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유전시신경증 환우회 참석기.

[칼럼] 배진건 배진(培進) 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2013년 1월에 종방된 '드라마의 제왕'에서 주인공 앤서니 김(김명민 분)이 드라마 끝부분에서 시야가 갑자기 흐릿해지는 증상 때문에 안과 검사를 받는 장면이 나왔다. 시청자들은 멀쩡한 주인공을 작가가 곤경에 빠뜨리는 것 아닌가 의심하지만 김명민이 진단받은 병명은 바로 레버유전시신경증(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 LHON)이다. 물론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검사로 확정 판정을 받지만 이 드라마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도 병명이 알려졌다.

이 병은 모계로 내려온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발병하는 질환이다. 눈앞이 점점 뿌옇게 보이고 몇 개월 안에 실명 정도로 앞이 안 보이는 심각한 질병이다.
 
지난 토요일인 7월 13일 영등포 ‘김안과’에서 두번째로 열린 ‘레버유전시신경증’ 환우회 모임에 다녀왔다. 김안과에 도착하자 병원의 규모에 대해 놀랐다. 김안과병원은 8층 건물이 상당히 컸고 옆에 같은 크기로 이어서 지은 망막병원까지 개원하면서 일반 안과뿐만 아니라 망막 분야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바로 망막병원 8층 강당을 환우회에서 사용하게 해 그곳에서 모임이 열렸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환우회 모임에 작년 가을 첫 모임의 30명에 비해 두 배의 환자와 가족들이 모였다. 환자가 더 많아진 것은 아닐 텐데 환우회모임에 대한 관심이 더 모인 것이다. 순서는 총무 인사로 시작해 ‘LHON 최신치료’에 관해 건국의대 신현진 교수님의 강의에 이어 ‘이데베논 복용법’에 대해 서울의대 이행진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필자가 유전자 치료에 대한 최신 연구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시각재활과 일본환우회 소식’을 이 모임을 강력히 후원하시는 김안과병원의 김응수 선생이 말씀하시고 ‘환우회 회의 및 친교’에 들어갔다. 오후 5시가 넘게까지 진행됐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을 소개하며 눈물의 소식을 공유했고 지역별로 나눠 토론하고 같이 일할 담당자를 선임했다.
 
왜 필자가 이 환우회에 참석하게 되었는가? 2017년 6월 2일에 메디게이트뉴스에 ‘질병 타깃으로 부상한 미토콘드리아’ 라는 제목으로 쓴 첫 칼럼 때문이다. 그해 4월 27일 룩셈부르크의 미토텍(Mitotech)이란 바이오기업이 LHON 임상 2상의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SkQ1은 강력한 항산화제 'plastoquinone'에 미토콘드리아에 배달할 수 있는 전달물질을 붙여 미토콘드리아에 생성된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디자인한 저분자 합성신약이다. 집에 와서 다시 회사 웹 사이트에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LHON 임상 3상의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2018년 10월 말에 미국에서 안구건조증으로 시작한 임상2b/3에 관한 기사가 최근 것이다.
 
2017년 11월 말 회사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필자는 매주 쓰고 있는 칼럼이라 첫 칼럼의 내용을 거의 잊고 지내던 나에게 지난 11월 말 회사로 전화가 왔다. '진OO'라는 분이 LHON 때문에 시력을 잃어가는 아들을 가진 아버지로서 너무 안타까워 첫 칼럼을 읽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를 했다고 한다. 군대를 다녀온 아들은 왼쪽 눈의 시력을 잃은 상태로 오른쪽 눈마저 급격히 나빠진다고 했다.

그해 12월 8일 필자에게 당시 근무하던 회사로 경상남도 거창에서 편지가 왔다. 환우의 아버님이 안타까운 마음과 필요한 도움에 대해 장문의 편지를 보내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전화를 드렸다.

다음은 아들의 병명을 알고 인터넷을 뒤지다 제 칼럼을 읽고 수소문해 전화번호를 알아내 연락을 주신 3번째 LHON 환자 아버님이였다. 계속 새로운 LHON 환자 아버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LHON은 뚜렷한 전조 증상 없이 발병해 급속도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기에 보호자들의 마음도 안타까웠다. 지난 토요일 환우회에서 카톡으로만 연결되어 알던 분들을 직접 만났다. 감격의 조우였다.
 
