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소통과 신뢰로 의료정책의 백년대계를 펼쳐주길"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㉓ 박성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내년 3월 9일로 다가왔습니다. 각 후보캠프들이 여러 단체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아 대선 공약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통령 후보라면 반드시 짚어야 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agenda)를 사전에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이를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의 릴레이 칼럼을 게재합니다. 의료계가 각종 악법에 대한 방어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꼭 필요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의료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①이철호 전 의협 의장 "일차의원과 중소병원 특별법·의료전달체계 정립·수가현실화"
②이로운 의협 홍보이사 "의료분쟁처리 특례법 제정"
③박상준 의협 부의장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응급의료시스템 정비"
④최운창 전남의사회장 "지역의료 살리기"
⑤안치석 전 충북의사회장 "서울과 지역 의료격차 최소화"
⑥주신구 병원의사협의회장 "보건의료 문제는 의사들과 먼저 협의"
⑦김장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 "의료체계 정부 관여 줄이고 자유도 높이기"
⑧장성구 전 의학회장 "전문가 의견 수렴·정치적 판단 배제…고품격 의료강국 대한민국"
⑨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의료전달체계 확립"
⑩김동석 개원의협의회장 "필수의료 살리기가 최우선"
⑪박진규 신경외과의사회장 "공공성 재정립과 지역불균형 해소"
⑫이태연 정형외과의사회장 "의료계 논의 거쳐 필수의료 살리기"
⑬정홍수 대구시의사회장 "공익의료 국가책임제 시행"
⑭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 "필수의료, 적정 의료수가로 자율적 발전"
⑮박홍서 충북의사회장 "보건부 독립·건정심 구조 개편"
⑯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응급의료체계 개편"
⑰좌훈정 개원의협의회 부회장 "의사들의 정치세력화"
⑱강청희 한국보건의료포럼 대표 "현장 참여 보건의료정책"
⑲윤인대 성형외과의사회장 "K-뷰티 성형산업에도 관심을"
⑳이은아 신경과의사회장 "현장 의사들의 목소리 반영한 의료정책"
㉑서연주 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 "미래 의료인력 양성·필수의료 국가 지원"
㉒​정원상 전 전공의협의회 복지이사 "공공의대 아닌 현 공공병원·필수의료 처우개선"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 "의료전문가 단체와 만드는 의료정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당장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겨울 추위에도 점점 대선 열기가 끓어오르는 이때, 각 정당의 후보와 캠프가 국민의 흐름을 읽고 국민의 표심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번 선거가 끝난 후에도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하루의 일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가 기획한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가 벌써 차수를 거듭할수록 의료계 내 관록과 경륜이 많으신 쟁쟁한 전·현직 지도자들께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그리고 다방면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께서 이를 모두 수레에 가득 싣고 가서 대한의사협회의 입장과 의료정책을 충분히 반영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국민 건강과 보건 정책에 이바지하리라 단언하면서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몇 가지를 제안합니다.

의료정책은 의료전문가 단체와 함께 수립해야 

의료정책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백년대계(百年大計)입니다. 오는 3월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의료정책을 수립하려면 제발 정치적 고려보다는 먼저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 과학적 근거에 따른 정책을 펴주길 바랍니다. 

과거 2년간 지속해온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보면 그 해답이 분명히 나옵니다. 의협을 비롯한 수많은 의료전문가들이 확진자 조기 발견과 밀접 접촉자 관리, 마스크 착용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통한 방역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니 코로나19 대유행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최대한 빨리 확보하고 접종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소위‘K-방역’이라 불리는 초기 성과에 취해 업적 홍보에만 치중한 나머지 코로나19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해 결국 전 국민이 백신 접종을 늦게 시작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섣부른‘위드 코로나’로 인한 코로나의 재확산으로 많은 인명 피해를 감수해야 했고, ‘부스터 샷’과 청소년 및 어린이 접종에 대한 일관성 부족으로 국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습니다. 

