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경증 외래 감축만큼 보상? 분만·수술 등 중증에 집중할수록 수익이 나게 하면 될텐데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84화. 고육지책에 불과한 상급종합병원 쏠림 완화 정책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 감축을 위한 정책이 실시된다. 보건복지부는 경증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2022년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외래 비중을 줄이면 줄인 만큼 보상을 하기로 했다.

한국은 감기에 걸려도, 단순 고혈압이라도 대학 병원으로 달려가는 나라다. 그래서 경증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상급종합병원들은 외래 진료에 집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실제 입내원일수 중 외래 비중이 70%, 진료비 중 외래 진료비가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밀려드는 외래 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서울대병원이 지하를 파고 ‘대한외래’를 개소해 하루 수천 명의 외래 환자를 진료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증 환자의 외래 진료에 집중하게 된 것은 여러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환자들의 인식, 낮은 부담, 뛰어난 교통 접근성, 정부의 여러 실책, 그리고 병원들의 수익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 병원들로 하여금 강제로 외래를 줄이게 하고, 그 감축분을 정부가 대신 보상해 준다? 정부의 대의명분과 의지에는 충분히 동감하지만, 방법이 정말 그것 뿐인지 의문이 든다. 의외로 해결책은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압구정동과 청담동에는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수백개 있다. 그런데 그 피부과와 성형외과들은 보험 적용이 되는 피부질환과 화상 등의 진료를 거의 보지 않는다. 압구정동과 청담동에 100개가 넘는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있지만 피부 질환으로 진료를 받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 이유는 의료진이 박리다매식 보험진료로 그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고, 시장 논리로 책정된 비급여 진료에 집중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근무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굳이 보험 진료에 시간과 에너지를 쓸 이유가 없다. 이 같은 피부과와 성형외과의 현실은 코메디 같은 한국 의료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지만, 상급 종합병원 쏠림 현상의 해결책을 여기서 찾을 수도 있다. 

이처럼 대학병원 교수들이 중증 질환자들의 입원 관리와 수술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산부인과 교수가 분만에, 흉부외과 교수가 심장 수술에, 일반외과 교수가 간 이식 수술에, 심장 내과 교수가 심장 혈관 시술에 집중해도 충분한 실적이 나오면 굳이 하루 수 백 명의 외래 환자를 진료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나. 그런 여건이 이뤄진다면 그 때 가서 경증 환자의 외래를 통제해도 되지 않을까. 

외국 선진국의 모든 상급 종합 병원들은 이 같은 방식을 취한다. 의료진이 그 위치에 걸맞는 행위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경증 외래 환자 100명을 4시간에 눈빛 교환만으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는 굳이 하지 않는다. 에너지와 시간을 중환자에게 집중하는 게 환자도, 의료진도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고육지책인 것도 알고 그나마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의지도 충분히 안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쏠림에 대한 해결책이 이런 우회적 방법뿐이라는 현실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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