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만들고 보자? 의대 추진 국립대들, 교육은 '뒷전'

19일 포럼서 의대 신설 계획 공개한 국립대들, 의대 인증 기준도 못 맞춰...의학계 "교육 중요성 무시한 망발"

권역별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설립 공동포럼 모습. 사진=안동대 유튜브 채널 중계 영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립대들이 의대 유치에 앞다퉈 나서고 있지만 현행 의대 인증 기준도 맞추지 못하는 의대 설립 계획을 내놓는 등 정작 교육 문제는 뒷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국립대들의 무분별한 의대 신설 추진이 ‘부실 의대’란 오명 속에 폐교됐던 서남의대의 비극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립공주대∙국립목포대∙국립순천대∙국립안동대는 19일 충북 청주 H호텔 세종시티에서 ‘권역별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설립 공동포럼’을 열고 지역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포럼에선 5개 대학의 기획처장들이 발표를 맡아 지역의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와 의대 신설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모든 대학들이 자교가 위치한 지역의 의료 인프라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해결책으로 지역 내 의대 신설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날 의대를 신설하겠다고 나선 대학들이 정작 교육에 대해선 기본적 고민조차 없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현행법상 모든 의대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으로부터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은 의대가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을 갖췄는지를 확인받는 절차다. 과거 서남의대는 인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결국 폐교까지 된 바 있다. 하지만 공개된 각 대학들의 의대 신설 계획은 이 같은 의평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공주대는 6년제 의대를 설립하면서 교원을 38명 확보하겠다고 했다. 안동대도 81명(기초의학 25명 이상임상의학 전임교수 85명∙의료인문학 전임교수 1명)의 전임교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 대학이 밝힌 전임교원 수는 현행 의평원 인증 기준에 턱 없이 모자란다. 
 
의평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 'ASK 2019'에 따르면 의대는 전임교원을 최소 110명 이상(기초의학 25명 이상임상의학 전임교수 85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 신설 의대의 경우는 기존 의대들과 달리 예비인증과 4단계로 구성된 임시인증 기간이 있지만, 임시인증 2단계부터는 기존 의대들과 동일하게 전임교원 수 기준을 맞춰야 한다.
 
공주대는 공주의대 설립시 교원을 38명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안동대 유튜브 채널 중계 영상 갈무리

학생들이 교육을 받게 될 병원과 관련해 준비 부실을 드러낸 곳들도 많았다. 자체적으로 대학병원을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대학도 있었지만, 비용 문제를 고려한 탓인지 우선은 지역의 의료원을 협력병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곳들이 많았다.
 
문제는 해당 지역의 의료원들 대부분은 병상 수가 500개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의평원은 의대가 병상이 500개 이상인 교육병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 신설 의대 역시 임시인증 1단계부터 500병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같은 국립대들의 부실한 계획에 의대 신설 필요성을 주장해 온 임준 교수(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조차도 쓴소리를 내놨다. 임 교수는 이날 국립대 관계자들에 앞서 지역 의대 신설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를 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국립대 관계자들을 향해 “솔직히 말해서 이런식으로 하면 (의평원) 인증평가 통과가 안 될 것”이라며 “국립대들이 비용을 너무 신경쓰다 보니 이런 계획안들이 나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국립대들의 이번 발표와 관련해 의학계에서도 국립대들의 ‘망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장성구 전 의평원 이사장(전 대한의학회장)은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대학이 대학교육의 중요성과 엄중함을 도외시한 망발에 가까운 일”이라며 “명색이 국립대인데도 이렇게 중심을 못 잡으니 정말 큰 일이다. 의대 교육과정의 충실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 열흘만이라도 공부하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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