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 신약이 절실한 환자들에게 마지막 희망

[칼럼] 정형진 바이엘코리아 메디컬 디렉터·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상시험을 위해 제조되거나 제조되어 수입된 의약품인 임상시험용 의약품(이하 임상약)은 임상시험 대상자에게 투여되는 시험약과 대조약을 말하는데(참고문헌 1), 보통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시험약을 말한다. 허가 전인 시험약은 일반 환자에게 투여할 수 없는데 특별한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번 호는 임상약을 임상시험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에 대해 설명한다.

신약이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규제당국의 심사를 거쳐 시판 허가를 받는데 보통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가 현재 다른 치료수단이 없을 때 긴 시판허가 과정을 기다리기는 어려우므로 그 전에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필요하다.(2) 개발 중인 신약의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도 있으나 임상시험은 시험대상자 등록 기간이 정해져 있고, 선정기준이 까다로워 참여 기회가 제한된다. 또한, 해당 임상시험이 모든 나라에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임상약을 이런 환자에게 임상시험 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 제공하는 동정적 사용 제도는 미국(Expanded Access Program)과 유럽(Compassionate use)에서 시작됐고, 우리나라는 2013년 약사법에 포함됐다. 

약사법 제34조(임상시험의 계획 승인 등) 제4항을 보면 “임상시험을 위한 의약품 등은 임상시험이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에 해당해 식약처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 해당 의약품들을 임상시험이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3)

- 1호. 말기암 또는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을 가진 환자
- 2호.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등 총리령으로 정하는 응급 환자

의약품 등 안전에 관한 규칙 제28조(임상시험용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승인 신청 등) 제1항은 위 2호의 ‘응급환자’를 심각하거나 긴박하게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이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서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환자로 정의했다.(4)

임상약을 환자의 치료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청서를 제출해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상 환자의 인원 규모에 따라 신청서에 첨부하는 서류가 다르다. 개인별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신청하는 전문의는 안전에 관한 규칙 제28조 제3항에 따라 다음의 서류 또는 자료를 첨부해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4)

- 1. 신청인이 전문의로서 해당 질환에 대해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 2. 대상 환자의 진료기록 및 대상 환자가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을 가진 환자 또는 응급환자에 해당한다는 의학적 소견에 대한 요약 자료
- 3. 대상 환자에 대한 진단서 및 4. 동의서
- 5. 사용하려는 임상약에 대한 제공자의 제공 의향서 

최근(2021.05.07) 식약처 보도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나 말기 암환자 등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응급환자 등에게 적시에 치료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제출서류를 간소화했다.(5) 앞으로 아래와 같이 개인별 치료목적 사용승인 신청시 진단서는 면제하고 동의서는 서명 없이 동의서 서식만 제출하면 되므로 서류준비로 치료가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했다.

2명 이상의 환자를 위해 사용승인을 신청하려는 자는 안전에 관한 규칙 제28조 제4항에 따라 다음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4)

- 1. 사용계획서: 사용 목적과 사유, 안전성·유효성 관련 자료 수집방법, 환자 선정기준 등
- 2. 임상약이 치료의 목적이 된 질환에 대해 임상적 효과가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2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은 자는 임상약을 임상시험 실시기관에 제공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실시기관에 제공된 임상약을 사용하려는 자는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4) 개인별 사용과 다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용승인 절차는 아래 그림에 나와 있고, 두 종류의 비교는 아래 표와 같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치료목적 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한다.(2)
 

치료 목적 사용승인 신청을 위해서는 해당 임상약이 국내에서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은 바 있어야 하므로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임상약은 신청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2020년 5월 식약처는 ‘국외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의 국내 사용 절차’를 통해 외국에서 연구개발 중인 의약품도 한국 희귀·필수 의약품센터를 통해 자가치료용 의약품으로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6) 희귀한 유전 질환인 저인산효소증 환아 사례가 의협신문에 웹툰으로 소개됐는데 해당 사례로 추측된다.(7) 치료 목적 사용승인 제도는 신약이 절실한 환자들에게 마지막 희망 같은 제도이므로 제도의 홍보와 이해당사자들의 노력으로 많은 환자가 혜택받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1.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별표 4]. 2019.12.06
2.식약처.임상시험용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민원인 안내서) 2020. 6
3.약사법. 제34조(임상시험의 계획 승인 등) 2020. 10. 8
4.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28조(임상시험용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승인 신청 등) 2021. 1. 1
5. 식약처.임상약 치료목적 사용승인 선청서류 간소화 안내. 2021. 05. 07
6. 식약처. 국외 임상시험 중 의약품 국내 사용절차 알림. 2020. 5. 14
7. 손두락.소풍가는 날.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바이엘코리아나 KRPIA 의견을 대변하지 않고,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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