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정치적 변질 '심각'…시행 목적 보단 1년 뒤 총선 고려한 정치적 계산?

중재 위한 실질적 대화보다 '명분용 면담'만 되풀이…양대노총까지 개입해 갈등 심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모습. 간호법 제정 논의가 정치적 알력 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박홍근 원내대표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안 제정 논의가 국민 건강에 대한 문제를 넘어서 정치 알력 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를 통한 절충안 모색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 단체들 간의 이견 대립 상황에 양대노총이 개입하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연일 정부 향해 '독재정권' 비판…총선 고려한 거부권 유도?

20일 국회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을 대통령 거부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독 통과시켰고 결국 거부권을 이끌어냈다. 향후 간호법과 노란봉투법 등도 최종 판세는 지켜봐야겠지만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법안 통과에 따른 실제 시행이 목적이라기보단 대통령 거부권을 유도해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 지형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야당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은 연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검찰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거부권을 남발하면서 입법부를 무시하고 대일외교 과정에서 사법부인 대법원의 강제노동 배상 판결을 뒤집어버렸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은 말로는 법치주의 강조하지만 실제 입법부,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는 검찰 독재정권으로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며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스스로 부정했고 입법부가 정상적 절차에 따라 처리한 민생법안인 양곡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 입법권을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민주당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주최로 열긴 '위기의 삼권분립, 어디로 가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윤호중 헌개특위 위원장도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민주주의 헌정체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윤석열 정부의 최근 모습은 이를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예"라고 비판했다. 

실질적 중재 사라지고 보여주기식 면담만…양대노총까지 합세, 갈등 확산
 
대한간호협회 12일 결의대회엔 양대노총이 참석해 법안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간호협회

간호법 제정 논의가 정치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여야 합의를 위한 중재 보단 보여주기 식 면담만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즉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간호법 등을 통한 정략적 이득만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주최한 긴급 간담회가 반대 단체와 대화를 했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꼼수였다"고 지적했다. 

곽 회장은 "간담회에서 민주당은 본회의에서 간호법과 의료법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국회 다수당인 자신들의 도움을 받고 싶으면 가만히 있으라고 겁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간호법 저지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는 "곽지연 회장의 발언에 분노한 민주당이 곽 회장이 정치권 입성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간호법 제정 논의가 정치적 수 싸움으로 변질된 지 오래됐다"고 비판했다.  

설상가상으로 간호법을 둘러싼 관련 단체들 간의 이견대립에 양대노총까지 개입하면서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간호법이 쟁점이 된 이후 한차례도 관련 언급을 하지 않다가 지난 12일 간협 주최 간호법 통과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법안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민주노총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현 의료법이 지나치게 의사직역 중심으로, 의사독점주의로 돼 있어서 변화되는 의료환경과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간호와 돌봄을 책임지고 있는 간호사의 지위와 역할을 높이면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간호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신승일 의료노련 위원장도 "당연히 제정돼야 할 간호법이 왜 직역 간 갈등으로 심화되고 또 정치적 희생양이 되고 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여야가 모두 약속한 간호법을 의사단체의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로 간호사 처우법으로 바꾸고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간호법이 통과되기 어렵다고 겁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간호법 제정 배후에 민노총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의사 수보다 간호사 수가 많고 따라서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간호사들 표를 더 의식하는 것 같다"며 "민노총은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치기 하고 민주당은 이를 이용해 내년 총선에서 표를 더 얻으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전 회장도 "간호법은 처음엔 간협 단독으로 추진한 것이지만 최근 들어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역사회 돌봄이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파악하고 운동권이 가세해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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