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되는데 언제까지 영업제한하나"…거리두기 5단계→3단계 축소 제안

복지부 거리두기 개편안 토론회 "일방적 규제서 벗어나 자율적 참여 강조, 근거기준 보강하고 손실지원 늘려야"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에서 발표하는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금까지의 낡은 사회적거리두기 정책을 탈피한 새로운 방역 정책 개선방안이 제시됐다.

기존 5단계로 구성된 각 단계와 기준을 간소화하고 확진자 급증시에는 기준 1개만 만족해도 빠르게 단계를 상향, 안정시에는 기준 모두를 만족해야 원만하게 하향하는 방식이 개선안의 핵심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중앙집권적 규제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주도하고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건복지부는 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일방적 규제 넘어 시민주도형 참여방역으로…근거 기반 방역도 중요

이날 토론회에서 한림대 김동현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제 일방적 규제를 넘어 시민주도형 참여방역 모델로 전환될 시기라고 봤다. 

유럽과 미국 등 확진자가 훨씬 많이 나오고 있는 국가들에 비해 확진자나 사망 규모가 4~5배나 적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강력한 방역 조치로 인해 오히려 수십조의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현 교수는 "올해도 11월까지 집단면역 생성이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거리두기를 유지해야되는데 이제부터의 방역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라며 "허겁지겁 상황을 따라가던 방역에서 이제는 바뀔 때"라고 말했다. 
한림대 김동현 사회의학교실 교수
김 교수가 제안한 거시적 방역 정책의 목표는 ▲규제를 넘어선 시민주도형 방역 ▲근거가 기반된 정밀 방역 ▲탄력 대응을 위한 의료역량 강화 총 3가지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일방적으로 규제만 하던 방역이었다면 이제는 책임과 의무를 동시에 주면서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방역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협의와 자율성, 손실보상이 기본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일괄적으로 모든 업종과 시설을 규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로 규제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도움이 됐는지 데이터에 기반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수천개 중 한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모든 업종을 규제하기 보단 다른 곳에선 왜 환자가 나오지 않았는지 등 근거에 기반한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회적거리두기 5단계서 3단계로 축소…감염재생산수 등 근거기준 보강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는 보다 미시적 차원에서 구체적인 방역조치 개선 방안을 소개했다. 그는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진 코로나19 감염 전파 위험요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기존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단계를 줄이고 기준을 간단 명료하게 개선해 기준을 1개만 만족하더라도 빠르게 단계를 상향하고 안정기엔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하향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단계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기 교수의 견해다. 

특히 기 교수는 기존에 확진자 수에 지나치게 매몰됐던 방역 기준에서 벗어나 시기별 감염재생산수(R)와 검사양성률, 임시선별검사양성률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업종별로도 감염 전파 위험요인을 근거로 위험행동과 위험환경에 따른 전파 강화와 약화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기모란 교수 발표 자료

새로운 단계 제안에 따르면 생활방역 단계인 0단계는 안정적 현상유지가 가능한 시기가 해당한다. 감염재생산수가 0.8 미만이고 확진자수가 일 평균 30명 미만, 검사양성률이 0.3% 미만일 때가 이에 해당한다. 

1단계는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가 가능하고 확진자가 감소경향에 있을 때에 해당한다. 감염재생산수는 0.8 미만, 확진자수는 일 평균 200명 이하로 검사양성률이 1% 미만일 때가 기준이다. 

2단계는 유행 확산 위험도가 높아 시급한 대응이 필요할 때에 해당하며 3단계는 급격한 유행확산으로 의료체계에 위협이 가해지고 적극대응이 필요한 시기에 해당한다. 3단계 기준은 감염재생산지수가 2.0 이상이고 확진자 수가 일 평균 500명 이상, 검사양성률이 3% 이상 등이다. 

새로운 방역 수칙에 따라 1단계에선 사적 모임 10인 이하의 규모를 유지하고 영업제한이 없으며 종교모임은 50% 이내, 재택근무는 20% 이상의 수칙을 따라야 한다. 

2단계는 5인이하 사적모임을 유지하고 영업시간이 12시 이후로 금지되며 종교모임은 20% 이내, 재택근무는 50% 이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마지막 3단계는 3인 이상 사적모임이 금지되고 9시 이후 영업이 규제된다. 

한림대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민주사회에서 개인의 권리가 제한되면 이에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업소들이 문을 닫게되면 이에 따른 충분한 보상체계가 연동돼야 한다"며 "일괄적인 정부 결정에 따라 규제하기 보다 업종별 자율성에 맡기고 잘 지켜지는 업종에 세제혜택 등 지원을 강화하고 지켜지지 않는 업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합리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기모란 교수는 "증거기반 방역 정책을 하기 위해선 역학적 특성과 방역 효과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 평가하는 전문 씽크탱크가 필요하다"며 "질병정책연구소를 새롭게 신설해 의료수준과 사회경제적 특성에 맞는 방역 정책을 개발하고 영업제한 등에 따른 손실보상 체계 개발도 연구소에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 박혜경 감염병정책국장은 다중이용시설 감염관리 개선 방향에 대해 "중점관리시설과 일반관리시설 분류체계는 현행을 유지하되 중점관리시설은 방역 수칙을 강화하고 집합금지는 최소화하는 방향이 설계되고 있다"며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급격한 변화를 줄이기 위해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관리 등 기본 방역 수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2월에 전문가와 일반인이 참여하는 다중이용시설 위험도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다중이용시설 위험도도 종합해 관계부처와 단체 등 협의를 거쳐 단계별 방역수칙 마련과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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