“제 큰 아이는 지난해 11월경부터 눈이 좀 보이지 않는다고 했어요. 고2라 이제부터 공부 좀 하나 보고 대수롭지 않게 보내다 결국 12월쯤 한쪽 시력이 나오지 않아 검사했습니다. LHON이라는 판명을 받았습니다. 이베데논이란 약을 알려줘서 ‘해외직구’로 1달 반 정도 복용하면서 계속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을 막지 않고 있었습니다. 지난주 개학했는데 교실의 칠판이 보이지 않는다 해서 검사해봤습니다. 한쪽 눈도 저하되는 것을 알고 너무 큰 상심이 와서 백방으로 알아봤습니다. 치료와 기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작은 아들도 있습니다.”
 
한참 공부할 나이에 LHON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기가 막힌 사연이었다. 사연을 들으면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필자에게 연락이 온 아버님들을 카카오톡으로 연결해서 같이 아픔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에 대화의 장을 만들었다. 

“저의 아들은 뭐라도 해보고 싶어서 한약까지 복용하고 있습니다. 비타민제가 좋다고 해서 종합 비타민과 견과류를 매일 먹이고 있습니다. 현재 공군의무병으로 복무하다가 작년 11월경부터 의병 제대를 신청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장기 휴가 아닌 휴가 상태로 현재 집에 와 있는 상태입니다. 아직 전역명령은 안 떨어졌지만, 조만간 전역할 것 같습니다.” 

“LHON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 중인 합성신약 'SkQ1'에 대해서는 OO님과 관점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이 질환을 앓는 큰 아들이 29살인데 행여 걱정돼 모병원에서 유전자검사를 했습니다. 차라리 하지 말 걸이라는 후회도 했습니다. 딱히 예방 치료제도 없는데 괜히 LHON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들으니 더 불안해서요.”
 
2018년 1월 1일 신년을 맞이하자 칼럼에 다시 ‘LHON환자 아버님들의 애타는 사연’이란 제목으로 상황을 소개했다. LHON은 젊은 시기에 특징적인 시신경의 손상으로 인해 통증이 동반되지 않으면서 갑자기 나타난다. 주로 20, 30대 여성보다 주로 남성에게(약 80%) 나타나며, 여자의 경우는 좀 더 늦게 발현되고 더 심하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지난 토요일 환우회 모임에 온 남자 중학생도 둘이나 되었다. 벌써 2년 전에 발병했다고 하니 발병의 시기가 10살에도 나타나는 것이다.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왜 우리는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LHON 환자들과 가족들의 소식을 계속 접해야 할까? 무엇보다 그 유일한 치료제인 이베데논을 국내에서 수입도 판매도 안된다. 해외 직구를 통하던지 이렇게 저렇게 구입한단다.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좋은 소식을 알릴 수 없을까? 프랑스 유전체 연구기업인 젠사이트(GenSight)에 환자들과 함께 치료법을 연구하거나 신약 임상의 일부를 국내에서 할 수는 없을까? 무엇보다 국민 건강을 돌보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정부가 있는데 ‘규제’가 다 무슨 소용인가? 그 규제 때문에 환자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안된다.
 
LHON 환자들과 같은 희귀병은 임상 2상의 결과만으로도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해에도 ''이라는 제목으로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코디네이팅센터’의 뉴스레터 특별기고를 통해 허공에 소리를 지르는 심정으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이렇게 첫 컬럼으로 ‘레버유전시신경증 환우회’와 맺어진 것은 우연일까? 그런 자녀를 둔 아버님들과 같이 운명이라고 생각이 된다. “우리나라에도 ‘레버씨 시신경 환우회’를 만들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어려움을 나누며 새로운 치료를 시도했으면 한다. 나도 힘을 보태고 싶다.” 이렇게 글로 남겼기에 앞으로 환우회의 어려움을 돕고 세상에 알리는 전령사의 노릇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희망을 가지자!” 환우회에 참석하신 분들이 서로에게 주는 격려였다. 언젠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또렷하게 보일 날이 오리라.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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