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에도 한국 정부가 분산형 임상시험(DCT) 등 임상시험 다변화 계획은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방증하듯 수년간 임상시험 1위 도시인 서울이 베이징에 밀려 2위로 떨어진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관심과 투자 확대가 시급한 실정이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지태용 팀장은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7일 개최한 2022년도 제1회 제약·바이오헬스 통계포럼에서 '국내외 임상시험 최신 동향·전망'을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중국 베이징에 1위 자리 내줘
지 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임상시험이 잠시 감소하는듯 했으나, 2020년 하반기부터 중단, 지연됐던 임상시험들이 재개하면서 2019년 수준으로 회복했고 2021년부터 큰 폭으로 증가해 5500건 이상의 임상시험이 새롭게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842건의 임상시험이 이뤄졌다"면서 "항암제 임상이 38%로 가장 많았으며, 대다수가 표적항암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해 감염병 관련 임상시험이 3배 가까이 증가했고, 감염병 중 60%가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1200건 이상)이었다. 지난해 임상시험 참여자 수가 최초 200만명을 돌파했다"면서 "국내 역시 지난해 코로나19 임상은 37건이며, 후기 임상 돌입도 32건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렉키로나주가 허가를 받았고, 2022년에는 23건의 임상시험계획이 허가를 받았으며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이 상용화됐다"고 설명했다.
도시별로는 수년간 압도적 1위를 지켜온 대한민국 서울이 올해 상반기 2위(230건)로 밀려났다. 중국 베이징이 234건으로 1위를 기록했고, 3위는 189건 스페인 마드리드, 4위는 142건 중국 상하이, 5위는 136건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이었다. 6~9위까지는 미국 휴스톤(124건)과 뉴욕(118건), 영국 런던(113건), 미국 마이애미(113건), 10위는 중국 광저우(103건)가 차지했다.
지 팀장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뿐 아니라 12위에는 항저우(90건), 17위 우한(71건), 18위 장사(69위) 등이 차지하는 등 중국에서 많은 임상시험 신규 등록 이어졌다"면서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서 2021년까지 5년간 임상시험 시행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매년 22억건의 병원 방문과 높은 고령화, 저렴한 환자당 연구비용, 2만 9000여개 병원과 100만개 외래환자 진료소 등 인프라가 풍부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2020년 이후 프로토콜 당 참여 사이트 수는 감소하는 추세"라며 "올해 상반기에는 프로토콜 당 5.61개로 2021년 대비 절반수준에 그쳤다. 임상시험 복잡성은 생산성과 관련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유의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원격, 가상, 분산형 임상 시험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자 94%가 하이브리드, 분산형 임상시험에 관심을 표명했고, 연구자 71%는 분산형 임상시험이 환자 부담 줄인다고 생각했다. 환자 68%는 재택치료와 같은 비대면 환경을 기대했다.
지 팀장은 "이 같은 수요와 함께 감염병 확산 방지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분산형 임상시험 수행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상대적으로 동아시아 국가, 그중에서도 한국은 최근 2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한국의 분산형 임상 비율은 다국가 임상이 1.1%, 단일국가 임상이 7.5%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 변화와 수요 등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참여자 맞춤형, 환자 중심의 임상시험 구현이 중요해진만큼, 국내에도 분산형 임상시험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미 주요국들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들을 마련 중이다. 우리도 병원 방문 없이 환자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결과를 더 정확하고 세부적으로 수진할 수 있도록 신속한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임상시험에 대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신약개발이 제약산업 발전의 모멘텀…임상시험 최다 기업은 '종근당'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대표는 제약바이오산업의 국내외 시장동향·전망을 통해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R&D)이 중요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허가 지침을 근거로 희귀난치성 질환 신약을 타겟팅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정부 역시 일자리 창출, 위기 대응 등을 이유로 제약산업을 주요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일환으로 메가펀드 조성과 바이오 R&D 투자 확대 등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정 대표는 "내수시장은 약가 통제 등으로 사용량에 비해 규모가 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그동안은 신흥국 위주 였다면 바이오시밀러 수출 등으로 독일, 미국, 일본 등 품질위주 선진국가로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바이오시밀러 언멧니즈 덕분에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는데, 앞으로도 이같은 결과가 이어지려면 신약 개발이라는 성공모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연구개발이 미래 제약사와 국내 산업의 모멘텀을 좌우할 것이다. 이에 따라 R&D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사 임상승인 동향을 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종근당이 1위자리를 고수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종근당은 31개의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22건으로 2위를 차지했고, 휴온스 20건, 알리코제약 19건, 마더스제약과 팜젠사이언스, 환인제약이 각각 17건으로 뒤를 이었다. 동구바이오제약과 위더스제약, 한미약품 등은 각각 14건, HK이노엔, 한국프라임제약은 각각 13건, 일화 12건, 다산제약과 한국파마, 동국제약, 보령(구 보령제약), 삼진제약, 서울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등은 각각 11건이었다.
정 대표는 "R&D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며, 세계 표준과 기준에 준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허가가 빠르게 이뤄지는 약물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나 라이센싱 계약 등이 수월해진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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