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소아 가산 수가 '생색내기용'?…필수의료 살리겠다는 정부, '골든타임' 놓쳤다

임현택 회장 "소청과 일일 초진 환자 10명도 안되는데 초진가산료 가산 조삼모사"…김재연 회장 "분만 건수 1/4 감소, 200% 가산으론 분만병원 유지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벼랑 끝에 몰린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 소아진료 정책가산을 신설하고 분만수가 개선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조삼모사' 정책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소아진료 정책가산은 '초진'에만 해당되며 저출산으로 인구가 거의 없는 1세 미만을 제외하면 1세 이상 6세 미만의 20% 초진진찰료 가산에 불과해 사실상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산부인과도 정부가 분만수가를 200%가량 인상한 것은 고무적이나 분만사고에 대한 10억 이상의 배상판결 등의 위험 부담이 더 커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초진진찰료 가산으로 소청과 한 달 수익 40만원으로 늘어…"의사 우롱하는 것"

보건복지부가 26일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올 2월 발표한 '소아의료 개선대책'의 세부과제인 소청과 전문인력에 대한 정책가산 약 300억원과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따른 분만수가 약 26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설된 '(가칭)소아진료 정책가산금'은 2023년 기준 의원급 초진진찰료 1만7320원에서 1세 미만 환자는 40% 가산된 7000원이 1세 이상~6세 미만 환자는 20% 가산된 3500원이 추가로 인상됐다.

정부는 이번 정책가산 신설이 소아진료 인프라를 유지하고 소아 진료공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이번 대책은 의사들을 우롱하는 대책이다. 정부가 소아과에 약 300억을 지원해준다고 통크게 말했지만 실제로 가산 대상은 '초진'에 불과하다. 현재 저출산이 심해지면서 1~6세 미만 초진 환자는 씨가 말랐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소아진료 인프라를 유지할 대책이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나마 1세 이상~6세 미만 환자들이 조금 있는데 이마저도 10명이 안 된다. 한 소청과 선생님은 어제 하루에 1세 미만 환자는 한 명도 없고 1~6세 초진은 단 8명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태라면 하루 가산료는 2만8000원이다. 한 달이면 세후 40만원 정도 수입이 느는 것으로 계산된다"며 "정부는 소아과에 한 달 40만 원 더 지원해주는 것을 소아 진료공백 대책이라고 하고 있다.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임 회장은 "일본은 2년에 한 번씩 수가를 조정하는데 초진진찰료가 올해 6만원 가량 된다. 여기에 야간 가산이나 1차 병원의 의뢰 수가 등 다양한 가산 수가가 있다. 그 외에도 소아과 지원이 엄청난다. 그런데 우리나라 이번 가산금을 합해도 2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임 회장은 필수의료 살리기를 주창하는 정부가 수가 가산에는 소홀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으며, 향후 인턴을 대상으로 현재 필수의료과를 지원하는 게 타당한 것인지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11월 말에 내년도 전공의 지원이 시작되는데 그 전에 소청과를 지원하는 인턴을 대상으로 소청과에 지원하는지 맞는 것인지 논의를 해 볼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낙수과 지원 불가 운동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며 "지난해 소청과 전공의의 중도 사직률이 23%였다. 모르기 때문에 소청과에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도 전공의 모집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분노했다.

분만 건수 1/4 감소, 의료사고 10억 이상 배상책임에 이미 분만실 접어

산부인과는 기존에 79만원이었던 분만수가에 지역수가 55만원, 안전정책수가 55만원이 추가되면서 적게는 135만원에서 많게는 189만원으로 수가가 인상된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10만원이었던 분만수가를 79만원으로 올리는 데 20년이 걸렸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에 200%까지 수가를 올린 것은 이례적이다”라면서도 “문제는 분만이 절반 아래로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과거 평균 200건이던 분만 건수가 최근 1/4 수준인 4~50건으로 줄었다. 따라서 분만수가가 늘어도 사실상 수익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분만수가 인상은 분만병원들이 문을 닫는 시기를 조금 더 늦췄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김 회장은 이번 대책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분만병원을 되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을 할 '골든타임'이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정부의 대책을 기다리는 사이 분만사고로 10억 이상의 배상 판결이 줄지어 나오면서 이미 분만을 접은 병원들이 너무 많다. 많은 의사들이 이미 분만을 접었다"며 "정책에도 골든타임이 있는데 이미 많은 병원이 분만을 포기한 상태에서 대책이 나왔다. 한 번 분만실을 폐쇄한 다음에는 다시 분만실을 열기 어렵기 때문에 분만병원이 다시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분만 건수 대비 수가를 가산하는 개념은 이미 10년 전에 했어야하는 정책이다. 1년 분만 건수가 50건 내외인 군단위에서 분만 수가가 조금 올랐다고 해서 분만실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364일 24시간 분만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사도 3~4명은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분만 수가로는 유지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미 지방은 분만병원이 다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특별‧광역시는 지역수가를 제외하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현재 필수의료과 전공의가 부족한 이유는 필수의료를 전공한 사람들의 미래가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죽어라 고생하는데 월급은 적고, 사고 하나 터지면 모든 걸 물어내야 하는 비전 없는 과를 누가 선택하려 하겠나"라며 "전공의들이 산부인과를 선택해 분만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분만 수가 줄어도 분만을 유지할 수 있고, 의료사고 발생 시 배상책임을 해소할 수 있을 만한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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