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빠진 '의료돌봄' 토론회 잇따라 개최…보건의료 직역, 돌봄영역 주도권 경쟁 시작?

간호법 발의 이어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 발의 예고…의료돌봄에서 의사 업무, 타 보건의료 직역 배분?

지난 24일 열린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토론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빠진 '의료돌봄' 토론회가 잇따라 개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의사를 제외한 타 보건의료 직역의 권익을 신장하는 법안들이 입법 준비 과정에 돌입하면서 타 직역단체들이 지역사회 의료돌봄 영역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이미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에 '의료돌봄'과 관련된 토론회가 연이어 개최됐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더좋은보건의료연대'와 함께 '지역‧필수의료 강화와 의료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대안 모색'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는 같은 당 남인숙 의원이 '돌봄과 미래'와 함께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먼저 김 의원이 개최한 의료돌봄 토론회에는 전 의협 회장인 추무진 더좋은보건의료연대 상임대표가 참석했으나 현 의협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한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약사, 작업치료사 등 타 보건의료 직역단체 대표들이 참석해 저마다 지역사회 돌봄 영역에서 역할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남 의원이 개최한 지역 돌봄 통합지원 토론회는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인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김용익 이사장이 함께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역시 의협 대표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남 의원은 저출생‧고령화로 사회적 돌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3월 제정돼 2026년 3월에 시행될 지역돌봄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후속 행정입법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

의사단체가 의정 갈등으로 정신이 바빠진 사이, 의사단체가 빠진 '의료돌봄' 토론회가 잇따라 열리면서 타 직역단체들이 의료돌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지난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으로 제정이 불발된 간호법이 여야 의원들에 의해 재차 발의되고, 타 보건의료인력의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오는 7월 발의를 앞두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대 국회 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안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은 제안 이유에서부터 지역사회 돌봄에서 간호인력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강 의원의 법안에서는 "2026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고령인구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의료 및 간호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간호‧돌봄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간호법에서 가장 큰 논란에 휩싸인 것은 바로 '지역사회'라는 문구로, 의료계는 간호사들이 단독으로 널싱 홈(nursing home)을 개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결국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간호법 논의 과정에서 '지역사회'라는 문구를 제외해 이 같은 논란을 일축시켰으나 의료계는 간호사들이 간호법을 제정하려는 이유가 지역사회 돌봄 영역을 선점하려는 데 있다는 의혹을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김윤 의원이 7월 발의를 예고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건의료직역, 시민대표, 전문가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를 신설해 보건의료직역별로 구체적인 업무범위 및 한계를 결정하고 보건의료직역별로 업무를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의사의 업무를 일부 위임받아 수행하고 있는 보건의료인력들의 업무범위를 넓히기 위한 법안으로 의료돌봄과 관련해 타 보건의료인력의 업무를 확대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사단체와 갈등의 골이 깊은 민주당이 의사를 제외한 타 보건의료직역단체를 포섭하고 있다. 의사를 제외한 타 단체들과 고령화 사회의 먹거리인 '지역사회 의료돌봄'을 주제로 논의하면서 의사의 업무 영역을 타 직역에게 배분하고 이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남는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간호사와 한의사단체는 정부의 편을 들었다. 적극적으로 정부의 편에 서서 의사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의료돌봄 영역에서 의사의 역할과 업무를 가져가려는 시도가 눈에 뻔히 보인다"며 "결국 의료돌봄에서 헤게모니를 가져가기 위한 경쟁이 이미 시작됐고, 의료계는 이번 의정갈등으로 매우 뒤쳐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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