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낸 의대생도 한마디 "후배들에게 좋은 의료환경 물려주기 위해 더 큰 뜻으로 투쟁하겠다"

"의료가 정치적 목적에 휘둘리는 모습 두고보기 힘들어...가치 있는 일하고 싶던 친구들 꿈도 흔들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대생 선후배, 동기들 모두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사회에서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이번 사태로 친구들이 가장 많은 상처를 받아 꿈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는 옳고 그름의 문제에서 '옳은' 주장을 할 뿐이다."

의대생 A씨는 10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 대한외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해 동맹휴학 중인 자신의 심정을 털어놨다. 

A씨는 2020년 의료계 파업 때도 의대생이었다. 그는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예과였기 때문에 수업에 큰 차질도 없었다. 하지만 본4 선배들은 의사국시를 걸고 싸웠고 어느덧 그들은 전공의가 돼서 의사면허를 걸고 싸우고 있다”고 했다. 

A씨는 “2020년 파업 당시 마음의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또 한번 발 벗고 나서주는 전공의 선배들의 모습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라며 "후배들도 이런 선배들의 행보에 보탬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덧 고학번이 된 선배 입장에서 따사하고 행복하기만 해야 하는 3월에 후배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크다”라며 "후배들에게 더 좋은 의료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다.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에 항상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깨달았다. 겉으로만 화려해보이고  급하게만 쌓아올린 모래성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반세기동안 눈부신 성장으로 현재 모습을 이뤄낸 것이 아니라 여전히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의료시스템 역시 의료보험 도입 12년만에 전 국민 의료보험을 이뤄낼 정도로 신기록을 보유한 국가"라며 "유럽 국가들이 의료보험에 전공의를 가입시키기까지 100여 년의 시간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내실을 갖춘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현재 우리의 투쟁은 이권싸움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목의 한 장면일 뿐"이라며 "후배들에게 더 좋은 의료제도를 물려주기 위해 더 큰 뜻과 더 큰 책임감으로 싸움에 임하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뜻하는 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국민의 공감과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여론은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왜곡된 뉴스를 전달하는 정부의 언론의 잘못도 크지만 의료계도 성찰의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A씨는 “성범죄, 대리수술 등의 문제로 의사와 환자, 국민들 간 신뢰관계가 흔들리기도 했다. 바쁜 현장에서 환자들이 느꼈던 차가운 말 한마디와 언론에 비춰지는 단호한 언어들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의 '자기연민은 위험하다'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라며 “의사를 향한 공격적인 말에 상처를 많이 받지만 자기연민에 그친다면 다음은 없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의료계의 과오를 돌아보고 정정과 함께 다음 단계의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재우 사직 전공의의 '이 싸움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옳은 쪽이 이겨야 한다"라며 "의학이 남을 돕는 학문이고 절대 선에 가까운 학문이라고 생각해 전공을 선택했다. 이 일이 정치적 목적에 휘둘리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보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싸움에서 진다면 미래는 누가 책임을 질지, 그 세상에서 저는 어떻게 살아나갈지 감이 오지 않는다”라며 “반드시 이 상황을 잘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A씨는 후배는 물론 환자들을 향해 "후배들이 투쟁에 대한 걱정 없이 학교 생활을 마치고 필수의료의 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으로 만들고 싶다. 수가와 소송의 위험이 없이 환자들에게도 최선의 진료를 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 우리는 옳은 길을 가고, 후배들도 이런 걱정 없이 지내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언론인에게도 “학생들이 너무 많이 마음의 상처가 되고 있다. 그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대에 왔는데 '사회가 우리를 이렇게 봤나' '우리가 이렇게 미움을 받는 존재였나' 여러 언론보도에 마음이 아프고 무서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 댓글을 보면 '공부만 하고 살아와서 인성이 결여된 학생'처럼 보이지만 의대 선후배, 동기들 모두 똑똑한 사람들이기에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사회에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친구들이 가장 많은 상처를 받고 꿈이 흔들리고 있다"라며 "모두 평범한 어린 학생들이다. 사회의 어른으로 학생들을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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