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대 약물 부작용 없는 조현병 치료제 나올까…수십년만의 신약 줄줄이 대기 중

롤루페리돈 美FDA 승인 실패했으나 KarXT·엠라글리딘·피마반세린 등 후기단계 자산 포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조현병은 전세계적으로 2000만명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수십년 동안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한, 해결하기 어려운 질병 분야 중 하나다. 현재 조현병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도파민 수용체를 직접 차단하기 때문에 증상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심각한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조현병 환자의 기능적 예후를 악화시키는 음성 증상에 대해서는 승인된 치료법이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크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기전의 후보물질이 규제 승인 신청 단계에 도달했고, 지난해 말 BMS(Bristol Myers Squibb)와 애브비(AbbVie)가 카루나 테라퓨틱스(Karuna Therapeutics)와 세러벨 테라퓨틱스(Cerevel Therapeutics)를 각각 인수하는 등의 소식이 전해지며 신약 등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미네르바 뉴로사이언스(Minerva Neurosciences)가 조현병 치료제 롤루페리돈(roluperidone)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완요구서한(CRL)을 발급받으며 실망감을 안겼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롤루페리돈은 어떠한 이유로 FDA 허가를 받지 못했으며, 현재 어떠한 후보물질들이 대기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5-HT2A 표적 롤루페리돈, 美FDA 검토 결과 추가 임상과 추가 안전성 데이터 요구

롤루페리돈은 기분, 인지, 수면, 불안 등 중요한 뇌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세로토닌과 시그마, α-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이다. 약 20년 전 미네르바가 미쓰비시 다나베 파마(Mitsubishi Tanabe Pharma)와의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권리를 획득했다. 2017년 말 3상 임상시험에 돌입했고, 2022년 8월 FDA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롤루페리돈은 1세대와 2세대 항정신병약의 주요 약리학적 표적인 도파민 수용체의 직접적인 차단을 피하면서 5-HT2A라는 특정 아형 세로토닌 수용체(2세대 항정신병약의 추가 주요 표적)와 추가 약리학적 표적(시그마2 및 아드레날린-α1A)의 차단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미네르바는 1세대와 2세대 약물 관련 부작용을 피하면서, 조현병 음성 증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FDA는 CRL에서 4가지 임상적 결함을 언급했다. 먼 한 연구(MIN-101C03)에서 1차 유효성 평가변수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이 입증됐지만 그 자체만으로 효과에 대한 실질적인 근거를 확립하기에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항정신병약물 병용 투여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롤루페리돈 치료를 통한 조현병 음성 증상 변화가 임상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것을 입증할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안전성 데이터 역시 제안된 용량으로 최소 12개월 동안 롤루페리돈에 노출된 피험자 수가 부적절하다고 했다.

미네르바에 따르면 FDA는 이러한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음성 증상 치료에 대한 롤루페리돈의 안전성과 효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하게 잘 통제된 연구를 하나 이상 추가로 제출하고, 제안된 용량의 장기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추가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FDA는 임상적 결함 외에도 임상 약리학과 제품 품질, 바이오 의약품 및 비임상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미네르바 측은 FDA의 피드백을 해결하기 위해 회의를 요청하겠다 밝혔으나 이른 시일 내 롤루페리돈이 FDA 허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네르바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레미 루트링거(Remy Luthringer) 박사는 "조현병 음상 증상에 대한 치료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리는 롤루페리돈이 조현병의 음성 증상에 대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라 믿으며, 환자와 의사에게 이 치료제를 제공하기 위해 FDA의 피드백을 검토하고 FDA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필요에 따라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등 앞으로의 잠재적 경로를 고려할 것이다"고 말했다.

무스카린 계열 KarXT, M1/M4 이중 작용제…9월까지 美FDA 승인여부 결정

카루나의 후보물질 KarXT(성분명 자노멜린-트로스피움)는 조현병과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정신병 치료를 위해 개발 중인 무스카린 수용체 작용제다.

중추신경계에서 M1/M4 무스카린 아세틸콜린 수용체 이중 작용제로 작용해 조현병의 양성, 음성, 인지 증상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롤루페리돈과 마찬가지로 도파민 수용체를 직접 차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와 차별성을 가진다.

3상 임상시험에서 가장 흔한 부작용은 콜린성 부작용이었고, 체중 증가와 졸음, 운동 장애 등 현재 사용 가능한 항정신병 약물의 일반적인 부작용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FDA에서 허가신청서를 검토 중이며, 9월 26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무스카린 계열 엠라글리딘, M4 선택적으로 표적…최근 2상 임상 완료

세러벨의 엠라글리딘(Emraclidine) 역시 KarXT와 같은 무스카린 계열 약물로, 마찬가지로 조현병과 알츠하이머병 정신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엠라클리딘은 무스카린 아세틸콜린 4 수용체 아형(M4)를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제(PAM)다. 세러벨에 따르면 M4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잠재적인 항정신병 효과를 활용하면서 범무스카린 작용제와 일반적으로 관련된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세러벨은 "M4의 선택적 활성화는 조현병, 알츠하이머병 전신증과 같은 기타 신경 퇴행성 질환과 관련된 정신병, 초조 및 인지 결핍 치료에 효과적이며 현재 사용되는 항정신병 약물의 일부 부작용을 완화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병에 대한 1b상에서 유망한 효능과 안전성을 보였고, 2상 임상시험 2건을 완료한 상태다.

5-HT2A 표적 피마반세린, 파킨슨 관련 약으로 이미 승인…1분기 말까지 3상 결과 발표

아카디아 파마슈티컬스(Acadia Pharmaceuticals Inc.)는 롤루페리돈처럼 5-HT2A 수용체를 표적하는 피마반세린(pimavanserin)을 조현병 음성 증상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피마반세린은 2016년 FDA로부터 누플라지드(Nuplazid)라는 상품명으로 파킨슨병 정신증과 관련된 환각 및 망상 치료제로 승인 받아 현재 사용되고 있다. 아카디아는 다른 신경정신과 질환 치료제로 피마반세린을 개발 중이다.

2021년 란셋 정신의학(The Lancet Psychiatry) 저널에 발표된 2상 ADVANCE 결과 피마반세린은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고, 위약과 비교해 베이스라인에서 26주차까지의 음성 증상 평가 총점 변화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이어 올해 1월 3상 임상시험인 ADVANCE-2 연구를 완료했다.

아카디아 스티브 데이비스(Steve Davis) CEO는 27일(현지시간) 2023년 실적발표에서 "1분기 말까지 조현병 음성 증상에 대한 ADVANCE-2 임상시험의 주요 결과를 발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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