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무조건 공공의대를 만들고 의대정원을 확대해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과 같다."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학계의 조언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지역필수의료를 정말 위한다면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의사들이 지역과 필수의료를 종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라도 심도 깊게 고민하고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12일 오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제관에서 '지역필수의료와 의학교육 기관의 사회적 책무성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 모인 참석자들은 지역필수의료 확충 문제는 의사 수만 조절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
특히 미국의 경우도 한국과 비슷하게 지역필수의료를 위해 의사 수를 30% 가량 늘렸지만 오히려 농촌에 근무하는 의사는 28% 감소하는 사례가 대표인 실패 케이스로 소개됐다.
의과대학 협회 정책연구소 이종태 소장은 "미국에서 의사 수를 늘리는 시도가 있었지만 오히려 의사들은 도시로 더 몰렸고 농촌 의사는 더 줄었다. 반면 일본은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법을 개정해 의사 공급보다 분포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우리도 이 같은 사례를 잘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금 더 노골적인 표현도 나왔다. 강원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강석훈 교수는 "정부와 국회는 무조건 공공의대, 의대정원 확대로 문제를 풀려고 접근한다. 그러나 이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조적인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정부는 의사만 늘리면 이들이 의료취약지에 근무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이건 착각이다. 지금 상태에선 세금으로 키운 의사를 피부과에 더 몰아넣는 일만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강석훈 교수는 '지역사회 의사 수련 시스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공중보건의사들의 임상실습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이들을 제대로 교육시켜 지역의료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공보의 3년은 사실상 성장이 멈춘 3년이다. 이들을 1년차 때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신경과, 응급입원환자 중심 주치의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2년차 땐 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외래 중심 파견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년차 땐 보건지소, 보건소, 지역의료원, 권역응급센터 순환 근무에 투입해 임상실습도 하면서 동시에 지역 필수의료 전공의 부족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의사들이 지역의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의과대학 시절부터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일본 쓰쿠바(Tsukuba)의대 연구에 따르면 의대 신입생에게 농어촌지역 조기노출 프로그램을 시행했을 때, 농어촌 지역 의료에 대한 흥미도가 39%에서 61%로 증가되는 효과를 보였다.
미국도 미네소타(Minnesota), 제퍼슨(Jefferson) 의대 등에서 '농촌몰입형 프로그램(Rural immersion program)'을 제공하고 있으며 해당 과정을 통해 졸업 후 더 많은 의대생들이 농어촌 지역에서 근무를 희망했다는 연구가 있다.
서지현 경상국립의대 소아청소년과교실 교수는 "농어촌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 인자가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선 코로나19 이후에 더욱 대학병원 안에서만 실습이 이뤄진다. 지역병원이나 보건지소 실습은 거의 멈춰진 상태"라며 "의대생들이 농어촌 실습을 할 수 있도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설립이 지방 의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주영수 원장은 "대형병원들의 수도권 병상 증설로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도 가속화되고 있다. 수도권 내에만 6년 안에 약 7000개 병상이 증설되고 의사 수도 10% 더 필요하게 된다. 결국 지방에 있는 의사들의 10~15% 가량이 수도권 대형병원 분원에 종사하기 위해 올라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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