이 모두 의료전문가 단체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결과라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습니다. 국민건강증진과 보건향상 및 사회복지에 이바지하기 위해 의협은 의료계 종주 단체로서 유일한 대표성을 가진 의료전문가 단체입니다. 여러 산하단체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의료계 열망을 수렴하면서 씨줄과 날줄로 얽히고 설킨 갈등구조를 집단지성으로 대안을 제시해 왔습니다.  

정부와 의료계가 신뢰와 소통의 시너지를 갖도록 지원해야  

어떤 후보라도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의료보건정책에 있어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의 종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필수의료 살리기 등 국민 건강 수호와 생명보호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입니다.

상급병원은 희귀 난치성 질병의 치료·의대생과 전공의의 교육 및 수련, 그리고 연구에 집중하고 경증환자와 만성질환자는 1차 의료기관에 과감히 넘겨주어야 합니다. 대신 정부는 상급의료기관에 연구비와 학생 및 전공의 교육에 대한 수가를 신설해 지급해줘야 선순환 기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필수의료에 대한 기피과(科) 문제는 수가만 조금 올려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만 합니다. 공공의대 설립과 비대면 진료 등은 아직도 의료계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큰 민감한 문제이므로 인기나 표를 얻기 위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아니라 전문가 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특히 공공의대 신설에 관해서는 2020년 ‘9·4 의정합의’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한 금과옥조가 있음에도 대선 후보들이 마구 쏟아지는 선거 공약에 공공의대 신설을 지속해서 거론하는 형국입니다. 이는 분명 의료계와의 의정합의를 무시한 처사로, 가뜩이나 코로나19 예방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의사 회원들을 허탈하게 만들 것입니다. 

만일 의료계와 공식적으로 맺은 약속을 정부가 먼저 어긴다면 그 후 의료계가 나갈 길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2000년대 강제조제위임제도 이래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회원들의 기조를 더욱 굳건히 만들어 종국에는 의료계와 정부가 협력하는 모습을 다시는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정부가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의 정책 수립 시 전문가 단체와 상의하듯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의료정책이야말로 몇몇 의료인이 아니라 충분히 논의되고 검증된 의료단체인 의협에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미래 의료정책에 대한 입장은 의료정책연구소와 KMA POLICY로 집약  

대한민국 의료가 어떤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지는 의협의 지향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먼저 KMA POLICY는 다양한 의료정책과 의료계의 입장들을 근거 중심으로 체계화하고 대의원총회라는 절차를 거쳐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20년 이상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정책에 대한 능동적인 대안 제시와 생산적인 정책형성을 위해 각종 보건의료정책 자료를 주도적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2015년도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의협은 ‘메르스 대책본부의 추진활동 보고서’를 발간했고, 2020년 대구·경북지역에서 퍼진 코로나19 1차 대유행 때에 대구광역시의사회가 ‘COVID-19 대구광역시의사회의 기록’을, 경상북도의사회가 ‘경상북도 COVID-19 100일간의 기록’이라는 백서를 각각 발간했습니다. 이를 통해 아직도 진행형인 코로나19 징비록을 남겨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선례를 들 수 있습니다. 

각 정당의 후보와 캠프 관계자께서는 의협의 의료정책에 대한 입장과 축적된 자료의 보고인 의 홈페이지에서 의료계가 진정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의료에 대해 고민하고, 의료계의 총의를 담아 정책으로 내놓아줄 것을 요청 드립니다.  

끝으로 매년 5월마다 되풀이되는 수가 협상에 대한 불만, 의료전달체계의 왜곡 등에 회원들이 수긍하지 못하고 불만을 제기한다는 것은 단지 편협한 이기주의로 몰아세우기에는 너무 안일한 발상입니다. 정부가 손을 내밀어 준다면 의료계도 직역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 조언에 발 벗고 나설 것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김없이 새봄은 옵니다. 어느 후보든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다음 대한민국호에서는 의료정책만큼은 정치적 입장이 아닌 국민의 관점에서 의료전문가 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의료정책의 백년대계를 펼쳐주시기를 소망합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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