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심뇌혈관 질환과도 관련된 '수면'…"건강에 꼭 필요한 수면" 강조

[세계 수면의 날 특별기획] 대한수면연구학회‧대한신경과학회 '2023년 세계 수면의 날 심포지엄' 개최

3월 17일 대한수면연구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 '2023 세계 수면의 날 심포지엄'.
'세계 수면의 날' 특별기획 

세계수면학회(World Association of Sleep Medicine, WASM)는 수면과 관련된 의료·교육·사회적인 문제를 환기시키고, 수면장애를 예방·치료함으로써 수면질환과 관련된 사회적인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매년 낮과 밤이 똑같아지는 춘분 직전 금요일을 '세계 수면의 날' (World Sleep Day)로 정하고 있다. 올해 세계 수면의 날은 3월 17일이며, '수면은 건강에 필수적이다(Sleep is Essential for Health)'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세계 각지에서 관련 행사가 마련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세계 수면의 날에 발표된 수면건강과 수면산업의 주요 내용을 모아서 다뤄본다.  

①경제 불황에 불안·우울로 잠 설치는 사람↑…한국인 85% 수면의 질 저하 증상 경험
②수면장애가 산업계에도 큰 영향...디지털 치료기기 1호 '솜즈', 불면증 치료제로 포문
③스탠퍼드대 쿠시다 교수 "실험실에서 하는 수면 연구, 5~10년 안에 집에서도 할 수 있을 것"
④수면 검사와 불면증 치료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해결되는 시대 올까 
⑤치매‧심뇌혈관 질환과도 관련된 '수면'…"건강에 꼭 필요한 수면" 강조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대한수면연구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가 '건강에 꼭 필요한 수면'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17일 프레지던트호텔 31층 슈벨트홀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인의 최근 수면 동향부터 노인과 청소년의 수면 건강, 심뇌혈관계 건강과 직결된 수면 무호흡 치료 현황과 개선점 등 다양한 수면 이슈가 다뤄졌다.

대한수면연구학회 정기영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수면은 하루만 놓쳐도 우리 몸의 신체적, 정신적, 인지 기능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며 "수면은 우리 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기능과 연결돼 있지만, 평상시에 노금만 노력하고 관리를 잘 하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며 건강을 유지하는 데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 증가, 주말 '따라잡기 수면' 늘어…"수면 시간 당기는 노력 필요"

먼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전진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신경과 장윤혁 교수팀이 실시한 한국인의 수면 동향에 대한 연구 논문(Trends in sleep duration in Korea: The Korean time use survey, 10.1016/j.sleep.2023.01.025)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장윤혁 교수팀 논문에 따르면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19년 수면 평균 시간은 7시간 15분으로 2004년도에 비해 약 35분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도의 평균 취침 시간은 11시 45분이었고, 평균 기상 시간은 7시 8분이었다.

특히 2004년에는 8시간 이상 잠을 자는 비율이 절반을 못 미쳤는데, 2009년 이후로는 8시간 이상 잠을 자는 사람의 비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진선 교수는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최근 15년간 조금씩 증가했으나 대부분 주말의 수면시간 증가로만 반영됐으며, 주중 취침 시간은 평균 오후 11시 45분으로 늦은 편이다. 일종의 따라잡기 수면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중 취침 시각을 조금 더 일찍 당길 필요가 있다"며 "취침 시간을 당기기 위한 제도 및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억 저장과 연관된 '수면'…6시간 이하로 잠 부족하면 치매 발생 위험 30% 증가

일산백병원 신경과 박혜리 교수는 노인의 뇌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수면을 주제로 수면과 뇌 건강의 연관성에 대해 강조했다.

박혜리 교수는 수면의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가 기억의 저장임을 설명하며 치매 예방에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에서 학습 후 수면을 취할 때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결과를 내놓았으며, 이는 기억 중추인 해마가 잠을 잘 때 활성화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수면은 치매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8000여 명의 노인 인구를 대상으로 25년간 추적관찰연구를 했는데, 평균 7시간 잠을 자는 사람을 기준으로 수면 시간이 줄어들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점진적으로 올라갔다. 특히 6시간 이하로 짧게 자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잘 잔 사람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3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면 부족이 치매와 관련이 있는 이유는 뭘까? 치매의 대표적인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기억 중추라 알려진 뇌의 해마가 심하게 위축되고, 뇌에 비정상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수면 부족은 뇌의 신경 독성물질 침착과 관련이 있다. 수면을 취하면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 등 신경 독성물질의 청소 작용이 일어난다"며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기전에 따라 낮 동안 신경 독성물질 농도가 증가했다가 자는 동안 떨어진다. 잠을 자는 동안 뇌 안쪽 혈관 주변 공간에서 물이 흘러나와서 정맥 주변 공간으로 다시 이 물이 흘러 들어가 뇌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흐름이 생긴다. 이 과정에 물청소처럼 뇌에 쌓여 있는 신경독성 물질이 씻겨 내려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박 교수는 뇌건강을 지키기 위한 수면습관으로 ▲낮잠 ▲술 ▲침대에서 TV와 스마트폰을 피하고, 대신 낮에는 운동하고 밤에는 침대에서만 자는 습관을 들일 것을 조언했다.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황경진 교수.

