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항우울제 복약순응도 소득수준 낮을수록 더욱 심각...SSRI 처방변화 기인

중앙의대 지남주 연구원, 건보 빅데이터 활용 연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의 우울증 환자의 항우울제 복약순응도가 낮은 가운데,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복약순응도도 더욱 낮아졌다. 특히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로 처방 행태가 변화하면서 소득 간 격차가 더욱 극명히 나타났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지주연 연구원(박사)은 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일산병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3회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구 학술대회에서 '우울증 외래 신환환자에서 소득수준과 항우울제 복약순응도 간 관계 연구'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우울증은 전세계 인구 17%가 앓고 있는 흔한 질병으로, 국내의 경우 1990년 이후 크게 증가해 2010년 기준 연간 유병률 6.4%로 약 320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국내 정신질환 역학조사에서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정신보건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10~15%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항우울제 소비량 역시 매우 낮은 편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항우울제 소비량은 인구 100명당 20DDD(일인당 하루 복용 약제량)로 OECD 평균 58DDD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 연구원은 "우울증 환자의 낮은 항우울제 소비량과 정신보건서비스 이용률은 한국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인 자살률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즉 우울증 관리와 치료율 향상은 자살률 감소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우울증 발병 초기에 항우울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제대로된 치료 효과를 위해서는 약물에 대한 높은 복약순응도가 필요하다"면서 "대부분 국내 우울증 환자들의 항우울제 복약순응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외 연구에서 약 53%의 우울증 환자가 치료시작 6개월 안에 투약을 중단했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투여 한달만에 42.4%가 중단했다. 국내의 경우는 6주 시점의 복약 중단율이 43.5%에 이르렀으며 외래 환자 대상의 연구에서는 환자 절반이 치료 시작 30일만에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복약순응도는 개인의 교육수준과 직업, 소득 등 사회경제적 상태와 밀접하며, 그중에서도 소득이 가장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지 연구원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우울증 외래 신환환자를 대상으로 3개월, 6개월 시점에서의 소득별 항우울증 복약순응도 관련성 연구를 시행한 것이다. 

연구 대상은 2012년 새롭게 주상병 또는 부상병으로 우울증(우울증 에피소드, 재발성 우울장애, 기분부전증)을 진단받은 신환 환자로, 2012년 최초 진단일을 기준으로 이전 5년간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적 없는 경우로 한정했다. 이중 의료급여환자나 정신분열증, 조증을 동반한 환자 등 항우울제 복용이나 중증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제외했다.

자료원은 지난 2007년 1월 1일부터 2013년 12월 31년까지 7년동안 전산 청구된 건보 DB를 이용했으며, 최초 진단일을 기준으로 2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를 위해 추출한 DB는 보험료 20분위수, 의료급여, 입내원일수, 요양기관종별, 최초입원일, 주상병, 부상병, 진료과목, 내원일수, 총처방일수, 1회투약량, 검진DB 등이다.

종속변수는 최초 진단일 이후 3개월과 6개월 시점에서의 항우울제 복약순응도로 했으며, 복약순응군은 MPR(실제 항우울제를 처방받은일수/지속적으로 항우울제 사용이 필요한 기간) 80% 이상군으로 정의했다.

설명변수는 대상자의 소득 계층으로 했으며,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분류해 따로 파악했다. 통제변수는 항우울제 복약순응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인구사회학적 특성, 동반정신질환, 최초진단시점에서의 중증도, 항우울제 첫 종류, 치료형태, 첫 진료과, 첫 진료기관, 3개월간 항우울제 변경횟수, 3개월간의 외래방문빈도 등이다.


연구 분석 결과, 2012년 1년간 진료를 받고 과거 5년간 우울증 병력이 없는 환자는 14만 2336명, 우울증 진료건수는 198만 3320건이었다. 이중 86.48%에 해당하는 171만 5038건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어난 진료였으며, 99.78%에 해당하는 153만 5006건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였다.

연구대상자 MPR 80% 이상 기준 복약순응도를 보면, 1개월 시점에서 41.13%(5만 8540명)에 불과했고, 3개월은 22.64%(3만 2225명), 6개월 15.13%(2만 1532명)로 매우 낮았다.

이를 소득별로 분석해보면 고소득층(클래스5)에서 저소득층(클래스1)으로 갈수록 복약순응도가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이 같은 양상은 3개월, 6개월 시점 모두에서 나타났다. 지역가입자 역시 저소득층 갈수록 복약순응도 낮아졌다.

지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소득계층에 따라 항우울제 복약순응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정신치료를 약물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복약순응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과 발병 초기에 진료기관을 자주 방문해 우울증 상담과 치료 모니터링을 통해 양질의 우울증 관리를 받는 것이 복약순응도를 높이고 우울증 치료를 지속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 연구원은 "저소득층일수록 항우울제 복용량이 낮은 것은 비교적 고가의 SSRI로 처방경향이 바뀐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심리상담(10만원가량) 등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병행시 복약순응도가 올라가는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동시에 소득이 낮으면 의료이용량도 차이가 나고, 양질의 의료이용도 어려워지면서 투약, 복약순응도까지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 최초로 소득수준과 항우울제 복용 간 관계 연구를 시도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면서 "대표성이 확보된 우울증 외래 신환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만큼 향후 항우울제 복용과 치료율 증가를 위한 우울증 관리 정책 및 보건의료정책의 근거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상적 요인 외에 심리적 요인, 스트레스, 성향, 교육수준 등이 치료행태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나 건보 자료로는 포함하지 못한 것을 이번 연구의 제한점(한계점)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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