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 부족?…지역 의대생 아무리 늘려도 지역에 남을 '의사'는 없다

서울, 수도권 의사·환자 쏠림 유발하는 왜곡된 의료체계 개선에 대한 지적 제기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지역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의대 정원을 올해 1509명, 내년부터 2000명 증원할 예정인 가운데 아무리 지역 의대생을 늘려도 그 의사들을 지역에 붙잡을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의사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서울, 수도권으로의 환자 쏠림을 만드는 왜곡된 의료체계에 있기에 의대 정원을 아무리 늘려도 의사 1인당 진료량이 OECD 국가 1위인 우리나라의 기형적 의료체계에 대한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대한의학회가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개최한 ‘2024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지역의료 활성화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지방의료원 코로나 이후 환자 외면…대학병원도 수익 3~5%, 지역의사 인건비 '허덕'

이날 발제를 맡은 김대연 순천의료원장은 현 지방의료원들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병상이용률이 떨어져 아직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설명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지방의료원의 3개년 평균 병상이용률은 80.9%였는데 2023년엔 32.3%p 떨어졌다. 2024년에는 22.2%p 미달이 예상되며, 2025년 13%p 미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했던 지역의료원들은 코로나19가 끝났음에도 병상가동률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경영 적자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에 따르면 2023년 지방의료원의 의료손실은 5751억원에 달하고 당기순손실은 3152억원이었다. 2024년에도 당기순손실이 3140억원으로 추계된다.

김 원장은 "2024년 중앙 및 지방정부 보조금 규모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그동안 쌓아둔 현금을 2023년 발생한 3150억원의 당기순손실로 모두 소진했다고 가정했을 때 2024년 경영혁신으로 지원받은 1000억원을 제외한 추가 필요 지원금 2100억원으로 예측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당장의 지역의료를 살리는 방향이 아닌 10년 뒤 배출되는 의대 정원 증원 및 지역인재 전형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했다.

김 원장은 "정부의 의사인력 증원과 지역 인재 전형 확대를 통해 의사들이 지역에서 강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 과거 공중보건장학생 등 비슷한 제도들을 시행했지만 장학생들이 복무 기간을 채우지 못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뒤이어 발표에 나선 신경철 영남대학교병원장 역시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림으로써 지역의료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하며 역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빅5 상급종병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데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신 병원장은 "국립대병원 위주의 국가의료정책은 기존 대학병원에서 전문인력의 이동을 야기할 것이고, 지역의료의 독점화와 지역의료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의 중심병원은 국립대병원만 운영 가능할 것"이라며 "그로인해 민간 상급종합병원은 임상전담간호사 위주의 병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병원장은 "현재 병원이 3~5%의 수익도 못 내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보상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닌 낮은 임금을 갖고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가려면 보상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은 이상 불가능하다"며 "매일 적자인데 필요한 전문의를 제때 패용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 상급종합병원이 지속 가능하려면 의사들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이는 병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정상적이지 못한 의료환경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OECD 대비 적은 의사 수, 가장 많은 진료량…"왜곡된 의료이용체계 해결부터"

배장환 교수는 근본적으로 의사들이 지역의료에 남게 하려면 지역의료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충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의료이용체계가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시골에는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환자가 없다. 지역 환자들이 서울로, 빅5로 이동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의료체계 때문이다. OECD를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의사 1인 당 진료량이 가장 많다"며 "한국 의사들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 정부 말대로 OECD에서 의사 수가 그렇게 적은데도 그 많은 진료량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왜곡된 결과가 나온 원인은 잘못된 행정체계와 의료수가체계에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이 100% 의료보험을 가입하게 하면서 비싼 유한자원인 의료를 싸게 마음껏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그로 인해 지역의 환자들이 마음껏 서울로 빅5병원으로 이동해 의료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도 뒤늦게 환자들의 의료사용 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으나 1년 365회 의사를 이용하는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이 더 큰 병원을 갈 때, 최종 결정을 환자나 보호자가 갖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의사가 해야 한다"며 "정부는 의료사용을 제한할 방법을 찾고 압도적 지역병원을 만들어 환자들이 중증 치료를 위해 빅5 병원을 갈 때 모든 권한을 의사에게 줘야 한다. 그래야 환자들이 지역에 남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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