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등 법사위에 최후 통첩한 복지위 "본회의 직접 부의 낙관"

법사위 "단체간 의견과 위헌 여부 조율...법사위 탓 안돼" VS 복지위 "간호사 출신 최연숙 의원 등 찬성 인원 5분의 3 가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 의사면허취소법 등을 두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간의 신경전 양상이 치열해지고 있다. 

복지위가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의료 관련 법안들의 처리를 촉구하는 공문을 전달하면서 법사위에 압력을 넣는 태도를 보이자, 법사위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등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의료 관련 법안에 대해 상임위에서 '처리를 요구하는' 공문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본회의 직접 부의가 곧바로 이뤄질 수 없다"고 일축했다. 

복지위 측 입장은 상반된다. 전체회의 때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법사위에 최후통첩 공문을 보낸 것이며 조만간 '본회의 직접 부의'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1월 중 논의 하지 않으면' 내용 공문에 없어…위원장 독단 결정은 절차상 문제돼 

법사위 관계자는 10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우선 공문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복지위 공문이 '임시국회 기간(1월 7일) 중 의료 관련 법안 7건이 법사위에서 심사되지 않을 경우 패스트트랙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1월 중 논의를 하지 않으면'이라는 내용은 공문에 없었다. 단지 국회법에 나와 있는 내용과 똑같이 '특별한 이유 없이 심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본회의 부의를 검토할 수 있다' 정도의 문구가 포함됐다"며 "곧바로 패스트트랙이 이뤄지는 것 같은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야 합의 없이 공문이 발송된 절차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법사위 관계자는 "공문 발송자는 상임위 위원장으로 돼 있다. 이런 공문을 발송하려면 여야 간사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확인결과 간사 합의없이 위원장이 본인 의사에 따라 발송한 상황"이라며 "공문은 절차상 문제도 분명히 있다"고 비판했다. 

법사위 측은 고의적으로 법안 논의를 피하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공문이 단순히 '심사 요청' 정도 형태이고 본회의 부의를 위해선 상임위 여야 5분의 3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는 만큼, 본회의 직접 부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법사위는 법안들을 이유없이 처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많고 상임위에서 쟁점이 다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단체간 의견, 위헌 여부 등을 조율하기 위해 상정하지 않고 협의하고 있다"라며 "향후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면 2소위 회부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공문은 60일 이내 심사를 하지 않으면 상임위가 직접 본회의에 법안을 부의한다는 국회법 내용을 그대로 넣은 정도에 불과하다"며 "상임위 자체적으로 골치 아픈 법안은 일단 법사위로 넘기고, 빠르게 처리되지 않으면 법사위 탓만 하는 관례도 고쳐야 한다. 일부 강경한 입장을 가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춘숙 위원장, 법사위 주장 정면 반박…"전체회의서 의논된 내용"

반면 복지위 측 분위기는 좀 달라 보인다. 위원장 명의로 보내는 공문에 여야 간사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법사위 입장과 별개로 계류돼 있는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본회의 직접 부의를 빠른 시일 내에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춘숙 위원장은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논해 진행한 것"이라며 법사위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정춘숙 위원장실 관계자도 "법사위에서 법안들을 품에 두고 계속 컨트롤하고 싶은데 간섭을 받으니 폄훼하는 것 같다. 여야 간사 합의가 없었던 것은 맞지만 공문을 보낼 때 여야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법률 내용은 없다. 관례상 간사에게 의견을 물어봤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복지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법안이 왜 법사위에서 일방적으로 잡혀있느냐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고 이 같은 문제제기를 위원장 명의로 보내는 데 굳이 여야 간사합의가 필요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본회의 직접 부의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점도 암시됐다. 복지위 야당 관계자는 "최후통첩 느낌으로 공문까지 발송됐는데 시간을 질질 끄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분위기를 보면 복지위원들 대다수가 법사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훈식 의원실 관계자도 '공문 발송을 계기로 본회의 부의에 대한 명분을 쌓은 것으로 보이고 조만간 본회의 직접 부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질의에 대해 "(질문이) 크게 틀리지 않다"고 답했다. 

본회의 직접 부의를 위한 무기명 표결이 이뤄질 경우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진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최근엔 표결에만 부쳐진다면 통과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 소속 복지위원은 전체 24명 중 14명으로 모두 찬성표를 던져도 5분의 3이 되려면 1명이 모자라다. 그러나 최근 간호법 등 계류돼 있는 법안의 핵심 키(Key)맨으로 떠오른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찬성 측으로 기울면서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복지위 야당 관계자는 "끝까지 상황을 낙관할 순 없다.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상황이 비관적이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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