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기관에 의지하는 필수의료, 적정 의료수가로 자율적 발전 도모해야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 ⑭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내년 3월 9일로 다가왔습니다. 각 후보캠프들이 여러 단체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아 대선 공약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통령 후보라면 반드시 짚어야 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agenda)를 사전에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이를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의 릴레이 칼럼을 게재합니다. 의료계가 각종 악법에 대한 방어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꼭 필요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의료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①이철호 전 의협 의장 "일차의원과 중소병원 특별법·의료전달체계 정립·수가현실화"
②이로운 의협 홍보이사 "의료분쟁처리 특례법 제정"
③박상준 의협 부의장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응급의료시스템 정비"
④최운창 전남의사회장 "지역의료 살리기"
⑤안치석 전 충북의사회장 "서울과 지역 의료격차 최소화"
⑥주신구 병원의사협의회장 "보건의료 문제는 의사들과 먼저 협의"
⑦김장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 "의료체계 정부 관여 줄이고 자유도 높이기"
⑧장성구 전 의학회장 "전문가 의견 수렴·정치적 판단 배제…고품격 의료강국 대한민국"
⑨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의료전달체계 확립"
⑩김동석 개원의협의회장 "필수의료 살리기가 최우선"
⑪박진규 신경외과의사회장 "공공성 재정립과 지역불균형 해소"
⑫이태연 정형외과의사회장 "의료계 논의 거쳐 필수의료 살리기"
⑬정홍수 대구시의사회장 "공익의료 국가책임제 시행"
⑭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 "필수의료, 적정 의료수가로 자율적 발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2022년 대통령선거를 맞이해 각 후보진영에서 보건의료정책 공약이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정책의 특성상 많은 어젠다가 있을 것이며, 각 직역마다 조금씩 서로 다른 내용을 혹은 완전히 상반된 내용을 의제로 다루며 정책 공약으로 개발할 것이다. 

필자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른 거대담론, 즉 의료일원화나 의료기관 당연지정제 같은 어젠다 보다는 지난해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 큰 문제가 됐던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것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려 한다. 이는 국가의 보건의료정책의 근간인 의료인력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먼저 현재 정치권이 꾸준히 주장하는 의사 수 확충(의대 신설)에 대해 잘못된 시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정부와 일부 의료학자들이 항상 주장하는 첫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비 평균 의사 수 부족에 대한 것이다. 이는 여러 매체도 비교분석했듯이 통계의 이면을 보면 최근 45세 이하 젊은 의사수의 증가비율이나 OECD국가 의사 수 증가속도와 비교한 여러 자료들에서 의사 수 부족이라는 단순한 주장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처럼 수적오류와 더불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가지는 완벽한 접근성의 효과로 인해 단순히 의사 수 부족을 일반 국민들이 얼마나 피부로 느끼는지 의문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저수가로 인해 접근성에 대한 경제적 제재의 문턱이 낮고 의사들 또한 그 접근성으로 손실 보존이 이뤄지는 안타까움은 있다.

또 의사가 부족해 지방의료시설이 위축되고, 무의촌이 발생하므로 의사 수를 늘려서 해결하자는 일부의 시선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들여다보면 통계 숫자에 집착하며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각 도별이나 지역별 인구대비 의사 수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에 생각해볼 점은 다음과 같다.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가 밀집돼 있는 대도시와 넓은 지역에 걸쳐 소수의 인구가 분산돼 있는 지방소도시나읍 면의 단순비교는 오류의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 진료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심지어 공중보건의사라는 제도로 인해 우리나라에 의료사각지대(최소한 의사부족으로 인한)라는 곳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덧붙여 교통 인프라 발전과 소득수준 향상으로 대규모 의료기관으로의 접근성은 점점 더 용이해지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의사 숫자의 증가에 초점을 맞춘 의료정책은 지금 의료에서 큰 문제로 다가오는 필수의료에 대한 불균형 해소에는 전혀 실익이 없다.

뜬금없이 의사 수 문제를 통해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필수의료 문제는 의사 수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보건의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다면 단순한 숫자놀음 보다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으로 의료를 결정하는 것은 경제적 유인을 위한 요인임을 간과할 수는 없다. 즉, 의료수가와 의료 자율로 이뤄지는 경제적인 이득인 것이다. 필수의료 또한 민간의료기관에 의지하는 현 시스템에서는 더욱 이런 경제적 이득이 필수의료를 지탱하는 기본이 되는 사실에 색안경을 낄 필요는 없다.

반면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국립병원, 의료원)을 보면 그들이 필수의료에 과연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실제 정부는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과감한 투자 확대와 이를 통한 역량강화를 이끄는 대신 인센티브나 일부 지원 명목으로 민간병원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길 원하고 있다. 

원래의 논의로 돌아와서 본다면 보건의료정책에서 의사수 문제는 현재 국내 의료계에서는 핵심 문제가 될 수 없는 어젠다이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정치공학적인 주장은 의료 재정의 안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왜곡돼 있는 의료시스템과 의료시장 구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누를 범할수 있다.

대선 후보들이라면 대한의사협회의 의사 확충 반대 주장을 단순히 이익단체의 몸부림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보건의료정책의 건전한 파트너로 인정하며 접점을 찿기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근본적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접근이 이뤄지는 정부라면 의료일원화, 의료전달체계의 강화, 비대면 진료 등 훨씬 복잡하고 방대한 문제들도 같이 논의해 볼 수 있다.

의협을 전문가집단을 단순 이익을 위해 정책 제안을 하는 단체로 여기지 말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보건의료정책 수립 및 실현에파트너라 생각하길 바란다. 대선에 임하는 후보 진영들이 열린 생각으로 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의료계와 함께 심사숙고해서 공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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