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병원에 16억·13억·4억 배상 판결…"올해까지 대책 없다면, 산부인과도 중대 결정"

9월에만 광주, 울산 대형 분만병원 2곳 문 닫아…수억대 의료소송에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 급락 예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가 천문학적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분만을 포기하는 의사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거액 배상 판결로 인한 후폭풍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며 올해 안으로 정부가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중대 결정을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 3000만원 보장에 그쳐…거액 배상 판결에 의료소송 증가 우려

최근 사법부가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해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10억원 대의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앞서 뇌성마비 신생아를 분만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손해배상 12억원과 위자료 1억 4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와 산부인과의사회는 물론 대한산부인과학회까지 나서 분만 인프라 붕괴 위기를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최근 산부인과 이어 유도분만 과정 중 뇌 손상이 발생한 사건의 의료진에게 약 6억 2000만원을 배상하고 원고가 30.5세가 넘어가는 2046년부터 월 271만원씩 총 16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응급제왕절개수술로 분만 중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의 의료진에게 약 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그간 사명감으로 분만을 이어가던 산부인과의사들의 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산부인과 의사들이 산모 배 속에 있는 태아를 안전하게 분만하기 위해 노력한 고민과 노력은 인정하지 않고, 분만한 신생아에게 발생한 악결과만을 보고 이러한 악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이에 대해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최근 사법부가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대한 거액 의 배상금을 묻는 판결을 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분만을 유지하던 분만 병원들이 분만 중단을 결정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올해 5월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대해 국가가 피해보상 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환자에게 제시하는 보상금이 최대 3000만원이라는 맹점이 있다.

산부인과 관계자는 "사실상 수억, 수십억 대의 배상 판결이 나오는 상황에서 배상금액이 최대 3000만원밖에 안되는 중재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잇따른 거액 배상 판결로 산부인과계의 의료소송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그 판결로 인한 의사의 부담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거액 배상 판결+저출산에 분만 기피 심화, 지방은 이미 분만 인프라 붕괴...이대로면 산부인과 중대 결단

이미 지방은 저출산 심화와 거액의 배상 판결 등으로 분만을 기피하는 의사들을 잡지 못해 문을 닫는 대형 산부인과가 늘고 있다.

실제로 광주 지역에서 25년간 분만을 책임져왔던 문화여성병원은 산부인과 전문의 5명을 포함해 8명의 전문의가 있던 지역 대표 산부인과 병원이었지만 줄어드는 출생아 수에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했고 지난달 30일 경영 악화로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울산 남구에서 33년 동안 분만을 해 왔던 프라우메디병원은 9월 1일부터 무기 휴원에 들어갔다. 지난해 울산에서 태어난 전체 신생아의 약 37%가 이 병원에서 태어날 만큼 규모가 있는 병원이었지만 의료인력 수급의 어려움이 커 휴업을 결정한 것이다.

김재연 회장은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 수가 2020년 517곳에서 2022년 470곳으로 약 9% 감소했다. 10년 전인 2012년에 739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6.4%인 269곳이 줄었다. 산부인과가 있지만, 분만실이 없는 시‧군‧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50곳이다. 이 지역에 사는 임산부는 출산을 위해 다른 지역까지 원정을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도별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현황도 심각하다.  2020년 배출된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134명이었으나 2021년 124명, 2022년 102명으로 감소했다.

김 회장은 "최근 법원 판례의 후폭풍으로 내년도 산부인과 지원율은 목동 신생아 사망사고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20% 지원율을 기록한 것처럼 20%대를 넘지 못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비관했다.

김 회장은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올해 안으로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담은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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