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의 수행① 의뢰자 관점: 신약 개발은 시간이 생명, 빠른 임상시험 대상자 등록이 핵심

[칼럼] 정형진 바이엘코리아 메디컬 디렉터·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상시험은 개발 단계에 따라 허가전 1, 2, 3상과 허가후 4상시험으로 분류할 수 있고, 시험 목적에 따라 임상약리, 치료적 탐색, 치료적 확증, 치료적 사용 시험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림을 보면 단계별 분류와 목적별 분류가 대체로 일치하지만(검은색 원)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참고문헌 1) 그림에서 원은 개별 임상시험을 나타내며 임상시험은 공통적으로 설계, 수행, 분석, 보고의 순서로 진행된다.

지난 두번에 결쳐 ‘설계’에 대해 설명했고, 이번에는 ‘수행’에 대해, 특히 의뢰자(sponsor) 관점에서 기술하고, 다음호에 시험자(investigator) 관점에서 기술하겠다.
 
[그림] 임상시험의 개발 단계 및 목적에 따른 분류

먼저 연구 목적과 설계에 따라 구체적인 임상시험 계획서, 증례기록서, 대상자 동의서, 통계분석 계획서 등 연구 문서를 준비해야 한다. 임상시험 계획서(Protocol)는 임상시험의 배경이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임상시험의 목적, 연구방법론, 통계적 고려사항, 관련 조직 등을 기술한 문서로 임상시험 수행의 기준이 되므로 명확하고 상세히 기술돼야 한다.(2)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24조(임상시험계획의 승인 등) 제2항에 임상시험 계획서에 포함돼야 할 사항을 1호부터 16호까지 명시했다.(3) 대상자 동의 과정에서 대상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정보는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KGCP) 제7호아목10)에 가)부터 버)까지 자세하게 언급돼 있다.(2)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광고를 하는 경우 대상자의 합리적인 참여 결정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고 정확하게 전달할 목적으로 식약처가 배포한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공고문 작성 기준’을 참고한다.(4,5)

의약품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의뢰자는 제약회사지만 실제 적합한 대상자를 등록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기관과 시험자 몫이다. 따라서 설계한 임상시험을 어느 기관에서, 어떤 시험자와 진행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선정 과정을 피저빌리티(feasibility)라 한다. 계획서의 적응증 및 대상자 선정기준을 바탕으로 시험자가 보유한 해당 환자 수, 이전에 유사한 임상시험 참여 경험·실적, 경쟁 임상시험 유무, 임상시험에 대한 관심 및 연구진·시설·시간 확보 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우리나라는 약사법 제34조(임상시험의 계획 승인 등) 및 제34조의2(임상시험실시기관 등의 지정 등)에 따라 식약처가 지정한 임상시험 실시기관에서만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하고, 2020년 11월 기준으로 198개 병원이 지정돼 있다.(5,6) KGCP는 시험자의 자격요건을 제7호가목에 1)부터 7)까지와 제8호아목1)에 명시했다.(2)  

임상시험 문서들을 준비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할 기관과 시험자를 선정했으면 약사법 제34조에 따라 식약처장에게 임상시험 계획(investigational new drug; IND) 승인을 계획서별로 받아야 하고, 승인받은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 변경 사항에 따라 변경승인 또는 변경보고가 필요하다.(5)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24조제1항에 임상시험 계획의 승인을 받으려는 자가 제출해야 할 서류와 자료를 1호(개발계획)부터 10호(임상시험 계획서)까지 언급했다.(3) 의뢰자가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식약처장에게 받듯이 시험책임자는 임상시험심사위원회에 관련 문서를 제출해 심사 및 승인을 받아야 한다. 관련 문서는 의뢰자가 준비해 시험책임자에게 전달하고, 시험자는 의뢰자와 심사위원회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한다. 식약처와 심사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의뢰자는 임상시험실시기관의 장과 문서로써 임상시험계약을 체결한 후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다.(2) 