수면무호흡증, 고혈압·당뇨·부정맥·심부전↑…양압기 치료 확대위한 제도적 개선 필요

경희대병원 신경과 황경진 교수는 심뇌혈관계 건강과 수면무호흡증을 주제로 발표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상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혀, 호흡이 감소 혹은 중단되는 일이 자는 중 반복되는 증상을 의미하며 우리나라 수면무호흡증 유병률은 40세 이상 성인 27.1%, 여성은 16.8%로 남성이 더 많다.

수면무호흡증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잠을 자는 동안 산소는 줄고, 이산화탄소는 늘어나 우리 뇌의 호흡 중추를 자극해 잠에서 깨어나 기도가 열리면서 호흡을 하고 다시 수면에 들어갔다가 깨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황경진 교수는 "이 같은 과정은 몸에 긴장을 줘 교감 신경을 자극시키고 부교감신경계를 억제해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이처럼 저산소증의 각성 상태에서는 혈압과 맥박이 올라가고 몸의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심장 내 산소 공급 저하로 심장이 부담되면서 동맥경화와 부정맥, 심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의 정도가 심할수록 고혈압과 당뇨병 발생률도 높다는 연구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중등도 이상의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고혈압 발생률이 2.89배 더 높고, 수면무호흡증이 심한 환자는 정상인과 비교해 당화혈색소가 3.69배 더 높았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하면 뇌졸중 발생 위험도가 평균 3.56배 더 높고, 사망률도 3.3배 더 높다는 연구도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러한 수면무호흡증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양압기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문제는 양압기 치료를 하고 싶어도 제도적 문제로 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황 교수는 "최근에는 건강보험도 적용되면서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의 양압기 치료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양압기 치료는 요양기관 입원 시에는 원내 제공한 양압기가 아닌 경우 요양비 중복 지급으로 청구가 불가능해 비급여 기준 매달 8만9000원(건강보험 적용 시 1만9000원)을 내고 사용하거나 별도로 양압기를 구입(200만원 내외)해야만 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지나치게 엄격한 순응도 평가로 수면무호흡증 환자임에도 양압기 보험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현재 양압기를 건강보험으로 급여 혜택을 받으려면 30일 중 4시간 이상 양압기 사용 일수가 21일 이상 있어야 한다는 순응도 기준이 있다. 하지만 교대근무자 야간 근무자, 대형트럭운전자와 같은 특수노동자들은 사용 공간의 제한으로 이 순응도 평가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 교수는 "이 기준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마다 개개인이 갖고있는 수면 환경이 다르다"며 "환자 개개인의 상황을 나라에서 다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의사들을 믿고 의사의 처방권이 여유롭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면 더 많은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개선을 요청했다.

소아청소년 수면위상지연증후군, 주간졸림증 커…스마트폰 사용 줄이고, 수면 교육 강화해야
 

마지막으로 분당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선경 교수는 청소년의 수면 건강 및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선경 교수는 "수면학회가 정한 6~12세 어린이의 적정 수면 요구량은 9~12시간이고, 13~18세 청소년은 8~10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를 지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생하는 소아청소년 수면 건강 이슈는 수면위상지연증후군과 주간 졸림증이었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사춘기부터 청년기에 많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일반적인 리듬에 비해 수면 시간이 늦춰지는 장애로 '올빼미증후군'으로도 불린다. 이와 연관된 것이 주간 졸림증으로 잠은 늦게 자지만 학업 등으로 일찍 일어나야 하다 보니 낮 시간에 졸림 증상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선경 교수는 그 이유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로 인한 밝은 빛과 등교 시간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한 연구에서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하루 평균 4.4시간을 보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 시간을 전부 게임하고 오락만 하는 것은 아니고, SNS나 웹서핑, 공부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밝은 빛을 오래 보는 것은 잠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 사춘기가 되면 수면 위상이 뒤로 밀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는 어느 정도 심리적 영향이 큰데,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일찍 자라고 아무리 해도 일찍 자지 않는다. 그러면 아예 학교를 늦게 가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면 교육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본인들은 늦게 자는 것의 불편함을 모른다. 건강한 수면 습관의 중요성과 교육이 청소년의 건강한 수면 습관을 유도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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