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께, 국민을 위해 의사가 소신 진료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소망합니다"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건의료정책]⑤ 민복기 대한의사협회 대선기획단장

윤석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건의료정책 

제 20대 대통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임기는 올해 5월 10일부터 5년간입니다. 윤 당선인은 코로나 대응체계 전면개편과 필수의료 국가 책임제를 주요 보건의료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선거 이전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의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agenda)'에 이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건의료정책' 릴레이 칼럼을 게재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기에 앞서 의료계가 꼭 필요한 보건의료정책을 다시 한 번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①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는 보건의료정책 수립"
②이철호 전 의협 대의원회 의장 "코로나 최일선에서 의료진의 애로사항과 헌신 헤아리길"
③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국민 생명 지키는 필수의료 살리기가 최우선"
④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 "직역 간 편가르기 대신 화합과 통합의 사회를"
⑤민복기 의협 대선기획단장 "국민을 위해 의사가 소신 진료할 수 있는 의료환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대통령실을 분야별 민·관 합동위원회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민관합동위에는 학자, 전문가, 언론계 인사 등이 민간인 신분을 유지하면서 TF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새 정부에서 현장을 지키는 전문가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위원회가 되길 바란다. 국민을 위해 중립적으로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전문가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돼야 한다. 그동안 정부 정책은 우리나라 의료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 많았다. 전문가 단체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일부 학자들 의견에 의존한, 의료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대응TF에서 현장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현재 코로나 19 대유행 상황에서 보건의료정책은 차기 정부에서 최우선으로 다뤄야 할 분야라 할 수 있다. 향후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될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휘부로써 독립된 보건부를 설립해야 한다. 차기 정부는 보건부를 설립해 질병 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소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보건소의 진료 기능을 없애고 지역사회 건강증진, 감염병 예방에 집중하게 해야 한다.

1.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필수의료체계 확립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에 지역균형발전 TF를 설치하기로 했다. 지역균형발전의 시작은 의료와 교육 균형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의료취약지 해소의 정답은 허울뿐인 공공의대 설립과 의과대학 증설이 아니라, 체계적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통한 지방 중소병원과 동네 의원 살리기다.

의료전달체계는 상급종합병원(3차병원)의 환자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병·의원을 거친 다음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제도다. 1989년 7월 1일 전 국민 의료보험과 함께 실시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규제가 매우 약하다. 3차병원에서는 응급과 중환자 위주로 치료를 하고 1, 2차 병·의원에서는 경증과 만성 환자 중심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 국민의 의료접근성이 더 높아지고 국민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의료전달체계에 의한 의료이용이 장기적으로 환자의 건강 관리에 유리하다는 것을 국민이 인식하도록 지형균형발전 TF가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의료전달체계의 정립은 의료기관들이 기능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게 하고, 국민 신뢰 속에서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하게 한다. 이를 위해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양질의 보건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와 함께 존폐 위기에 있는 필수의료체계를 서둘러 확립해야 한다. 수술 후 발생하는 의료분쟁 때문에 기피 과가 되어버린 외과계 필수의료 과(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 의료분쟁 특례법을 제정하는 등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2. 초고령사회 대비를 위한 의료계와 차기 정부의 역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한국,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통계 등 현황을 분석하고 한국 노인들의 현주소, 가족관계, 주거형태, 건강상태 등 노인들의 실상을 파악해야 한다. 초고령사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과 사보험 제도를 비교 분석해야 한다. 일본의 커뮤니티케어와 돌봄 정책 등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국가 의료 돌봄 정책을 일본 사례를 중심으로 독일,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과 비교 분석할 필요도 있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지역사회 요양의원, 회복병원 중심의 아급성기 의료 확충, 공공의료의 역할, 지역의료 활성화 방안, 공익의료수가를 기준으로 한 지역 민간-공공의료기관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바탕으로 한 지역사회 의료・돌봄 통합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의 복지 정책으로 노인의 생애 말기 지원정책 방안, 간호간병정책 개선, 임종 관련 대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을 완성하기 위해 한국형 실버타운 실험모델을 만들어서 건강하고 젊은 70, 80대의 노인들은 실버타운의 바깥에서 거주하며 점차 거동이 불편해 지면 중심으로 이동해 거주하는 형태를 하여야 한다.

초고령사회 대비의 가장 중심에는 응급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종합병원과 호스피스를 준비하는 요양병원이 위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은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을 유도해 오히려 의료비 과잉 지출을 유발하고 있다. 현재의 정책으로는 건보재정이 버티기 어렵다. 지역 중소병원과 동네 의원이 초고령사회 의료의 중심이 돼야 한다. 

3. 군의관, 공중보건의, 전공의 근무 여건과 처우 개선                             

이번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공중보건과 국가방위의 최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들의 노고를 치하해야 한다. 향후 또 다른 감염병 확산 위기나 국가의 비상사태일 때도 군의관, 공중보건의 역할의 중요함이 돋보일 것이다.

군의관의 경우 보고 체계를 의무사령부로 통일해 독립적인 체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 관심사병 관리, 군내 발생하는 감염병 초동 대처 등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군 전투력 손실을 줄이고 군 전투력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모든 의무 정책과 군 보건의료 관련 사항은 의무사령부가 중심이 돼야 하고 각 군으로 나누어져 있는 의무 지휘체계를 의무사령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무사에서 군 병원부터 말단 대대까지 지휘체계를 일원화해 통제하고 조율하는 체계이다.

코로나 19사태에서 수많은 전공의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소중한 국민의 생명을 살릴 수 있던 사실을 높이 평가해야 하며 실질적인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해야 한다. 

4. 지역사회 아동·청소년 주치의에 의한 건강 길라잡이 사업 

지역사회 1차 의료와 연계한 아동 주치의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육아 지도 및 질병 예방, 생애주기 소아 청소년 건강검진 통합 프로그램 구축사업으로 영유아 검진과 학교검진을 통합하고 성인 생애주기 검진과 연계하도록 해야 한다. 소아 청소년 중증질환 및 응급질환 24시간 소아전담전문의 안심 진료 구축사업, 중증 희귀 난치질환 아동의 국가책임제로 장애아동의 재택 의료 지원 체계의 확대, 아동학대·소외 및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 교육 및 관리사업을 통해 ‘안전 육아 관리’ 교육 및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차기 정부는 보건부를 독립한 다음 ‘아동-청소년-가족국’을 신설해 아동·청소년 가정을 위한 건강정책 수립·시행을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당선인께선 ‘민간병원의 중환자실과 응급실 운영 비용을 국가가 공공정책 수가로 지급하는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발표할 정도로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는 필수의료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한국 의료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비전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차기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국민을 위해 의료진이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 환경과 의료진을 신뢰하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의료계와 소통하며 민·관 합동위원회 등을 통해 전문가의 소중한 의견을 반영해 국민의 건강권 수호와 지속 가능한 미래 지향적 정책을 의료계와 함께 만들어나가길 소망합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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