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학회·중환자학회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영장 기각하라"

국가와 병원의 감염관리실 총체적 부실 운영 책임져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신생아학회와 대한중환자학회는 2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의료 감염 관련 사건으로 의료진의 법정 구속은 전례가 없다”라며 “검찰은 의료진에게 신청된 구속 영장을 기각하라”고 주장했다. 학회들은 “이번 사건은 국가와 병원의 중환자실 감염 관리에 대한 총체적 실패로 정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3월 30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 관련 의료진 4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간호사는 수액 준비 지침을 지키지 못했고 의사는 잘못된 관행을 묵인 방치한 지도·감독 의무의 위반 정도가 중(重)하다고 판단했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수사는 신생아들의 사인이 지질주사제 준비 과정의 오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학회들은 "이번 사건이 향후 의료진에 대한 실질적 처벌로 이어지면 막중한 사명감 하나로 중환자 진료에 임한 의사들은 진료 현장을 떠날 수 밖에 없다"라며 "이로 인한 국내 중환자 의료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잘못된 제도를 방치해 온 보건 당국과 비상식적인 사법적 판단을 한 형사 및 사법 당국에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학회들은 “현재 진행중인 의료관련감염 종합대책과 중환자 진료 체계 개선안은 전문 의료인력의 확보와 이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설과 장비 투자, 감염 관리 규정 강화만으로는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라며 “중환자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의료 인력의 전문가적 사명감”이라고 했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통계에서 중환자 전문의가 없는 중환자실의 패혈증 사망률은 전문의가 있는 곳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중환자실 근무 의사와 간호사는 과중한 업무강도와 환자의 죽음이라는 일상화 된 스트레스 속에서도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되살린 것은 전문가적 자부심과 보람으로 버텨왔다고 했다. 

학회들은 "의료진 신상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언론에 너무 쉽게 노출됐다"라며 "사건의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두 학회는 이어 "담당 환자가 혹시 감염으로 사망하게 되면 너도 나도 같은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진료 현장에서 버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들은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의사들의 자존심과 의욕은 땅에 떨어졌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부모 형제 자녀를 의료진에게 맡긴 보호자들의 감정이 전보다 한층 예민해 진 것을 느낀다"고 했다. 

학회들은 “수련 전공의들은 중환자 진료에 점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중증 환자 치료의 교육 현장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학회들은 “종합 병원의 고질적 문제였던 중환자실 경력 간호사들의 사직과 이직은 가속화되고 있다. 그 공백은 갓 대학을 졸업한 숙련되지 않은 간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했다.

학회들은 "만약 현재 구속영장 심사 중인 의료인에 대한 구속 및 형사 처벌이 현실화되면 지금도 문제가 되는 공급 부족에 더해 기존 중환자 의료 인력의 이탈이 우려된다"고 했다. 또한 "이로 인해 초래될 난국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극히 걱정된다”고 밝혔다.

선진국들은 사회적 파장이 큰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의료 시스템 개선의 계기로 삼아왔다고 지적했다. 최근 시행된 ‘전공의 특별법’과 ‘환자 안전법’은 의료인의 과중한 업무가 곧 환자의 사망으로 연결된다는 인식에서 제정됐다고 밝혔다.  

학회들은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의료진의 혐의를 업무상 과실 치사로 정의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이번 사건은 본질 상 의료 감염 관련 사망 사고"라고 했다. 학회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질 수액 설명서에 미숙아에서 사망 위험을 경고한 것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기존에도 여러 차례 보고됐다”며 구속의 부당함을 밝혔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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