다기관 임상시험의 경우 의뢰자는 연구자 모임(investigator meeting)을 개최해 임상시험 계획서의 주요 내용과 전반적인 운영 계획을 설명한다. 연구자 모임을 통해 참석자들은 서로 알게 되며, 이후 시험기간 동안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될 수 있다.(7) 연구자에게는 동기부여 및 교육의 기회가 되고, 의뢰자에게는 시험 전반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개시 모임(initiation meeting)은 시험 시작 전에 각 실시기관에서 열리는데 시험계획서와 시험 진행 절차를 설명해 시험 참여자(연구진)들이 시험 수행에 필요한 것들을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7) 기관에 임상시험용 의약품 및 필요한 물품들이 공급되고, 개시 모임이 진행되면 드디어 대상자 등록을 시작할 수 있다.

임상시험 대상자를 찾고 등록하는 일은 임상시험 진행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이다.(7) 신약 개발은 시간이 생명인데 경쟁품보다 시장에 먼저 출시해야 한다. 특허 기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면 임상시험 기간을 단축시켜야 하고, 결국 빠른 대상자 등록이 핵심이다. 경쟁 임상시험을 피해 시험자를 선정한 다음 목표 대상군을 고려해 적절한(너무 엄격하지 않은) 포함·제외 기준을 설정하며, 연구진의 관심도를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인 전화와 방문이 필요하다.

대상자 등록을 가속화하기 위해 병원 내 또는 신문이나 지하철에 모집 광고를 할 수 있으나, 광고를 통해 모집된 대상자는 연구자 자신의 환자가 아니므로 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대상자가 등록되면 대상자가 최대한 임상시험을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7) 대상자 수 산출시 중도탈락율을 고려하긴 하나 중도탈락 대상자가 많아지면 분석 대상자 수가 적어져 통계적 검정력(power)이 떨어진다. 담당 모니터요원은 대상자의 중도탈락 원인을 파악하고 시험자와 대상자 유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대상자가 시험계획서에서 요구하는 대로 시험약을 복용하고 시험 절차를 잘 따르는 순응도(compliance) 또한 매우 중요하다. 순응도가 낮으면 시험약의 효과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결과변수 값의 변동성(variability)이 커지므로 임상시험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임상시험에서는 등록 전에 위약 투여기간을 두고(placebo run-in period) 대상자의 순응도를 평가해 순응도가 일정 기준 이상인 대상자들만 등록하기도 한다.(7)

마지막으로 KGCP 8호가목2)에 따르면 의뢰자는 임상시험자료의 신뢰성 및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 자료 처리의 모든 단계에서 임상시험자료에 대한 품질관리를 실시해야 한다.(2) 품질관리의 기본은 모니터링(monitoring)으로 임상시험 모니터요원(clinical research associate: CRA)이 임상시험 진행 과정을 감독하고 해당 임상시험이 계획서, 표준작업지침서 및 관련 규정에 따라 실시·기록되는지를 검토·확인하는 활동을 말하며, 보통 근거자료확인(source data verification; SDV)이라 한다.

다음 단계는 점검(audit)으로 일상적인 모니터링이나 품질관리와는 별도로 해당 임상시험과 이해관계가 없는 자를 점검자(auditor)로 선정해 체계적이고 독립적으로 실시하는 조사를 말한다.(2) 의뢰자의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KGCP 목적인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임상시험 자료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임상시험의 일반적 고려사항 (ICH E6 번역본). 식약처. 2014년 11월.
2.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 2019. 12. 6
3.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2021. 1. 1
4.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공고문 작성 기준. 식약처. 2019. 2. 13
5. 약사법. 2020. 10. 8
6. 의약품등 임상시험실시기관 지정현황 공고. 식약처. 2020. 11. 16
7. 임상시험 관련자를 위한 기본교재.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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