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진료보조인력(PA) 시범사업 반대, 의사 업무 포함돼 의료법 위반"

"대의원 임총에서 전반적으로 동의...기피과·지방병원 등 처한 상황 따라 선택적 적용 주장도"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회장. 사진=대전협 임시총회 온라인 실시간 화상회의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전공의 사회 내부적으로 여러 의견이 혼재되면서 진통을 겪었던 진료보조인력(PA) 시범사업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내기로 했다. 

기피과나 지방병원의 경우 선택적 적용 등 현실성을 고려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시범사업 반대 입장을 고수하기로 한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일 오후 진료보조인력(PA) 시범사업에 대한 대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대전협은 PA와 관련해 원칙적인 반대 의사는 꾸준히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시범사업을 앞두고 전공의들 내부적으로 지방병원이나 일부 전공의 정원이 부족한 과의 경우 PA가 사라질 경우 당장 업무 로딩이 대폭 늘어나면서 원칙적 반대보단 현실적인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감대를 얻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진행된 대전협 정기총회에서도 일부 과나 지방병원은 오히려 PA가 없게 될 시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지 오래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여한솔 회장 "의사 행위 명확한데 타당성 검증 범위 포함, 납득 못해"

이 같은 상황에서 진행된 온라인 임총에서 대전협은 PA 시범사업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론적으로 시범사업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는 것으로 잠정 합의했다. 

이날 여한솔 회장은 PA 타당성을 검증한다는 취지에서 시범사업이 이미 벗어나며, 명백히 의사가 해야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검증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강하게 규탄했다. 

여 회장은 "보건복지부는 PA 운영체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타당성을 검증해 본다며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환자 안전 등을 고려해 명백히 의사가 해야 하는 업무 등이 PA 업무범위에 포함된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많다. 타당성 검증이라는 그럴싸한 단어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명백한 의사의 업무범위인 전문의약품 처방 등의 행위를 PA가 수행토록 하는 것을 실효성이 있는지 검증하는 것은 업무범위 혼란을 줄이겠다는 사업 취지와 관련이 없다"며 "오히려 의료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해당 안의 시범사업을 어떤 법적 근거로 수행한다는 것인이 알 수 없다. 실제 현장에서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적인 조치가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 회장은 "대전협은 그동안 PA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확충 등 정책을 제안해왔다"며 "그러나 이런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을 정당화하기 위해 전공의 정원을 마치 사은품 정도로 취급하며 유인책을 제시하는 복지부를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전반 동의하지만…입원전담의로 풀 문제 VS 현실 감안해야

대의원들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반적인 동의를 표했다. 

분당차병원 한동훈 전공의 대표는 "PA가 사라졌을 때의 전공의 업무 로딩이 가장 큰 쟁점인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입원전담전문의 등을 통해 해결해야 될 문제다. 이런 업무를 기존 전공의에게 돌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현재는 병원에서 전공의 티오(TO)가 비면 입원전담전담의가 아니라 PA부터 구한다. 이런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부분에 있어선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즉 처방 등 업무 이관이 불과한 부분을 제외하고 현실적으로 이관이 필요하다고 합의된 부분은 원만한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화순전남대병원 김현준 전공의 대표는 "대전협 의견에 동의를 표한다. 다만 전체적인 면을 봤을 때 전공의가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 업무가 늘어날 경우 충분한 교육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문제도 생긴다"며 "사업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모든 업무에 있어서 반대만 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업무 부분에 있어 반대만 한다면 향후 논의에서도 전공의 목소리가 배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내과전문의인 대전협 관계자 A씨는 "현재 재생병원에서 PA를 다 해고한다면 그 업무 로딩이 전공의한테 부과될 것이다. 그럴 경우 의국 자체가 붕괴된다"며 "이젠 큰 줄기에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할 때가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대안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원칙적으로 의사가 해야되는 영역이니 모두 반대하고 당장은 좀 힘들더라도 전공의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졸국 이후 전문의를 따고 나서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보상을 위해 저수가 탈피 등을 요구할 수 있다"라며 "다른 해결책으로 PA를 용인한다면 지금의 전공의 80시간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따라 전공의 노동 시간을 더 획기적으로 축소시키는 등의 대안도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기피과나 지방병원 등 처한 상황에 따라 선택적인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남대병원 이찬영 전공의 대표는 "선택적용이 없이 일괄적으로 PA가 불법이 되거나 혹은 시범사업이 이뤄지게 되면 기피과는 더 기피과로 전락하게 될 여지가 있다"며 "전공의 정원 50% 미만인 과 등에 선택적으로 PA가 적용될 수 있는 제도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진단은 당연히 의사가 하지만 진료나 입원기록은 PA가 본인 아이디로 작성하고 담당 교수가 최종 확인하는 형식이 괜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여한솔 회장은 "무지비한 의료인 갈아넣기 속에서 선배 의사와 전공의들은 환자들을 결코 외면할 수 없어 이 과정에서 PA의 잘못된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대전협은 더 이상 이런 부조리를 지켜볼 수 없다. 양심의 가책 없이 떳떳하고 실력있는 의사로 살아남아 열악한 수련환경 속에서 묵묵히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불법적인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A씨는 "시범사업 이후 PA가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됐을 때의 후폭풍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 의사들도 그렇고 복지부도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시범사업 시행 여부와 별개로 이젠 해당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파생되는 문제들을 어떤 방향으로 처리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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