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인턴기자의 생각] 의정합의 파기, 막대한 세금 낭비, 지역 포퓰리즘 공공의대 공약 반대
[메디게이트뉴스 정지연 인턴기자 경상의대 예2] 2020년 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던 공공의대 정책이 다시금 선거 공약에서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공공의대 및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신설을 통해 공공의료인력을 확충하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경우 명시적으로 공공의대 신설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으나, 윤 후보가 출범시킨 새시대준비위원회에서 공공의대법 통과에 대한 당내 합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공공의대 공약에 의료계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실정이다.
우선 이는 명백히 지난 9.4 의정합의를 위배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합의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협과 합의한다”,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라고 나타나 있다. 아무리 이전 정부와 의료계 간의 합의라 할지라도 합의문의 내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공공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의료계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또한 공공의대 공약은 전형적인 표심몰이용 포퓰리즘 정책이다. 특히 심상정 후보는 전남 지역의 의료 공백 문제를 두고 지역 주민들이 ‘차별’받고 있다며 공공병원이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남 동부까지를 포함해 2개 이상의 의과대학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서 과연 특정 지역의 의료 공백을 해결하려는 것이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하는 의대 신설 필요성과 연관되는지 모호하다. 섣불리 의대 신설을 약속하는 것은 결국 그 지역의 표심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공공의대법이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현 시점에 벌써부터 전북, 전남, 경북 북부 등 전국 여러 지역에서 서로 자신의 지역에 공공의대를 유치하려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의대 신설 공약이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와는 반대로 지역 이기주의를 심화하는 결과를 충분히 낳을 수 있다.
물론 여러 대선 후보들이 공공의대 공약을 내세운 데는 심각한 지역별 의료 격차, 감염병 대응 미비와 같은 현 보건의료 문제를 정치계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개선해야 한다.
첫째, 만약 공공의대 신설을 공약으로 계속해 내세운다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학생을 전문 의료인으로 양성하는 데는 국민 세금이 필요하다. 당장의 건보료 인상에도 불평하는 일반 대중들이 세금을 부담하면서까지 마냥 이 공약에 다 찬성할까? 의료 인력을 양성한다는 것은 단순히 학교 하나 세우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학교 신설로 의료인의 수가 늘어나면 모든 공공 차원의 의료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일차원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어떻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것이며, 이를 통해 양성된 의료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둘째, 의료계 전문가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31일 공약 발표에서 "공공의대 정책은 기존 의사의 직역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므로 합리적이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마치 의사들이 ‘밥그릇싸움’ 하나 때문에 공약에 반대하는 것처럼 느껴지게끔 한다. 하지만 사실 의사들이 공공의대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와 그 근거는 단순히 이해관계만으로 설명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 후보가 조금이라도 의사 단체와 충분한 협의와 소통을 진행했다면 대선정국에서 의˒정 간 불필요한 긴장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공공의대 공약을 옳다고 생각해 의료계의 발언에 귀를 닫는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충분한 소통을 통해 타협에 이르려는 모습을 보여 대선 후보다운 면모를 보여줬으면 한다.
셋째, '공공의료'라는 개념부터 다시 확인해야 한다. 많은 대선 후보들이 ‘공공의료’ 확충을 근거로 공공의대 설립을 주장했다. 개정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한다. 이는 공공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의 생산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의 생산자가 되므로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를 민간의료기관에 배치할 수 있어 공공의대의 필요성이 사라진다. 현재 모든 의과대학은 공공의료를 생산하는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인력을 양성하므로 공공의대 설립의 명분이 없어진다.
현 정부 및 일부 대선 후보들은 오직 공공보건의료기관만이 공공의료의 생산자라고 간주하고 있다. 이는 공공의료 확충이 공공의대 신설의 타당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모순을 낳는다. 후보들은 성급하게 공공의대라는 공약만 앞세우기 이전에 ‘공공의료’라는 단어의 뜻부터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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