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들은 3월 4일 의대정원 신청부터 멈춰라...전공의·의대생들 영영 돌아오지 않으면 책임질 건가"

"정부는 개별 대학 이기심을 이용해 근거없는 의대 증원 강행 말라..원점재검토 후 의료계와 논의를"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교육부가 전국 40개 대학에 보낸 공문

[메디게이트뉴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 각 대학 총장들에게 "'3월 4일까지 교육부에 의대정원 신청서를 제출할 수 없다'고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의대정원 수요는 의대 교육을 위한 대학의 교육역량 평가, 의대 교수들의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나, 지난해 각 대학이 제출한 의과대학 정원 수요조사 결과는 이런 필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정책의 근거자료로 사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계가 3.3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로 단결된 모습으로 투쟁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전국 40개 의대 동창회와 동문회, 교수협의회 등 모든 직역이 나서서 대학 총장들에게 "교육부에 서류를 제출할 수 없다"는 같은 답을 낼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패스트트랙에 제동이 걸리고 의대 증원을 막을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지난해 수요조사에서는 40개 의대가 2025학년도까지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증원, 2030학년도까지는 최소 2738명, 최대 3953명 증원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지난해 의대정원 수요조사 때와 같은 답안을 준다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병원과 학교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대학 총장들이 사상초유의 의대생 전원 유급을 초래하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총장들의 손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운명이 달려있는데 이를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정부도 개별 대학의 이기심을 이용해 의대 정원을 배정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는 대학별 증원 신청을 취합한 다음 입학정원을 배정해 2000명 증원의 정당성을 만드는 근거로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것이 아닌,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따른 의대정원 전형 계획 변경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만약 대학들이 기존대로 2000명 이상 또는 그 이상으로 정원을 신청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제하면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병원·학교로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만 커진다. 

행정부가 사법부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정부의 대응은 정부 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신뢰를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어 버렸다. 그 후유증은 의료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지는 새로운 재앙의 서막이 될 것이다. 응급의료와 필수의료를 치료하는 의사가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는 그 다음해에 더 부족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젊은 의사들에게 필수의료를 선택하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확인해주고 말았다. 전공의 사직 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다. 필수의료를 선택했던 전공의 복귀율은 현저하게 줄거나 아예 복귀하지 않을 것이다. 전공의 재수를 해서라도 필수의료가 아닌 인기과에 다시 도전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려 버릴 것이다. 

돌이켜보면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정부는 전공의 길들이기를 위해 겁박했지만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국민들의 피해도 크지 않았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9000여명이 없어도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수와 전임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전문의만 있으면 의료대란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다른 교훈은 빅5병원이 없이도 우리나라에는 수천개의 병원, 종합병원 전문의들이 의료를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증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률이 50%를 넘었지만, 이제 2차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면서 응급실 대란도 일어나지 않았다. 코로나 때에 이어 경증의 응급실 이용을 자제한 국민들 덕분이기도 했다.  

공공병원들은 진료시간을 연장하고 휴일 근무 시간도 연장했지만 코로나 때와 달리 환자가 더 늘지 않았다. 공공의료는 이미 빅5병원과 대학병원의 부재시 대체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는 존재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 파장이 길어질수록 국민들에게만 피해가 간다. 정치적인 이유로 일부가 원하는 의료대란은 교수들과 전임의들만 병원을 지켜주기만 한다면 2~3주까지는 더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아찔하다. 정부는 당장 의대정원 신청과 배정 계획을 멈추고 의대정원 증원 정책의 원점 재검토를 통해 의료계와 다시 논의하라.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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