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도 필수의료 외면하는 현실, 해결책은 없나

[의대생 인턴기자의 생각] 필수의료 수련비용 국가 부담하고 전문의 비중 늘려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고현준 인턴기자 충북의대 본1] 필수 의료를 전공하는 의사수 부족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기피과의 수련을 어렵게 마쳐도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전공과 무관한 진료를 하는 경우도 많다.  2022년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 23.5%, 산부인과 69.9%, 외과 68.0%, 흉부외과 39.6%의 지원율을 보였다. 외과와 흉부외과는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필수과 전공을 기피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만성적인 저수가가 항상 거론된다. 진료나 수술을 할수록 적자가 나기 때문에 인력을 줄이고 과중해진 전공의의 업무 부담은 새로운 전공의의 진입을 가로막는다. 의료계와 정부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진척 없이 공허한 외침만 있을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는 의료 수가의 정상화지만 당장 필수의료의 공백을 채우기는 요원해 보인다.

전문의가 돼도 전공을 살리며 일할 자리가 부족한 것도 중요한 문제다. 환자의 목숨과 직결되는 진료를 담당할수록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하면 갈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속적으로 원하는 진료를 보기 위해 좁디좁은 교수의 길을 선택하고 결국 튕겨져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환자를 살린다는 자부심으로 필수과를 선택한 과거의 선택이 일자리 걱정을 하게 만드는 결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근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기피과의 지원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련보조수당, 외과계 가산수가 등의 지원책은 번번히 실패했다. 막다른 길에서반복되는 메아리만 들릴 뿐 활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의대생 대상 외상과 소아심장 분야 실습 지원사업에 대한 관심으로 실습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2021년 의대생 대상 외상 및 소아심장분야 실습지원 사업에서 학생들이 필수의료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총 10곳의 병원에서 135명을 모집하는 사업에 286명이 지원한 것이다. 높은 지원율과 더불어 사업에 참여한 기관과 학생들의 만족도가 각각 83%, 85.9%에 달했다. 의과대학은 이 사업을 본보기 삼아 의과대학에서 진행하는 본과 학생들의 병원 실습 과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의대생들은 정해진 기간에 병원에서 진료와 수술 실습을 해야 한다. 이미 교육과정에 존재하는 병원 실습을 두고 왜 별도의 실습 사업이 필요한 것일가? 일상적인 진료와 수술 참관, 케이스 발표에서 나아가 학교 교육과정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복기해봐야 한다.

이렇게 학생들의 흥미가 있더라도 전공의 선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일자리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당장 진료 및 수술 수가의 인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전공의 수련 비용을 국가에서 분담해 수련병원에서 전문의 채용을 늘릴 수 있는 숨통을 틔워주어야 한다. 또는 병원 내 전문의 채용 규모를 일정 비율 이상으로 강제한다면 구체적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찌그러든기피과 인력의 풀을 키워 전공의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면 전공의가 현장에서 느끼는 수련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고, 어느 정도 전문의가 된 이후의 일자리도 보장받기 때문이다.

필수 진료과가 기피과가 되어 버린 아이러니한 의료 현실이지만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고 기대해본다. 학생들조차 필수 진료를 외면하기 전에 자그마한 변화가 답답한 현실에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물꼬를 터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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