예측하는 평가도구로 CHA2DS2-VASc 점수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0년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 처음 포함된 이후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대한부정맥학회 2018 심방세동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CHA2DS2-VASc 점수 체계를 이용하는 것을 권장(Class I, Level of evidence A)하고 있다.
CHA2DS2-VASc 점수는 과거에 사용되던 CHADS2를 보완해 좀 더 세밀하게 뇌졸중 위험요인을 고려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 점수에 포함된 성별 요인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으며, 아시아인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새로운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뇌졸중 위험 평가 지표 'ABC 점수(ABC Score)'에 대한 논문이 2016년 과 2월호에 게재됐다. ABC 점수는 나이(Age), 질병 과거력(Clinical History)과 함께 바이오마커(Biomarkers)의 수치를 계산해, 심방세동 환자의 출혈 위험을 낮추면서 뇌졸중 위험을 막는 맞춤 치료를 가능하도록 하는 점수체계다.
이 연구에 참여한 스웨덴 웁살라대학교(Uppsala University) 순환기내과 지아드 히자지(Ziad Hijazi)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CHA2DS2-VASc의 한계 및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위험예측의 임상적 유용성을 소개하고, 글로벌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NOAC) 처방 트렌드를 공유했다.
현재 사용되는 CHA2DS2-VASc 점수의 두 가지 한계
히자지 교수는 CHA2DS2-VASc의 한계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이 점수가 20여년 전 그 당시 여러가지 변수들을 기반으로 개발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히자지 교수는 "특정 질병이나 문제를 발생시키는 위험인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도나 가중치가 바뀌기 때문에 최근 위험요소가 반영된 새로운 점수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들어 10~20년 전까지만 해도 환자들이 고혈압을 가지고 있느냐가 환자의 뇌졸중 위험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며 "그러나 오늘날에는 훌륭한 고혈압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돼 고혈압 관리가 잘 되다보니 고혈압이 갖는 중요도는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하나의 리스크 점수가 갖는 의미가 국가나 지역, 데이터 수집 시기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는 문제다.
히자지 교수는 "예로 하나의 리스크로 CHA2DS2-VASc 점수가 1이라고 나온다 했을 때, 동일한 리스크임에도 어떤 국가에서는 연 뇌졸중 리스크가 연간 0.5%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어떤 국가에서는 2%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면서 "CHA2DS2-VASc 점수가 개인의 치료를 결정하는데 사용되므로 고정된 점수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RISTOTLE 분석결과 뇌졸중 예측에 4개 변수가 높은 상관관계 가져
히자지 교수는 "항응고제의 사용으로 뇌졸중 위험을 줄어드는 반면 출혈위험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을 정밀하게 맞춰 처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CHA2DS2-VASc 점수의 한계를 고려 환자들의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보정된 점수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ABC 점수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연구배경을 밝혔다.
ABC 점수에 대한 연구는 ARISTOTLE 연구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ARISTOTLE 연구는 심방세동 증상 환자 1만 820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데이터 베이스 연구로, 이 연구에서 환자들에 대한 바이오마커 데이터가 확보돼 있었기 때문에 ABC 점수를 위한 분석이 가능했다.
히자지 교수는 "ARISTOTLE 연구를 바탕으로 심방세동 환자들에 있어서 뇌졸중 위험을 예측하기 위해 어떤 인자 또는 변수들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을 하는가를 살펴본 결과, ▲뇌졸중 과거력 ▲심장트로포닌 T(cardiac troponin T) ▲NT-proBNP ▲연령 등 총 4가지 변수가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졸중 발생 위험과 상당이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히자지 교수 설명에 따르면 연구에서 ABC 점수와 기존에 사용되고 있었던 CHA2DS2-VASc 점수를 비교했을 때, ABC 점수가 CHA2DS2-VASc 점수에 비해 심방세동 환자들에 있어 뇌졸중 위험을 훨씬 정확하고 정밀하게 잘 예측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자지 교수는 "많은 연구자들과 심장내과 전문의들이 기존의 CHA2DS2-VASc 점수가 한계가 많다는 점을 공감하고 있는 상태다"며 새로운 점수체계 채택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ABC 점수체계를 한국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히자지 교수는 "지리학적 하위연구는 아직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아시아나 다른 지역 및 인종에 대해서도 점수 보정이 잘 될 것으로 보고있는 상황이다. 이는 곧 국제회의에 발표될 것이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현재 ABC 점수는 ESC의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있다"면서 "하지만 새로운 연구결과나 신약, 새로운 리스크 점수 등은 본격적으로 채택되기까지 1~2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ABC 점수도 채택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ABC 점수 시스템이 전세계적으로 폭넓게 채택이 되기전까지는, 비록 한계를 지닐지라도 CHA2DS2-VASc 점수를 사용하는 것이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좋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NOAC 선택 폭 넓어진 것 환영…와파린 이어 아스피린도 대체할 것
히자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NOAC의 처방과 시장 점유율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스웨덴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해 NOAC 처방이 늘고 있고, 와파린보다 NOAC 처방이 더 많아진 상황이다"면서 "스웨덴에서는 전반적으로 아픽사반을 표준치료로 우선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BC 점수 연구 기반이 되는 ARISTOTLE 연구에도 참여했다. ARISTOTLE은 심방세동 환자에서 와파린 대비 아픽사반의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감소 효과를 확인한 대규모 임상연구다. 연구 결과 아픽사반이 와파린보다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위험을 21% 유의미하게 낮췄고, 주요 출혈 위험 또한 31% 낮췄다.
히자지 교수는 이 연구에서 아픽사반이 출혈에 대한 위험을 낮추면서 뇌졸중 위험도 낮췄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는 NOAC 제제 가운데 아픽사반만이 가지는 특징이다"며 "특히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들은 신장을 통해 제거되는 기전을 가진 약물을 사용했을 때 신경이 쓰이거나 우려될 수 있는데 아픽사반은 이런 환자군에서도 안전하면서 출혈 위험 감소도 우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여러가지 NOAC 제제들이 나와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환영하는 상황이다. 제제들이 각기 다른 약물동력학적 특징, 상호작용, 기전을 가지고 있어 이 가운데 환자에게 적합한 약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며 향후 심방세동 환자가 동반한 넓은 범위의 질환에서 NOAC이 와파린에 이어 아스피린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도 심방세동 환자에서는 아스피린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히자지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에서는 아스피린이 출혈 위험을 높이는 것 대비 효과가 미미하거나 적어 심방세동 환자에서는 아스피린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와파린 치료 부적합 심방세동 환자에서 아픽사반과 아스피린을 직접비교한 AVERROES 연구에서 아픽사반의 출혈 발생률은 아스피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뇌졸중이나 전신색전증 위험은 아피스린보다 55% 가량 줄이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저용량 처방이 많은 것에 대해 "NOAC마다 감량할 수 있는 기준이 다르다. 한 가지 NOAC에 익숙해 다른 NOAC에 대입하는 것은 부적절하게 너무 낮은 용량을 처방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적절하게 용량이 조절된 것이 아닌 저용량 사용 환자들은 표준용량이나 적절용량 대비 뇌졸중에 대한 보호 효과를 효울적으로 누리지 못한다"면서 "환자에게 표준용량을 처방했을 때 주요 출혈 등 우려와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데이터를 보면 표준용량을 쓰는 것이 적합한 환자에서는 이상반응을 많이 일으키지 않으며, 고령이나 신기능 저하 환자에서도 이는 잘 밝혀져 있다. 약의 허가사항에 준해서 처방하는 것이 가장 유일하고 적합한 기준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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