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협에 배신감 토로한 사직 전공의들 “어게인2020? 협상 결과 없인 못돌아가"

국회의원·시민단체 포함한 협상단 구성도 거센 반발…한국은 의료제도 특수해 해외기관서 추계하면 오히려 왜곡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2일 협상테이블 마련 등 구체적인 출구전략을 제안했지만 사직 전공의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인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엔 현장 복귀가 어렵고 시민단체 등을 협상 주체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취지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이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밝힌 문제해결 대안은 3가지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다. 

우선 의사인력 추계는 공신력 있는 해외기관에 맡기고 정부와 의사협회, 의대생과 전공의, 교수, 여야당, 시민단체까지 포함한 협의체를 만들어 조속히 대화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특히 협상테이블이 마련되면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바로 복귀하자는 메시지도 전달됐다. 

이에 메디게이트뉴스가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 측 대안이 공개된 직후, 각 병원 전공의협의회 대표급 2인, 일반 전공의 3인 등에게 질의한 결과 사직 전공의 5인 모두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에서 내놓은 협상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와 합의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전공의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구체적인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 전공의 등의 현장 복귀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 가장 두드러졌다. 

사직 전공의 A씨는 "공신력 있는 해외 연구기관을 통해 의사인력 통계를 다시 내자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협상 결과가 가시화되기 전 복귀는 어렵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상태다. 언제든 정부가 정책 방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있는데 무엇을 믿고 돌아가느냐"고 비판했다. 

사직 전공의 B씨는 "전공의들 분위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2000년 때도 그랬고 2020년 때도 전공의들은 뒤통수 맞은 기억이 생생하다. 구체적인 약속이 없는 상태에선 절대 돌아가기 힘들다. 더욱이 의사를 악마화하는 여론전이 계속되는 상태에선 원점 재논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주변 반응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특히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협상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의대정원 문제가 더 정치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고 시민단체가 협상의 주체가 될 경우 전공의들이 주장하던 논의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사직 전공의 C씨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까지는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가 협상의 주체가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며 오히려 문제를 더 정치화 시킬 수 있는 문제"라며 "같은 논리로 시민단체가 협상테이블에 포함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부분 해외기관에 의사인력 추계를 다시 맡기자는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으나 일부 전공의들은 이 부분에도 우려를 표했다. 

사직 전공의 D씨는 "한국의 의료제도는 매우 특수하다. 당연지정제를 하고 있고 행위별수가제를 포함해 민간과 공공의 영역이 나눠져 있다. 이외 한의사와 의사가 공존하는 시스템, 0.7명이라는 저출산 기조 등 여러 요소가 반영되기 쉽지 않다"며 "오히려 해외기관 추계로 인해 의사 인력 통계가 더 왜곡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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