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파자가 ASCO에서 3년 연속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작년 8월 말 췌장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의 1주기에 어떤 형식의 모임으로 그를 추모할지에 대해 남은 친구들이 지난 달 만나 논의했다. 절망의 암 췌장암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느새 그는 먼저 떠났다. 친구를 췌장암으로 먼저 보낸 사람이 어찌 나뿐이랴.

췌장은 섭취한 음식물 중의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과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 등의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위치다. 복강의 후복벽에 자리잡고 있는 췌장은 겉에서 만져지지도 않고 개복해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러 장기들에 둘러싸여 몸 안쪽에 깊숙하게 위치해 있기에 췌장암은 예후가 나빠 5년 생존율이 고작 8%밖에 되지 않는다. 절망의 암 췌장암에 대한 기쁜 소식이 지난 6월 2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됐다.

아스트라제네카(AZ)와 머크(북미 외 지역 MSD)의 PARP(poly ADP ribose polymerase) 저해제 '린파자(Lynparza, 성분명 Olaparib)'는 ASCO에서 3년 연속으로 주목을 받은 항암제다. 린파자가 이번에는 임상 실패율이 높은 악성 췌장암 환자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병기진행을 늦추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AZ는 BRCA 돌연변이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게서 1차 항암화학요법(chemo) 후 유지요법(maintenance therapy)으로 PARP 저해제가 병이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것을 47% 감소시켰다.

'POLO'라 이름 붙인 임상 3상에서 린파자를 투여한 그룹이 무 투여(placebo)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을 3.8개월에서 7.4개월로 유의미하게 연장시킨다고 밝혔다. 1년이 지난 후 린파자를 투여한 환자의 34%에서 암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무 투여 환자에서는 15%만 움직이지 않았다. 린파자는 2년 시점에서도 22%로 위약 10%보다 2배 이상 췌장암 진행을 유의하게 지연시켰다.

AZ는 약물 안전성과 내약성은 이전 진행했던 임상 결과와 동일선상의 결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에서 린파자는 치료제가 아닌 유지요법으로 투여했지만, 치료제가 절실한 췌장암에서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환자들에게 화학요법 없는 옵션(chemo-free option)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췌장암에는 속수무책으로 다른 의미 있는 가능성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2018년 린파자가 ASCO에서 주목받은 것은 BRCA1/2 또는 ATM 유전자 변이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PRC) 환자로 기존의 탁산(taxane) 기반 항암화학요법을 받았고 신규 호르몬제제를 한번 이상 받은 사람의 획기적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TOPARP-B임상연구 결과였다.

연구 결과 DNA 손상 복구(DDR)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린파자 1일 2회 400mg 투약군에서는 영상학적 반응률이 54%, 300mg은 반응률이 37%였으며, 전체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5.4개월, 평균 추적 관찰 기간은 17.6개월이었다.

특히 BRCA 1/2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의 반응률은 80%에 달했으며, 다른 변이에서도 의미 있는 반응률이 관찰됐다. 구체적으로 PALB2 변이가 확인된 경우 57%, ATM은 37%, CDK12는 25%, 그 외에는 20%로 관찰됐다. 린파자는 DDR 유전자 변형이 있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 암 환자에 항암효과가 있기에 2018년에 ASCO에서 주목을 받았다.

2017년 린파자가 ASCO에서 주목받은 것은 난소암 치료제인 린파자가 유방암에서도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최우수 연구(Best of ASCO) 중 하나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 때 AZ는 린파자가 HER2 음성 BRCA 변이 전이성 유방암에서 표준 항암화학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유의하게 향상시켰다는 내용의 올림피아드(OlympiAD) 임상 3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선 린파자 치료 환자에게서 질환 악화 또는 사망 위험이 카페시타빈(capecitabine), 비노렐빈(vinorelbine), 에리불린(eribulin)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에 비해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린파자 투여 환자군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은 59.9%로 항암화학요법 치료 환자군의 객관적 반응률인 28.8%의 두 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린파자가 진행성 BRCA변이 유방암의 진행을 늦추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에 최우수 연구로 주목받은 것이다.

린파자는 국내에서는 백금민감성 재발성 BRCA 변이 고도 장액성 난소암(난관암 또는 일차 복막암 포함) 성인 환자의 단독 유지요법으로 처방되고 있다. 린파자 외에도 현재 마케팅되는 PARP 억제제는 GSK에 인수된 테사로의 제줄라(Zejula), 클로비스 온콜로지의 루브라카(Rubraca)이다.

올 4월 유럽에서는 린파자의 적응증을 추가 승인했다. AZ와 MSD는 유럽 집행위원회가 린파자를 BRCA1/2 배선 돌연변이 사람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음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을 앓는 성인 환자 치료를 위한 단독요법으로 승인했다고 4월 10일 발표했다. 린파자는 유럽에서 이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의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승인된 최초의 PARP 억제제다. 유럽에서 린파자가 승인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왜 PARP 저해제인 린파자가 ASCO에서 3년 연속으로 주목을 받은 항암제가 되었나? 공통점은 활용 가능한 대안이 거의 없는 치료하기 어려운 암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임상 연구로 증명한 것이다.

DNA 복구가 올바르게 진행되지 못해 발생된 암 세포의 경우에는 시스플라틴(cisplatin)과 같은 DNA에 손상을 주는 항암제에 더욱 민감할 수 있다는 것이 1990년대 말부터 제안되었다. 소위 'Synthetic lethality' 이론을 축으로 연구 개발된 항암제가 PARP 단백질 저해제다.

이론적인 것과 새로운 타겟은 좀 더 자세히 다음 주 칼럼에 소개하려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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