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대책]③ 대통령 공약 ‘필수의료 국가책임제’…진짜 실현되려면?

국가의 필수의료 책임 명문화한 ‘필수의료특별법’ 제정 및 필수의료 제반 환경 개선돼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필수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필수의료 국가책임제’가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복지부 내 ‘필수의료지원 TF’, ‘필수의료확충 추진단’이 마련됐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하며 ‘공공정책수가’ 도입, ‘필수 의료인력 확충’ 등을 제기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고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번에 정말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국가책임을 명시하는 ‘필수의료특별법’을 제정해 지속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필수의료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앙정부의 종합적 필수의료 정책 마련 위해 ‘필수의료특별법’ 제정
 

10일 의료계의 발언을 종합하면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선 매번 ‘사건’이 터져야 움직이는 정부의 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복지부가 필수의료 대책으로 내놓은 ‘공공정책수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의료계가 요구해왔던 대책이기 때문이다.
 
순천향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윤형 교수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상대가치 수가제도이기 때문에 수가 역전 현상이 굉장히 심하다. 상대가치 점수는 쉴새 없이 조정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렇게 사건이 터져야 묵은 상대 수가를 현실화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직무유기다”라고 비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역시 “10년 전에도 분만 인프라 개선을 위해 수가를 올려달라고 주장했는데, 당시 주장했던 내용하고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정부가 이를 몰라서 못한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안 했기 때문에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사후약방문 형태로 진행되는 지원책이 아닌, 의료계가 요구하지 않아도 정부가 미리 필수의료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적절한 필수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같은 맥락에서 의학계는 이번에야말로 개별 전문과가 추진하는 정책이 아닌 정부의 종합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국의대 예방의학교실 이건세 교수는 “필수의료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정책적 우선순위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일개 전문과가 추진하는 정책이 아닌 중앙정부의 종합적 접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의료 부분에 있어서는 의료기관간의 ‘경쟁’이 아닌 ‘협력’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만큼 규모의 경제를 고려해 국가가 적극 재정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통해 필수의료, 국민건강안전망에 대한 사회적 이슈의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성 있는 필수의료 대책을 정부가 이끌어가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특별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시해 3년, 5년,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국가가 수가를 비롯한 지원책을 마련한다면 필수의료 소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 등장하는 한시적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이 명문화돼야 국가가 책임성을 갖고 필수의료 기본계획을 짜고, 건보 재정이 아닌 국가 예산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대통령이나 총리 산하 위원회를 두고 복지부뿐만 아니라 기재부, 행안부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인력 확충 위한 제반 환경 개선…전공의 수련 지원,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또 다른 필수의료 대책은 ‘필수의료인력 확충’ 문제다. 
 
의료계는 한정된 의사 정원 안에서 필수의료를 전공하는 의사를 늘리기 위해 젊은 의사들이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필수의료의 제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논의되는 것이 바로 필수의료를 선택한 전공의에 대한 수련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국회에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전공의 수련에 대한 임금 및 교육비 등 간접비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명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전문의가 된 후의 진로까지 명확해져야만 전공의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국가 지원을 받아 필수의료 수련을 받아 전문의가 되더라도, 필수과의 경우 수술 빈도가 낮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인 만큼, 병원에서 채용하는 인원 숫자가 적다. 그렇다보니 필수과 전문의가 돼도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일할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과 의사가 된 이후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해결돼야 실질적으로 전공의들이 필수의료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며 대책으로 종합병원 내 중증·필수의료 전문의 채용을 확대하고 의무화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사고 책임을 덜 수 있는 법 개선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전공의들의 전문과목 기피 사유 중 하나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책임에 대한 불안감이기 때문이다.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는 “필수진료과들은 기본적으로 업무가 과중하고 응급과 당직이 많으며, 의료사고도 빈번하나 장래성이 없어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분야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2020년 장폐색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한 의대 교수가 법정구속 돼 54일간 구속됐던 사건 등 의사에 대한 무분별한 형사고소와 구속이 증가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불가항력적 분만사고 보상 재원을 국가가 70%, 분만 의료기관이 30% 분담하고 있다. 의료인에게 과실이 없거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는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에게 보상 재원 중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조항을 담은 의료분쟁특례법과 무과실 산부인과 분만사고 보상재원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법의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 지원을 주저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문제이다. 산부인과 기피현상은 전공의 지원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수련병원의 인력부족으로 이어진다"며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해결 및 분쟁은 의료기관에서 책임지고 있어 이에 대한 국가적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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