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케어 이후 주춤했던 지역사회 ‘통합돌봄’…동네의원 중심 ‘방문의료’에 방점

다학제팀으로 노인 통합돌봄 제공돼야…복지부,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확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커뮤니티케어 등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대한 논의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고령화를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 속에 일차의료 기반의 노인통합돌봄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노인통합관리를 강조하는 만큼 지역사회 동네의원이 중심이 돼 다학제 팀이 일차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도 그간의 사업을 통해 돌봄과 의료에 대한 요구가 컸던 점을 인정하며, ‘방문 의료’에 방점을 두고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사회 노인통합관리, 다학제 팀 구성된 ‘일차의료’로 가능…동네의원 활용해야
 
15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주관으로 ‘WHO 고령화 정책을 통해 바라본 노인통합돌봄 정책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김희선 부연구위원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노인통합관리(Integrated care for older people, ICOPE)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며, 노인들이 건강과 노화 등 내재적 능력과 기능적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기 스크리닝을 통해 표적화된 중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고령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돌봄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며 “임상 환경에서 돌봄 의존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빠르게 스크리닝해 걸러진 환자에게 어떤 중재를 해야 하는지, 추가적인 검사 및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 일차의료지원센터 유원섭 센터장은 ‘지역사회 사람 중심 노인통합관리 일차의료 적용 모델 및 제언’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어르신들이 흔히 이용하는 동네의원이 이 노인통합관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며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차의료의 역할을 강조했다.
 
유 센터장은 일차의료에 대해 ‘의사와 일차의료팀이 환자와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만들어 가면서 가족과 지역사회 맥락을 고려해 통합적이며 접근성 높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동네의원이 일차의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동네의원이 경증부터 중증까지 모든 질환을 볼 수는 없지만 노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건강 문제를 동네의원이 담당하면서 중증으로 커질 경우 상급병원으로 의뢰하는 방식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차의료는 가까이에서 지속적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해 건강에 관한 모든 것을 파악하고 기록할 수 있으며, 개인별 건강 위험요인을 예방하고 문제는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유 센터장은 동네의원이 질 높은 일차의료를 제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다학제 일차의료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 센터장은 “노인의 경우 폐렴으로 입원할 경우 폐만 나쁘신 경우는 드물다. 심장도 안 좋으시고, 콩팥도 안 좋고, 관절도 안 좋은 경우가 더 많다. 마찬가지로 동네의원에서도 다양한 질환을 돌봐드릴 수 있도록 의사뿐 아니라 다양한 직역이 다학제 팀이 돼 환자를 복합적으로 돌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원섭 센터장은 “하지만 일차의료 제도가 잘 준비돼 있느냐 하면 더 개발될 필요성이 있다. 일차의료를 잘 실천하려면 전문인력이 더 많아져야 한다. 보통 동네의원은 의사, 간호조무사 몇 분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다학제팀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유원섭 센터장은 ‘한국형 일차의료 기반 노인통합관리 모델 개발 및 시범사업’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 센터장은 “기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체계와 공공보건의료 인프라를 우선 활용하되 시범사업 수행을 위한 재정적 지원과 적절한 지불보상제도 및 수가 개발이 필요하다”며 “한국 건강보험체계 강화를 위해 일차의료 노인통합관리 정책 기획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통합돌봄’ 핵심은 보건과 복지의 결합…복지부,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국회입법조사처 원시연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2019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 사업이 시작돼 여러 지자체에서 독자적인 사업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으나 현재 해당 사업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사업들이 또 기획되고 있어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그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원 입법조사관은 “현재 21대 국회에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법안이 2건 발의돼 있다. 정춘숙 의원안과 전재수 의원안이다”라며 “그간 보건과 복지가 통합되지 않는 게 항상 문제였는데 올해부터 노인 무료 돌봄 통합지원과 재택의료 방문 진료 시범사업이 진행되기에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연구센터 유애정 센터장은 “그간 다양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관련 사업이 시행됐지만 지역에 내려가면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퇴원한 어르신들이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기 전까지 있을 곳이 없어 요양병원으로 갔다가 지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행동을 보이는 치매 어르신들도 약간만 케어와 주기적인 복약 관리가 이뤄져도 시설에 갈 수 있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유 센터장은 “이로 인해 여전히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요양병원과 시설을 택하고 있다. 이제는 커뮤니티케어의 방향성에 맞춰서 법 재개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시설, 병원이 우선하는 정책이 아니라 재가에 있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 정책이 같은 방향성을 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며 “2030년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작업하지 못한다면 향후 요양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문가 패널들은 통합돌봄에서 보건과 복지가 결합 된 형태를 강조하고 있었다.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에 보건복지부 통합돌봄추진단 방석배 단장은 “정부도 2018년부터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도 3년간 시행했고, 행안부와 다른 부처에서도 관심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방석배 단장은 “노인통합돌봄 사업은 스크리닝 혹은 신청 접수를 받아 판정한 뒤, 필요도 조사를 통해 노인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각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의료와 돌봄, 나아가 주거 서비스까지 통합돌봄의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가 고민이다”라고 전했다.
 
방 단장은 “특히 치료보다 종합적 관리를 해 줄 수 있는 일차의료의 역할에 공감하며,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등 여러 직역이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복지부도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자리잡도록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장기요양 측면에서는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12개 지자체를 선정해 지금까지 했던 사업을 통합해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해 보려 한다. 방문의료 서비스에 방점을 둬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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