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임현택 회장, 박단 위원장의 사퇴 요구에 불신임 설문조사도 공개 예정

비대위 구성 위기 면했지만 단식투쟁 이후 뚜렷한 움직임 없어…젊은의사 보이콧 상황서 할 수 있는 '투쟁카드' 부재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이 이번 의정갈등 상황에서 존재감을 감췄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단식 중인 임현택 회장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이 지난달 31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위기는 면했지만 그 이후 의정갈등 상황에서 이렇다할 움직임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의정갈등 상황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를 요구한데 이어 의협 조병욱 대의원은 12일 회장 불신임과 관련한 대회원 설문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1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은 "비대위를 구성하지 않는 대신 집행부가 사즉생의 각오로 의대정원 증원 저지 등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결의했다. 사실상 대정부 투쟁을 위해 임 회장이 남은 힘을 모두 쏟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단식투쟁 이후 임현택 회장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도 현실적으로 임 회장이 현재 취할 수 있는 투쟁 수단은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임현택 회장을 '보이콧'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임 회장이 주도적으로 나서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협이 이슈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이 이뤄진 이후 의제 설정 주도권은 완벽히 대통령실과 여·야당에게로 넘어갔다. 

정부여당은 연일 빠른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면서 "의료계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여야정만이라도 우선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 야당도 "정부가 대화의 진정성을 우선 보여야 한다"며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 과정에서 의협의 무게감은 실리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임총에 이어 재차 임현택 회장 사퇴를 촉구하며 임 회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전망이다. 

박단 위원장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임현택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 본인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원장 3인은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현택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 조속히 사퇴하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 의협 대의원은 "박단 위원장은 지난 임총에서도 임현택 회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 이후 임 회장은 식물 회장으로 전락했고 제대로 된 회무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며 "의대생과 전공의를 끌어안고 향후 제대로 된 의정갈등 해결을 위해선 어떤 형식이든 내부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엄중한 시기에 의협 회장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선 불신임(탄핵) 논의가 거듭되고 있다. 

임 회장 불신임 설문조사를 진행 중인 의협 조병욱 대의원은 오는 12일 저녁 '대회원 설문 중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중간결과 발표를 통해 조 대의원은 임 회장이 회원들의 민의를 잃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알리고 설문 조사가 종료된 시점에 불신임 발의 요건이 충족될 경우 공식적으로 불신임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불신임 설문조사 중간 발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임 회장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한 임현택 회장의 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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